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5-01 허트로커(이스트모모 이대)
시작의 멘트가 매우 인상적이다. ‘전쟁은 마약과 같아서 치명적으로 중독된다.’ 영화를 보면 이 말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아니 이 영화가 아니더라도 역사상 벌어지는 전쟁의 모습이나 지금도 여전히 일으나고 일으키는 전쟁은 치명적으로 중독된 세력들의 땅따먹기로 보인다.
아바타를 제치고 아카데미상을 휩쓴 영화의 모습은 어떠할까? 하는 궁금함과 이라크라는 지역이 가지는 전쟁물의 한계를 어떻게 뚫고 나갈까? 하는 의문도 가지면서 영화에 임했다.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폭발물 제거반 EOD의 이야기다.
‘그린존’이나 ‘시리아나’ ‘엘르의 계곡’ 같은 영화는 전쟁의 원인과 책임을 기본으로 깔고 시작한다. 그러나 ‘허트로커’는 아무 설명이 없다. 가해자나 피해자에 대한 이야기도 모두 생략이고 미군이 지배하고 있는 이라크에서 일으나는 현실에 대한 두려움을 화면 가득히 담아내는 데 집중을 한다.
두려움이란 무엇일까? 이미 일어날 것을 알고 있는 것은 포기를 하기 쉽다. 그러나 어찌될 지 알 수 없는 것들은 극도의 공포감을 주기 마련. 감독은 너무도 얄밉게 이 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관객들의 두려움을 극도로 끌어낸다. 학형 형수님은 영화를 보는 중에 자주 눈을 감고 있다가 잠이 들기도 했다한다. 내 바깥아내는 미씽거리는 속 때문에 영화를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제법 심장 강한 두여인이 이런 현상을 겪었다는 것은 허트로커가 관객을 영화에 몰입하는 힘을 엄청 가지고 잇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좋겠다. 옛날 드라큐라나 지금의 공포 영화와는 전혀 다르지만 그들 보다 더 함을 끌어내어 스스로 수작이 되어버렸다.
이 영화가 받은 무수한 상들은 심사위원들이 상을 주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공포 때문에 준 것이 아닐까 싶다.
미군의 주둔에 항의하는 이라크 인들의 저항들 때문에 부대의 창문조차도 두꺼운 차단막으로 막아 생활하는 병사들, 출동하는 현장 주변에 늘 있기 마련인 사람들(구경꾼 또는 적군?)에게서도 긴장과 경계를 늦출 수 없는 그들의 심장은 얼마나 확장되어 있을까?
폭발물의 설치도 점층으로 도를 더해가는데 이를 제거하는 주인공의 행동도 그 만큼 도를 더해가니 관객의 긴장도 그러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 영화의 압권은 폭발물 제거나 폭발하는 과정을 미학적으로 표현낸 것이 아니라 폭발물에 다가가는 사람의 모습인 것 같다.
혼자서 입지 못하는 무거운 방호복과 한걸음씩 디디는 걸음과 가쁜 호흡, 그를 경호하는 동료 군인과 이를 바라보는 이라크 인들의 시선. 이에 비하면 기폭장치를 찾아 해체하는 과정은 이미 답을 찾은 안도처럼 느껴진다.
도심 한복판은 처절하게 부숴져 있고 돌무더기나 자동차(소나타 EF 트렁크에 폭탄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보인다.)안 등등에 폭발물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변에 사람들은 미군을 보고 있다. 그들의 얼굴엔 미소 하나 없고 그냥 응시 한다. 그러면서 뭔가 움직이고 있다. 저들이 혹 원격조정하여 폭발물을 터뜨릴 사람인가? 아니면 그냥 구경꾼인가? 마치 미국이 일으킨 전쟁을 구경하는 세계인의 눈이기도 하다.
이런 와중에도 이를 게임처럼 즐기는 사람도 있고, 죽을 만큼 힘든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얼마나 많은 폭발물을 해체했는가 하는 기록에 대한 호기심으로 제임스를 대하는 대령의 환호나 그가 해체한 기폭 장치를 침대 밑에 두고 자는 제임스의 모습은 어쩌면 전쟁이란 하나의 게임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는 지 모르겠다. 누군가 죽였더라도 살아남으면 성취감이다.(상병이 아랍인 죽인 뒤의 환호) 그들은 폭력속에 살면서 폭력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피해자이기도 하다.
