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5-02 고뇌(러시아 모스필름 회고전 Mosfilm Retrospective) 씨네마테크
9중대, 즈베즈다(별) 등 두 영화를 인터넷에서 보았지만 영화관에서 접하긴 처음이다. 영화의 본질은 나라마다 비슷하지 않는가? 단지 독재의 힘이 강할 때는 인간 본연의 탐구 보다는 정치적 선전과 정권 유지 차원의 교육용 영화를 만들기를 바란다. 이런 영화는 ‘대한뉴스’나 ‘4대강 홍보’ 같은 류의 선전 보다 더 강렬할 경우도 있다.
볼세비키 50주년 기념으로 정부 수주 영화인데 정부의 의도를 너무도 한참 벗어나 버린 영화. 괘심죄로 강화된 검열 속에서 몇 차례 배우들도 바뀌고 70년대 완료 되었으나 상영도 못하다가 80년 이후 빛을 본 영화이다.
‘피의 일요일’이후 파업, 농민 봉기등으로 ‘볼세비키 혁명’으로 일정 마무리 되는 역사의 현장에 중요 한 위치에 있으면서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가졌던 인물 ‘라스푸틴’의 이야기다.
쏘련의 정치적 변동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영화사에서 혁명을 기념하는 영화에 대한 요구에 답한 영화치고는 너무도 기이하고 주인공 또한 기이하니 괘심죄가 적용되는 것은 당연하겠다.
시작 장면이나 영화 중간중간에 나오는 흑백화면의 옛날 봉기 등은 영화 전체를 흐르는 라스푸틴의 기행에 비하면 너무 미약하다. 물론 라스푸틴의 기행과 볼키는 돈에 대한 욕구, 면죄부 팔 듯 돈의 대가로 모든 것을 다 해결해주는 권력의 힘과 민중의 봉기는 계속 대비되는 식으로 나온다. 그래도 초점은 그의 기행이고 그가 죽기를 바라는 수많은 세력의 긴장에 있다.
눈 속에 서 있는 겨울궁전과 황실의 복장은 눈을 시원하게 할 정도로 깔끔하면서 화려하다. 아마 이러한 시원한 색감과 그의 기행을 둘러 싼 복잡성이 베니스영화제 특별상을 받게 했으리라.
여자 편력과 미친듯한 그의 괴성, 지저분한 복장과 음식욕을 다큐 보듯 집요하게 보여준다. 영화를 보는 중에 입맛이 다 떨어질 정도다.
정치적 위기가 올 때 마다 기이한 행동으로 위험을 벗어나고 황실의 신뢰를 유지시켰던 인물의 행보는 어쩌면 이러하니 황실이 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대비적으로 보여주는 것인지 모른다.
일요일날 러시아 영화 3편을 보려고 당당히 나섰다가 이 한편만으로도 너무 힘들어 돌아왔으니 상을 받을만한 영화임은 분명하다.
줄거리 및 간단한 내용은 아래쪽에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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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엘렘 클리모프
출연 알렉세이 페트렌코 (그리고리 라스푸틴 역), 아나톨리 로마신 (니콜라스 2세 역), 벨타 라인 (알렉산드라 표도로바 역), 알리사 프레진드리치 (비루보바 역), 알렉산드르 로만트소프 (유스포프 역)
러시아의 괴승, 요승이라고 불리며 엄청난 권력을 행사했던 라스푸틴의 삶을 그렸다. 1915년 전후의 러시아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전쟁 덕분에, 온 나라가 굶주림과 황폐함으로 치닫고 있다. 사치와 부패로 가득 찬 왕궁에 라스푸틴은 우유부단한 니콜라스 황제를 통해 권력을 휘두르는데…. 복잡한 구성, 기이한 세트와 화려한 색감으로 독특한 미학을 보여주며, 1982년 베니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미국 영화 “라스푸친” 1996의 줄거리다.)
백년에 걸쳐 러시아를 통치해왔던 로마노프 왕조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스(Nicholas: 이안 맥켈렌 분)는 오랜 군주정치에 대항하는 혁명당원들의 과격한 움직임에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는 알렉세이 황태자가 불치병인 혈우병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도 커다란 걱정거리 중 하나였다.
시베리아 빈농의 아들로, 어린 시절부터 신비한 신통력을 보여왔던 라스푸친(Rasputin: 알란 릭맨 분)은 황궁을 드나들며 황태자의 병세를 치유할 기회를 얻게 된다. 그는 황태자의 병세를 완화시키고 고통을 덜어주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고, 황실 가족의 일원처럼 황궁을 드나들게 된다.
알렉산드라 황후(Alexandra: 그레타 스카치 분)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게된 그였지만, 상스러운 언동과 난잡한 행위들로 가끔 니콜라스 황제의 분노와 의혹을 사기도 한다. 그러나, 니콜라스 황제도 아들의 병세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신비한 치유 능력을 보여주는 라스푸친을 무시할 수가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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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푸틴이 죽기 전에 남긴 쪽지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다 한다.
"폐하. 제가 만약 농민에게 죽으면 왕조는 영원할 것이고, 귀족에게 죽으면 귀족이 사라질 것이며(차르도 당분간은 없겠지), 황족에게 살해당하면 이젠 왕조는 사라질 것입니다."
이런 류의 예언 비슷한 것에 절대 감동하거나 초점을 말자. 독재자나 기행을 일삼는 자는 자기에게 따라올 위험 정도는 동물적으로 안다. 그리하여 지 죽은 뒤의 정당성 비슷한 것도 마련해 두기 마련이다. 종교인이라면 예언적인 것들로. 나도 한다. ‘지구가 언젠가 망할 겁니다. 제가 죽고 난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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