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반복되는 서울도착이지만 오늘은 눈이 맞이한다.

무거운 빈가방 2010. 12. 17. 09:27

10-12-16 서울 도착

 

간만에 낮 기차를 탄다. 속도는 빠르나 이젠 더 이상 부산을 빠져나갈 때 낙동강을 보면서 사색에 잠기는 풍광은 없다. 그냥 지하로 방향도 달리 지나간다. 대부분 방음벽으로 막혀있고 어디가 어딘지 모른다.

 바쁜 일상에 쫓겨 사라지는 낭만은 단지 마음만이 아니다. 변하는 세상이 그것을 강요하고 인간의 내면을 밖으로 던지고 항복하라 강요하는 듯 하다.

 자리가 좁은 KTX는 잠들지 않으면 늘 다리가 불편하다. 옆에 아저씨 눈치 보지않고 앞 판데기 꺼내 다리를 위에 올려놓고 번듯이 반쯤 드러누운 자세로 간만에 잡지를 2시간 넘게 봤다. 시네21은 책이 아니다. 잡지다. 마치 선데이서울 읽듯이 볼 수 잇는 나의 유일한 구독서인 택이다. 한겨레21이나 시사인은 요새 보지않는다. 애써 외면한다. 현실에 고개돌리려는 내 모습이다. 시네21도 한달만에 겨우 다시 잡았다.

 

 서울에 도착하니 눈이 찔끔 나린다. 부산사람 니는 잘못보제 하면서 마치 부산 눈처럼 찔끔. 그래도 좋다. 하늘에서 사뿐히 내려오는 선녀의 모습처럼 그리 느껴진다. 어릴 때 동요의 영향이 있으리라.

 

 아침에 억지로 일어나니 세상은 온통 눈이다. 내가 좋아하니 나에게 잘보이려는 듯 밤새도록 내리고 내가 보질 않으니 볼 때 까지 쉬지 않고 내린 모양이다. 지금도 제법 나린다.

 

일주일 내내 비워 차가운 방에 온기를 넣고 그동안 너무도 차게 식어진 내 마음에도 약간의 여유를 가져라 또닥거리면서 밖을 본다. 힘듬이 사그라드는 의욕이 눈과 함께 땅으로 땅으로 꺼졋으면 좋겠다. 내 스스로가 만든 나의 울타리와 함정 때문에 이제 그만 힘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