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4-19 우리 의사 선생님(Dear Doctor) 씨네코드선재
선재는 처음 방문한 극장이다. 스크린은 매우 작고 좌석 형태는 부산의 국도예술관과 닮았다. 좌석을 뒤로 잡았데 너무 멀어 나가서 다시 앞으로 바꾸었다. 맨 앞에서 보니 화면이 알맞은 크기로 바뀐다. 건물은 매우 깔끔하고 한옥 마을인 북촌의 분위기들 때문에 괜시리 고즈넉하게 느껴진다. 담엔 좀 일찍 와서 동네 한바퀴 돌고 차라도 한잔 마시는 여유를 가져야겠다. 아 극장가는 곡몰길에 공정무역물건 취급소 가 있어서 초콜렛을 몇 개 샀다. 사실 초콜렛 먹어 본 적 거의 없는데 공정무역이란 이름 하나 때문에 제법 사서 먹었다. 주로 그대로 식량 비슷하게 되어버려 제대 이후 빠지지 않는 살을 더욱 보충한 꼴이 되어버렸다만. 이것도 우리편 의식의 작용이다. 버렸으면 좋겠는데 그러면 참 편하게 살낀데 이놈이 무슨 악연인지 벗어나지도 않고 귀신처럼 따라 다닌다. 공기인형에서 인형 노조미는 밤그림자가 속이 뚫린 자신을 반투명으로 나타나자 준이치가 그림자를 보지 못하도록 슬그머니 위치를 옮긴다. 이런 것이 미덕일진데 내 마음속에 떨쳐버리고 싶은 것들은 미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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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니시카와 미와
출연 쇼후쿠테이 츠루베 (이노 오사무 역), 에이타 (소마 케이스케 역), 요 키미코 (오오타케 아케미 역), 이가와 하루카 (토리카이 리츠코 역), 카가와 테루유키 (사이몬 마사요시 역)
줄거리
당신이 남기고 간 비밀, 거짓말… 그리고 추억
어느 시골 마을. 도쿄에서 발령 받아 온 인턴 의사 소마는 동네 사람들의 건강을 세심하게 돌보는 이노와 함께 지내며 의사로서의 자부심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이노가 갑자기 실종되고 경찰까지 출동하여 사라진 그의 행방을 찾아 수사를 펼친다.
주변 사람들을 상대로 그의 신상을 조사하던 중 이노의 비밀스런 과거가 밝혀지게 되고 절대적인 믿음으로 이노를 의지했던 마을 사람들은 그에 대한 기억을 하나씩 되살리며 서로 엇갈리기 시작하는데…
테그라인
고맙습니다.
우리를 지켜준 당신의 거짓말
섬세하게 탐구하는 리얼리티
<우리 의사 선생님> ディア·ドクタ 니시카와 미와
도쿄 출신의 젊은 의사 소마는 작은 산간 마을에 인턴으로 발령받는다. 빨간 스포츠차를 타고 요란하게 도착한 소마는 곧 이곳의 ‘신’과 마주친다. 마을의 늙은 의사 이노는 마을 사람들의 온갖 병력과 가족 사항까지 죄다 파악하고 있다. 소마는 점점 그에게 감화되다가, 문득 이상한 점을 눈치챈다. 의사로서 환자에게 보이는 상냥한 매너는 흠잡을 데 없지만, 이노의 의학적 기술은 어딘가 의심스럽다. <유레루>를 통해 진실이 야기하는 예기치 않은 결과를 탐구한 바 있는 니시카와 미와는 <우리 의사 선생님>에서 다시 한번 수수께끼 같은 캐릭터 스터디를 통해 믿음과 정체성의 문제를 다룬다. “사회적 가면 뒤의 정서적 리얼리티를 면밀하고 섬세하게 탐구한다.”(<재팬 타임스>) “이노를 연기하는 쇼후쿠테이 쓰루베의 호연이 압도적이다. 시각적 감흥을 주는 롱숏과 함께 정보를 충분히 주면서 극적 긴장감을 유지하거나, 혹은 무언가를 환기시키는 오브제에만 집중하거나. 니시카와의 연출 역시 주의를 고정시킨다.”(<버라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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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감이 너무 좋다. 시골이라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감독은 색을 즐긴다. 아마 마음이 3색처럼 밝아서 그러리라.
이노 오사무를 연기한 ‘쇼후쿠데이 츠루베’는 원래 TV에 코믹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모양이다. GV 때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고 즐거워한다. 그도 그것을 즐기고 사람들을 재미있게 해 주는 프로정신을 보여준다. 어찌 이리 딱 맞는 사람을 구했을까? 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그의 연기는 이노 역에 딱이다.
사람 대하는 정성어림, 거짓말로 일관해 와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한 거북함이 언듯언듯 드러나는 표정, 극을 즐겁게 끌어가는 동력이다. 37의 여감독과 60의 남배우 이것도 참 잘어울린다.
