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잠시 멈추면 나아가기 슆지 않다.
블로그 글도 그렇네.
영화의 전당을 집처럼 들락거리다가 이제 가지 않으니 영화 볼 일이 없다.
안보니 적을 글이 별로 없고, 안쓰니 블로그도 멀어진다.
지나간 과거는 과거일 뿐인데, 과거의 일 때문에 그 영향으로 지금도 이어진다면 과거가 아니다. 현재 일들이 과거로 인해 일어났고 일어나고 있는 현재이다,
오랫동안 애먹이던 물건을 정리했다.
마눌님은 아쉬워 하시지만 난 아이다. 하나라도 고민에서 벗어나면 그게 좋은 것 아닌가!
기념으로 강도사 부부와 저녀을 같이 하기로 한다.
낮에 만나 산책을 좀 하고 광안리 수변공원 입구 <앵커>에서 저녁을 보내기로.
이기대로 가 <백련사>로 안내 한다.
입구 들어가는 길부터 절까지 강도사 부부는 이런 곳이 잇는 줄도 몰랐다 한다.
바람이 차고 엄청 세다. 몸이 밀려갈 정도이지만 아래 파도는 희게 크게 부숴지면서 우렁찬 소리를 낸다.
백련사로 들어가니 작은 절은 옛스러움과 아기자기함을 뿜어내며 고고하게 자리를 지켜 옴을 빛낸다.
아래 큰 건물(국회의원이 차지했다는 전설은 전국이 안다. 군대가 있는 곳인데 저 곳을 예식장으로 했으니 부산시가 저지른 특혜와 비리의 온상 중 하나일거다.)을 보면 여기가 절이 아니었다면, 조게종 절이 아니었다면 저걸 차지한 놈이 여기도 차지했겠지. 그리곤 관광 코스를 개발했겠지.
<백련사>는 오래된 절은 아니지만 볼거리가 많다.
수수한 절의 모습, 입구에 옹기종기 여러 곳에 앉아 있는 작은 부처나 동자승, 그리고 크게 조각한 보살이나 십이지신상.
무엇 보다 해운대와 동해, 남해를 같이 볼 수 있는 멋진 곳이다.
옛날 같으면 적당히 바다를 박차고 나온 달맞이 고개가 참 앙징 맞고 이쁘게 보일거다. 지금은 엘시티가 가로 막고 에이아이디가 재건축하면서 쏫은 건물들이 달맞이 고개를 짓누른다.
뾰족한 아이파크 건물은 뒤의 곡선이 많은 제네시스와 어울져 높이만 오르길 염원한 마천루 세상이 한방에 펼쳐진다.
반쯤 자연에 서서 <슈퍼맨>의 고향 행성 <크립톤>이 떠오른다. 크리스탈로 이뤄진 도시가 무너지면서 크리스탈에 갈려 신음하게되는.....
<오륙도>로 간다.
파도와 바람 때문인지 사진 동호회로 보이는 무리들이 부지런히 촬영을 한다. 이걸 찍어라 저걸 찍어라 여기가 좋다... 그들의 목소리가 바람에 날려 멀리서 약간 들릴 듯 말듯한 신음처럼 지나간다.
강도사도 한 컷, 우린 위로 올라가 사진 찍는고 바다를 본다.
바람과 파도가 너무 세차서 서있기 어렵다.
바다는 거품을 내어 비처럼 우리 몸에 살짝 묻혀주곤 다시 새차게 휘몰아친다.
옛날 여기서 할매와 대로와 시진을 찍었다. 부산 근교 대부분은 할매와 같이 왔기에 할매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반성, 또 반성. 해결하지 못하는 반성. 그렇다하여 변화 시키지도 못하는 반성. 가슴만 아플 뿐.
오래 걷기 어려워 <앵커>로 간다. 길거리에 차를 두고 잠시 수변공원.
공원이 제대로 정비되기 전엔 아이들 델꼬 와서 여기서 장어도 구워먹고 했었다. 당시 모든 아이디어는 짜리가 냈다. 우린 따라만 가면 되었으니 얼마나 좋았노.
폭풍 때 휩쓸려 온 큰돌맹이 앞에 여자얘들이 신나게 사진 찍는다. 길에서 가끔 만나는 저런 웃음들은 삶의 활력을 준다.
이기대에서 멀리 보이던 아이파크가 코앞에 쏫아 있다. 여기선 들어가는 입구부터 꼭지까지 모든게 다 보인다. 배의 돛을 흉내냈다지만 끝을 뾰족하니 가슴을 찌를 듯한 형태가 되어 볼 때 마다 불안하다. 꼭 저리 해야 했을까?
<태풍에 휩슬려 온 돌과 그 위 뵤족한 첨탑의 아이파크>
<앵커>, 입구에 –여기 마음의 닻을 내리다-가 제일 위에 있다.
마눌님과 나는 레스또랑 인 줄 알았는데 어면서 강도사의 이야기가 술집이란다.
강도사의 오랜지기가 연 집이다.
들어가니 무지 큰 스피커가 자리한다. 울려서 귀를 정화시켜 주겠다. 엘피판과 CD들.. 그리고 사진과 주변을 장식한 여러 가지 것들.
우린 창가 가장 전망 좋은 방에 앉는다.
광안대교 아이파크 .
조심스레 음식을 먹고 사장의 무용담을 듣는다.
생을 자신있게 살고 지금도 망설임 없이 살고 있는 그가 참부럽고 존경스럽다.
사생활과 결부되어 여기에 올리지 못하지만 그의 생은 소설 여러편이다. 사는 모습도 그렇다.
언제가 술집에서 누군가 큰소리로 무용담을 이야기 하는 사람이 있다면 고개를 한번 돌려 보시라. 이 사람일 수 있다. 무엇을 하든 자신을 던져 일하는 이야길 한다면 거의 이사람일 것이다. 거기다가 목소리도 약간 허스키하면서 크면 확률이 더 높다.
이럴 땐 시끄럽다 하지 말고 귀기울이시라. 다소 거친 욕설이 난무해도 기이하고 재미있다. 동시에 다양한 삶을 만난다.
인사하고 나오니 달이 아이파크에 걸렸다.
우린 온종일 아이파크를 위치별로 찾은 아이파크 동호회처럼 동선에 머물렀다. 오륙도에서만 그를 못봤지.
가격 때문에 배가 아쉬웠는지 강도사는 밀면이나 국시를 먹자한다.
구서시장에서 3천원자리 국수 셋과 소주 한병.
극과 극의 식당에서 마무리한다.
모두 만족이다.
보름에 제대로 보지 못한 뒷날, 게슴츠레 하지만 큰 달을 보고 파스타와 국수로 마감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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