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간만에 서울: 노은에서 만난 신경림<농무시비>

무거운 빈가방 2020. 10. 8. 19:05

이번 금요일 코스모스 읽기 모임에서 행사가 있다.

기자들도 와서 우리 독서모임을 촬영하거나 인터뷰해 간단다.

일찍 모여 <컨텍트>(2016,드니 빌뇌브)를 보고 날 좋으면 밖에서 별도 본다하네.

난 서울 가야하는 날이라 고민고민 하다가 참여하기로 하고 1주일 미뤘다. 근데 사정이 생겨서 서울로....

많이 아쉽다. 독서모임에선 큰 행사일낀데 중간에 낑긴 내가 참여를 못하니.

게다가 별을 보면 , 마눌님께서 다음에 손주(아직 결혼도 안했고 언제할지도 모르는 새끼인데)에게 보여주고 가르쳐 주라고 사 둔 망원경을 가져가서 배우려고도 했다.

우짜겠노. 연휴에 공휴일 행사한다는 것이 잘못이제.... 하면서 서울로 향한다.

 

하늘이 맑으니 구름의 음영과 산의 음영이 뚜렷하여 보기 좋다. 하늘색은 더 좋지...

보통 절반 약간 넘은 문경에서 한번 쉬는데 이번엔 가다 보니 괴산에서 쉰다.

괴산과 충주 지도를 보고 혹 들릴 곳 잇는가 찾아보니 <노은><신경림시비><생가>가 있다.

, 신경림.....

북충주 IC를 빠져나와 얼마안가니 노은이고 노은초등이 나온다.

입구에 방문일지를 적고 왼쪽에 있는 시비로 간다.

...... <농무>

고딩 1때 선배가 알바로 주간신문을 팔았다.

이름도 기억안난다.

첫장엔 시가 나오고 안에는 문학 이야기가 제법 많았다. 책도 제대로 안읽는 내가 문학 이야기엔 관심이 있어서 좀 열심히 봤다. 어려웠지만...

어느날 시문에 시한편이 올라 있다.

<농무>.

충격이 매우 컸다. 이런 시가 다있네?

시를 이렇게 적기도 하네....

교과서의 점잖은 것들만 보다가

<서림이가 .....어쩌구 저쩌구> 하는 대목에서는 웃음과 장난기가 입가에 맴돈다.

그리고 절로 춤을 추는 듯한 느낌도 준다.

농민들의 애환은 가슴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오늘 같이 맑은날 징 소리와 괭가리 소리가 울리고 고개를 돌리며 까부는 사람들의 그림이 참 좋았다.

                  < 비 아래에 농무 모습이 있다. 많이 조잡하지만...시비 위에 보면 멀리 낮달이 보인다.>

이 시는 <내 인생의 시>가 될 뻔했다.

흉내를 내어 보고 일상을 이런식으로 적어보곤 했는데.......

깊이 있게 공부를 하거나, 부지런히 책을 시를 읽거나 해야는데 그 과정들은 모두 생략되었다. 그리고는 잊고 살았다.

괴산 휴게소 지도에서 본 <농무>는 아련한 추억이 되새김질 하듯 속에서 우러나온다.

 

<노은초등학교>는 올해 100주년 이다.

기념으로 동창들이 돌을 세우고 글을 새겼다.

운동장 오른편에는 큰 나무가 멋지게 자랑하고 구석엔 처음 세웠던 교문 기둥이 있다.

년도가 희미하여 식민지 때 세운건지 해방이후 인지는 잘모르겠다.

<노은공립보통학교>,

<신경림 생가>를 찾아간다. 도중에 문닫은 주점을 본다.

사진을 몇장 찍고 창고 안에는 보이질 않는데 위에 틈으로 카메라를 넣어 찍어 봤는데 안에 트렉튼진 차인지 약간 생소한 모습으로 들어 있다.

술이라도 한병 샀으면 좋았을 건데. <대동약방> 뭔지 옛스런 느낌이다.

                                  <100주년 기념비 뒤에 소나무도 멋지다...>

                          <은행나무는 교목이란다. 멋들어지게 학교를 지키고있다.>

 

학교 지키미가 생가 위치를 설명하는데 느티나무가 울럭불럭 또 울럭불럭 하는데 그 옆에 있단다. 말을 잘 못알아들었다. 암튼 찾아가니 나무 한그루가 정말 울럭불럭한다.

굵은 혹들이 여럿있으니 재밌다.

단촐하고 소박한 생가엔 사람이 살고 있어서 들어갈 수 없는데 입구에 개새끼가 워낙 짖으니 시끄럽지만 평온하다.

안내판 위에는 <낮달>이 멀리 떠 있다. 반달 정도쯤이다. 한가위가 1주일 지났으니 그렇겠다.

 

시인의 첫 시집이 <낮달>이라는데 <노은> 지역엔 낮달이 자주 보이는 모양이다.

지킴이 말로도 달과 해가 교차되는 상당한 풍경을 몇번 봤단다.

식당 두군데를 소개해 주던데 모두 시간이 안맞다.

동네 구경값을 내어 놓아야는데 인연이 안된다.

지나는 길에 <능이버섯> 집이 있던데 들어가려다 지난다. 서울로.

 

집엘 들어오니 식탁이 멋지다. 와인잔과 와인이 놓여있다. 큰놈이 우리 생일 선물로 와인잔과 와인을 올려 놓고 출근했다. 늘 신경 쓰주니 고맙고 미안하기도 하다.  오늘 밤엔 와인 한잔 하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