스펙이란 말을 근래에 와서 처음 들어봤다. 한겨레에서 ‘대학 스펙 쌓기에 열중’이란 기사가 실려서 이다. 뭔 뜻인지 몰랐는데 선배집에 가니 서울에서 학교 다니는 딸이 ‘요새 학생들은 스펙 쌓기에 바빠서 다른 것은 신경도 못쓴다.’라 해서 물어봤다. ‘경력’으로 표현해도 될 것 같은 단어인데. 이미 우린 그런 시대에 산다. 어딜 가도 듣는 말들이 어려워 내가 고생을 많이 한다. ‘굳어버린 머리인데’라며 위로하면서 다녀도 마음은 언제나 찝찝하다. ( 엣지란 말도 오늘 알았다. ㅠㅠ 참말로 아래한글 요사인 꽝이다. 엣지란 단어가 계속 영어로 나와 다른데서 복사하여 옮겼다. 증말 짜증난다.)
이 영화의 주 소재인 ‘자격증’도 하나의 스펙이리라. 감독은 의사 아닌 의사인 이노를 내세워 이 시대의 진정한 자격증이란 무엇이냐는 화두를 던진다. 뭐 골머리 썩히는 질의도 아니고 모두에게 가벼운 웃음을 선사하면서 함 생각해 보라는 유도를 한다. 그래서 즐겁고 부담이 없다.
환자들에 대하는 태도도 참 신실하다. 마을 병력은 다 알고 있으니 신참 의사 소마(에이타)에겐 모범의 정석이다. 모르는 것은 밤을 세워서라도 책을 펼쳐 공부를 한다.(이것도 신참에겐 뿅가는 일이다. 자기도 시골 의사되겠다고 의지로움을 보여주시니.)
한 밤 중에 라도 뛰쳐나가는 의사. 우린 보기 어렵다. 옛날 울 모친 목에 큰 가시 걸려 대동병원 응급실에 갔었다. 의사는 환자를 쳐다 보도 안하고 사진부터 찍는다. 그리고 사진은 보도 안하고 핀셋으로 가시 뽑고 가라한다. 나는 그 병원에서 비싼 응급실 사용료와 사진 촬영료를 내고 대신에 엄청난 스트레스 지수를 받았다. ‘우리 의사선생님’은 그런 샘이 아니다. 찾아가는 선생이며 환자에게 물리적 치료 보다는 정성으로 낫게 해주는 인술을 펼친다.
이런 자상하고 마을에선 최고의 스타가 어느날 사라지고 그가 자격증 없는 가짜라 알았을 때 ‘우리 스타 샘’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어떠할까?
김남수 선생님이 그리 오랫동안 침과 뜸으로 봉사활동을 펼쳤는데 왜 그는 한국에서 쫓겨낫을까? 그를 못잡아먹어 으르렁 댈 뿐만 아니고 고발을 하고 그를 추방당하게 한 단체들은 무엇때문일까? 우습게도 여기에 대한 답을 이 영화에서 본다.
영화는 사람에게 아무 부담도 가지지 않게 하면서 시골에서 일어나는 일상을 적절한 사건 배치로 지루함을 모르게 만든다. 그러면서 감동과 생각을 끌어내니 참 대단한 솜씨다. 카메라를 길게도 잡아내는 롱롱컷(?)이 많은데도 배우들이 잘 임한다. 시골색의 장점을 잘살리니 눈도 편안하고 마음도 안온하다.
공기인형에서 봣던 인형주인 이타오 이츠지와 나이를 먹는 몸에 대해 엄청 스트레스 받는 ‘요 키미코’(굿바이에선 장례식장 아짐씨)도 나온다. 이들은 이런 류의 영화에 약방에 감초이고 극 유지의 한부분을 어김없이 담당한다.
그렇다하여 의사를 완전한 사람으로 꾸리지는 않는다. 적절한 욕심도 있다. 의사로 남아있는 이유도 있고. 그가 소마에게 “난 자네와 달라. 어쩌다 보니 눌러앉은 거야.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 인정해 주니 고맙지만”라 하는 대목에서 인간의 욕망과 갈등을 잘 비춰준다.
이노를 진짜로 만든 것은 마을사람이지만 가짜로 만든 것도 마을 사람이다. 자격증에 대한 애증.
김남수 옹을 쫓아낸 세력들에게 이 영화를 권유하고 싶다.
*** 엔딩에 나오는 노래가 참 잘어울리며 정겹다. 가사를 적었으나 독해가 안된다.( 내 빠른 글씨는 나도 잘 몰라본다. 나중 바깥아내에게 물어봐야겠다. 옛날 내 편지를 가장 많이 읽은 사람이니 나 보다 더 잘알끼다.) 며칠 분석하여 다시 올리겠다.
내가 죽으면 가 되어 웃음 꽃을 피우겟어요.
그대 당신이 당신이라면 나 역시 나겟어요
되돌아보면 지도도 없이 곁눈질 만으로 고비고비 걸어 왓네요.
안되는 말로 망설이던
그먼길을 돌고 돌아서
고비마다 어김없이
http://movie.daum.net/moviedetailVideoView.do?movieId=52430&videoId=27453
간호사는 무엇을 들고 뭔 말을 하시는가?
이 양반들은 왜이리 심각한지.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심각한 캐렉터
울 의사샘의 인기를 실감하다.
이제 떠날 때가 되어간다.
아~ 이 푸르름 속에서 하나의 벌레이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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