일상

21-02-05 영도 – 사거리시장: 짧은 시간 여행 기분.

무거운 빈가방 2021. 2. 6. 08:58

21-02-05 영도 사거리시장

 

평일 날 어디 가긴 쉽지 않다.

일요일 가려한 오뎅과 가자미 식혜사러 사거리 시장엘 간다.

영도에 들려 점저를 먹기 전에 일단 다방에서 좀 쉬고 책 좀 읽기로 한다.

검색한 다방은 골목 안에 있다.

마음에 안들어 강깡이 마을 근처로 간다.

해안 근처에 자주 보았던 <오구>는 경치를 볼 수 있어서 썩 댕기지는 않지만 오늘은 돌기 싫어 낙점.

배출출하다 하셔서 빵쪼가리 하나 사려다가 너무 비싸서 생략한다.

쫀쫀한 놈.

마눌님은 <시사인> 보시고 난 가져간 <그리스인 조르바> 본다, 바다 건너 충무동 어선창고들 지나는 배, 그리고 왼쪽으로 태평양 길목과 정박 중인 배를 본다.

부산에서 가장 많이 보는 풍경이다.

어머니 지구는 물을 토하셨고 물 때문에 생명이 만들어 졌다.

물이 있는 곳은 매우 역동적이며 다 아름답다.

없어도 괜찮은 곳에도 있으면 더 빛난다.

그냥 있기만 해도.

<바다 앞 큰 건물은 바다도 망치지만 그 뒤에 사는 주민들과 시민들에게 모든 조망을 망쳐버린다. 부산은 매우 심하고 재주도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나중 바다 근처엔 큰건물만 남아있는 이상한 나라가 될거다. 이 나라엔 썩어 빠질 공무원들이 너무 많다. 공기업은 더욱 더 심하고..>

 

좀 있으니 바로 옆자리에 젊은 처자 두명이 앉는다.

이제부터 1시간 가까이 죽음이다.

둘은 떠들고 사진 찍기 시작하더니 멈추질 않는다.

갑자기 마눌님이 마스크 꼭 쓰라한다.

둘이 마스크 안쓰고 논다고.

긋참.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참는다.

저리 좋아하는데

근데 너무 시끄럽다.

책에 집중이 안된다.

헛기침과 몇가지 동작으로 경고를 보내지만 그저 미풍일 뿐.

옥상에 올라가 바람을 쉰다.

그런 뒤 마늘님도 올라가보라 한다.

을시년스런 날이지만 밖은 좋다.

<옥이네 집> <멍텅구리 식당> <엉터리식당>

셋 중 하나를 택하라 한다.

<멍텅구리 식당>

차를 다방에 두고 걷는다. 골목에 오래된 집이 눈에 보여 들어가 사진 찍는다. 안골목으로 들어가니 꼬마 때 많이 본 스레트 지붕 집이 몇가구 있다.

그들의 삶과 관계없이 구경꾼은 옛스러움이 많이 남아있으면 좋다.

                           <출연한 연극 제목이 미용실에서 이다. 그레서 기념 한 컷>

 

누님은 전라도는 그대로 두었으면 한다고 이야기 한다.

대부분 사람들, 나도 그런 맘이 많이 있다.

만약 그럴려면 우린 전라도에 세금을 엄청 내어야 한다.

그들의 불편을 담보로 우리는 옛것을 즐기니 당연 엄청난 보조금을 줘야 하는게 맞다.

그런데 우린 투자 없이 즐길 것만 바란다.

비용 지불 없이 통일을 바라듯이.

1키로 넘어 걸으니 집이 보인다.

오래된 간판과 선술집 같은 풍경.

빙어회를 시키니 <병어와 밀치>가 나온다. 냉동이다.

그래서 양은 풍부하고 막장과 초장이 마음에 든다.

마눌님 얼굴이 화악펴진다.

멀리 여행 온 기분이라고.

매우 싱싱한 회를 먹는 우리지만 즐겁게 맛있게 먹는다.

매운탕 양도 엄청나다. 안에 들은 것이 장어와 꼬랑치 등이다.

매운탕 고기를 뜯어 먹는 것은 맛있다. 사람들은 국물만 먹지만 우린 모든 것을 다 먹는다.

술 한잔 아쉽지만 운전해야 하니 생략.

잠시 저녁 한그릇인데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여행이 되고 즐거움이 더해지니 이 얼마나 기분 좋고 경제적이기 까지 한가!

심사부에게 사진 한 컷.

절대 놀리는게 아니라고 하면서. 끄억...

나중 유투브 보니 그 시각 그는 동영상 올리고 있었다.

서로의 직업이 다르다.

그는 화가이고 난 마눌님 즐겁게 하는 매우 사적이고 이기적인 직업.

                       <박재현 작가의 작품 >

 

사거리 시장으로 가니 7시도 안되었는데 폐장 분위기다.

가자미 식혜 할매는 없다.

마눌님이 그럴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 난 옛날 생각만 하고 무시 했다가 할매를 못본다.

오뎅만 산다.

자주 가는 단골인데 관광객 취급이다.

세 개를 사는데 서비스도 안준다. 달라한다.

짜증이 난다. 담엔 이 집 다시는 안온다.

가져 간 장바구니와 옛날에 담아주었던 봉다리까지 가져갔는데 자꾸 새걸로 담아주려길레 필요 없다고 거절한다.

마무리가 안좋다.

오늘은 순대를 생략하려 했으나, 식혜 못사서 순대를 산다.

순대 할매는 매우 조그만 공간에서 판다. 순대만 판다. 중간에 있는 식당에 파는 순대는 공간이 넓다. 옛날엔 이 중간 점포가 최고였는데 사거리 시장이 관광지로 바뀌면서 모든 게 달라졌다.

가져간 통에 담아 달라하니

할매는 늘 같은 말 금방 식을건데...”

어차피 집이 멀어 식어서 데워 먹어야 해요 괜찮아요...”

 

순대는 넣어 두었다가 한 두어번 나눠 먹는다.

마눌님은 저녁으로 먹고 먹다가 남으면 난 라면에 넣어 먹는다.

보통 7천원어치 사는데 오늘은 5천원어치. 배가 많이 불러 내일이나 먹어야 하니.

하루가 간다.

집에 돌아와 각자 컴 앞으로.

하는 공부가 서로 다르다. 방도 다르다.

즐거운 하루 뜻있는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