입대 이후부터 우린 제대할 날을 헤아린다. ‘제대 몇 일 전’ 학생들은 ‘시험 몇 일 전’ 으로 시작하겠지. 허트로커의 부대도 제대를 며칠 남기지 않았지만 날이 다가올수록 감독은 더 강한 폭발물을 영화 속에 숨겨 놓는다. 내 심장을 폭발 시켜버리지 않으면 안될 것처럼.
중독의 주인공은 부대원과 사사건건 마찰을 일으키고 그의 행동은 억누르기 힘든 중독의 극치를 보여준다. 어쩌면 그에겐 폭발물이 숨겨진 돌무더기 보다도 마트에 빽빽이 진열되어 있는 과자(시리얼 류)상자가 더 끔찍하게 보였을 지도 모른다.
간만에 만난 수작이다. 보는 내내 내 심장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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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urt Locker :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주는 사람'이란 뜻과 함께 '어려운 시기'라는 군대에서만 통하는 의미도 있음.
감독 캐서린 비글로우
출연 제레미 레너 (윌리엄 제임스 역), 안소니 마키 (JT 샌번 역), 브라이언 개러티 (오웬 엘드리지 역), 가이 피어스 (맷 톰슨 역), 랄프 파인즈 (팀 리더 역)
태그라인 : 죽음보다 더한 두려움과 맞서다!
시놉시스 : 우리가 싸워야 하는 적은 죽음보다 더한 두려움이다!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폭발물 제거반 EOD, 예기치 못한 사고로 팀장을 잃은 EOD팀에 새로 부임한 팀장 ‘제임스’(제레미 레너)는 독단적 행동으로 팀원들을 위험천만한 상황에 빠뜨린다. 언제 터질 지 모를 급조폭발물과 시민인지 자폭 테러리스트인지 구분할 수 없는 낯선 사람들은 EOD팀을 극도의 긴장과 불안감에 빠뜨리고, ‘제임스’의 무리한 임무 수행으로 팀원들간의 갈등은 깊어만 간다.
숨막히는 공포 속에서 하루하루 본국으로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지만, ‘킬 존’에서의 시간은 더디게만 흘러가는데... 제대까지 남은 시간 D-38. 과연 이들은 무사히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최고의 긴장감을 선사하는
영화 속 에피소드와 비하인드 스토리
1. 폭탄의 압박보다 컸던 방호복의 압박, 제레미 레너
극중 폭발물 제거반 대원으로 나오는 제레미 레너는 폭발물을 처리하는 것보다 90파운드 즉, 50kg달하는 방호복 때문에 더 무거운 압박을 느꼈다고 한다. 촬영지였던 요르단의 평균 43도를 웃도는 뜨거운 날씨 때문에 방호복을 입고 촬영하는 날에는 거의 땀으로 샤워를 했다며 제레미 레너는 폭탄을 제거하기 전 자신이 먼저 죽을 거 같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2. 기존의 방식을 버린 리얼한 폭발장면!
폭발물 제거반의 이야기답게 빠질 수 없는 폭발장면을 위해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은 실제 폭발물을 사용하였다. 그간 할리우드에서 사용한 비주얼이 강조된 CG 촬영을 감행하지 않은 이유로 그녀는 “겉으로 보기엔 화려해 보이지만 전혀 현실적이지 않는 폭발장면에 대해 실제 폭발물 제거반 대원들이 헛웃음을 자아냈다”며 EOD 대원들이 매일 목숨을 걸고 다루는 실제 폭발물 유형의 장치를 사용한 배경을 밝혔다.
3. 생생한 장면을 위해 사용된 촬영 장비!
초반 대원들이 폭발물을 처리하는 장면에서는 실제 폭발물 제거반이 사용하는 로봇을 사용하였으며 폭탄에 접근하는 장면 역시 긴장감 넘치는 장면을 위해 로봇이 전송하는 실제 촬영 장면을 사용하였다. 또한, 폭발 후 솟구치는 연기와 자욱한 먼지를 Panthom HD기법으로 잡아 내었으며 High Speed Camera로 폭발 되는 찰나의 순간을 슬로우 모션으로 담아내 파편이 튀는 세세한 장면까지 놓치지 않았다.
소나타 EF
비글로 감독 나를 홀딱 반하게 한!
위에서 잠깐 말했듯 내가 보는 이 영화의 압권은 폭탄 제거를 위해 걸어가는 장면과
이것을 쳐다 보는 이라크의 군중에 있다. 군중 사진을 못구해 매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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