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6-10 길 (1954) La Strada The Road 시네마테크서울 - 페데리코펠리니 특별전
인생이 길과 같다고 하든가? 길에서 모든 것이 일어나고 길에서 맺는 ‘길’은 주제음악과 함께 60년 세월을 뛰어넘은 명작이다.
지능이 모자라지만 착한 소녀 젤소미나와 잘난척, 센척 하지만 실상은 가진 것 없는 젬파노의 조합은 인생이 그렇듯 부족함으로 길에서 살고 채우려 하나 채워지지 않는 갈증으로 떠난다.
전쟁 이후의 로마 거리는 매우 삭막하다. 시골도 그러하지만. 젬파노는 여기저길 떠도는 차력사다. 유랑극단이라 하지만 그냥 차력사다.
차력사에겐 힘자랑 말고 무엇이 있겠는가? 여자가 필요하니 엄마에게 돈을 주고 여자를 사고(전쟁 이후라 가족 하나의 입을 줄이는 것도 매우 중요했던 시대다. 이럴 때 대체로 큰여식이 팔려간다. 이것은 동서양 불문이다.) 좀부족하지만 회초리로 이것저것 가르쳐 돈을 벌러다닌다. 성질은 괴팍하고 남들과는 화합이 안되니 가는 곳마다 충돌이요 술과 고함의 연속이다.
도망을 가고픈 젤소미나는 이런 남자(어쩌면 과거의 남성은 이런 괴물 비슷하지 않았겠나?)를 사랑한다. 그리고 자신을 알아주길 기다린다.
TV에서 단절적으로 봣던 이 영화가 이리 아름다운지는 잘몰랐다. 그냥 잘찍은 영화 한편이라 생각했는데 시대를 뛰어넘었다. 시네마테크 그 큰 극장에 제법 사람이 가득차고 숨조리 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집중도가 높다.
금방이라도 멈출 것 같은 오토바이와 그 곁으로 흐르는 길, 이들을 차분하게 비추면서 젤소미나의 웃음과 아픔, 슬픔을 담아낸다. 바이올린소리, 때론 트럼펫 소리로 애간장을 태우면서.
영화가 끝나고 난 뒤에도 환청이 들린다. 주제곡의 바이얼린과 나팔 소리, 그기에다 젤소미나의 목소리 '젬파노가 왔어요'. 북소리.
지난 세월 속에서 몇장면 재미있는 것이 있다. 우리도 저러한 것을 거쳣으니.
http://www.youtube.com/watch?v=PWj3RyM80cE&feature=related
1. 엄마 - 매일 먹여주면 정상이 될거다.(젤소미나의 부족함은 못먹여서 그렇다는 엄마의 자책을 본다. 전쟁 이후 우리 모습이다.)
2. 식당 - 언제부턴가 식당엘 가면 얇은 비닐(또는 종이)을 식탁보 처럼 깔아준다. 이태리는 50년 대 이미 했던 모양이다.
3. 차력사 - 꼬마 때 차력사들은 불을 입에 넣고, 자동차를 끌고 병을 부수고 한 뒤 약을 팔았다. 이 약을 먹으면 이처럼 강력해 진다고.
서양처럼 그냥 팁씩으로 돈을 주는 것이 발달되지 않은 우리에겐 뭔가 팔아야 수익이 생기니 저쪽 보담은 우리 쪽은 길에서
돈벌기가 더 어려운 것 같다.
4. 유랑극단 - 우리의 극단도 서양의 것을 흉내 내었다. 시골 장터나 도시 변두리에 자리잡은, 당시로는 연예인의 모습이다.
거대한 천막 속에 펼쳐지는 곡예나 입심은 서민들의 애환을 일정 나누었다.
5. 젤소미나가 젬파노를 기다리면서 길에서 밤을 세운다. 이 때 말한마리가 지나간다. 이유는 나도 모린다. 유랑을 표현하는가? 이 때 겹쳐지는 장면이 전수일 감독의 '히말라야-바람이 머무는 곳'의 한 장면이다. 최민식이 마을을 도는데 지나가는 한 마리의 말. 매우 닮은 장면이다.
끝으로 하나 더! 달시 파켓을 만났다. 싸인 받고 사진 찍었다. 저녁 묵자고 하니 집에 가야 된다네. 서울에 집이 있는 모양이다. 이쁜 한국 여인과 사는 듯 하다.^^ 아닐 수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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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페데리코 펠리니
출연 앤소니 퀸 (젬파노 역), 줄리에타 마시나 (젤소미나 역), 리차드 베이스하트 (바보 역), 알도 실바니 ('지라페'씨 Il 역), 마르셀라 로베르 (라 베도바 역)
지능은 모자라지만 한없이 착한 젤소미나는 차력사 잠파노에게 팔려 조수 노릇을 한다. 잠파노는 가슴을 묶은 쇠사슬을 끊는 묘기를, 젤소미나는 춤을 보여준다. 잠파노는 젤소미나를 학대하지만 그녀는 그런 학대에도 불구하고 잠파노를 좋아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잠파노가 옛친구인 곡예사 나자레노와 싸우다가 그만 그를 죽이고 이 광경을 목격한 젤소미나가 정신이 이상해져 잠파노의 조수노릇을 제대로 못하게 되자 잠파노는 잠든 젤소미나를 버리고 도망친다. 얼마 후 젤소미나는 병들어 죽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잠파노는 참회의 눈물을 흘린다.
이영화의 키워드 : 로드무비, 슬픈
http://www.youtube.com/watch?v=cWyZk8s2oyg&feature=related
http://www.youtube.com/watch?v=zoRioG2wK6c&feature=fvst
http://www.youtube.com/watch?v=AWw4gTeoZnA&feature=rel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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