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6-11 카비리아의 밤 (Nights of Cabiria, 1957) - 절망을 통해 희망을 희망을 통해 절망을!
‘길’에서 좀은 부족하지만 매우 착한 역으로 나왔던 ‘줄리에타 마시니’가 약간 다른 역할로 나온다. 말 많고 불만 많은 창녀 역이다. 일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집도 가지고 있고 이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투덜대는 그녀의 말투와 불만스런 말씨와는 달리 미래를 꿈꾸며 괜찮은 남자와 만나 행복하게 살길 바라는 것은 일반 여성과 다름없다.
주 무대는 여전히 ‘길-거리’이다.
그녀가 손님을 맞이하는 곳도 거리이며 만남과 이별이 이루어지는 것도 거리이다.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그에게 옷 등 많은 것을 사주고 행복해 하지만 물가에 떠밀려 죽을 뻔한 경험을 한다. 삶은 회의의 연속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런 카비리아에게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난다. 유명 배우 ‘오스카 도노프리오’와 하루밤을 클럽과 그의 집에서 보낸다. 물론 육체적 관계를 나눈 것은 절대 아니다. 오스카가 애인과 잠자리할 때 오스카의 욕실에 숨어 밤을 보낸다. 그녀는 단지 열쇠구멍을 통해 둘의 행복을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래도 이것은 그녀 생애 최고의 자랑꺼리다.
그 후 우연히 교회의 참회기도회에 참여하게 되고 초의 사용 용도도 몰랏던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 달라고 애절히 소리친다. 자고 일어났는데도 바뀌지 않는 자신의 일생에 또 실망하면서 수녀들이나 신부들에게 큰소리치나 우연히 들린 극장에서 마법사와의 만남 이후 또 다른 일이 전개가 된다. 자신을 진짜로 좋아하는 남성을 꿈같이 만나게 되며 그녀는 이것이 가짜인지 기도로 얻게 된 현실인지 혼동 속에 이른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이란 비슷하지 않은가? 꿈은 현실이 되길 바라고 현실은 멀리 던져버려 벗어나고 싶은 굴레처럼 느껴지는 것이.
영화는 부와 가난 그리고 희망과 절망이라는 두 개의 축을 제시한다. 오스카를 만나 보게 되는 오스카의 환경들은 그녀가 한번도 보지 못한 것으로 채워져있다. 그와 함께 간 까페는 그녀가 그냥은 갈 수 없는 그런 화려한 곳이요, 그의 집은 ‘하녀(임상수)’의 집처럼 화려하고 넓다. 오스카의 집을 나온 뒤 만나는 집은 집이 아닌 구석진 땅의 지하에서 살아가는 음습한 사람들의 모습이다. 마치 벤허에서 한센병 환자들의 동굴 같은. 오스카는 자신에게도 제법 성심으로 대하는 듯하지만 멀고먼 당신이요 그냥 잠시 얘기 나누는 장난감에 불과하며 그녀가 만날 수 있는 가까운 다른 남자들은 그녀의 돈을 노린다.
줄리에타 마시니는 치켜세운 눈썹을 그려 그녀의 변화무쌍한 표정을 눈썹과 미간과 눈 그리고 얼굴로써 참으로 잘 표현한다. 표정만 보아도 그녀의 애환과 사랑 그리고 지나온 긴 세월의 슬픔을 고스란히 알만하다. 큰소리치고 투덜댄 뒤의 얼굴 모습에서도 우리는 그녀의 진심을 알아차릴 수 있다.
상대적으로 작은 몸을 연기력으로 일어섰듯이 영화에서도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많은 모습들을 담아낸다. 그 누구에게도 어떤 상황에서든 기죽지 않으려는 그녀의 웅변은 희망적이면서도 애절하다.
‘카비리아의 밤’은 ‘길’에서의 결론 보다는 훨씬 희망적이다. 사기만을 당하는 그녀가 절망으로 절벽에서 떨어져 죽을 듯하나 다시 길로 나서고 주변엔 음악과 춤으로 그녀를 맞이하는 듯하다. 그러나 감독은 희망적으로 이 영화를 맺었을까? 난 아니라고 본다. ‘길’에서 보여준 현재의 사실성은 여기서도 살아나고 있으며, ‘이런 구렁텅이를 희망적으로 보는 것 자체가 절망이다’를 표현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끝 장면의 춤과 노래, 밝은 화면은 그런 점에서 오히려 더 거북한 현실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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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짧은 동영상을 통해서도 그녀의 연기력을 충분히 볼 수 있다.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인물을 화면에 담아내는 솜씨도 족히!
http://www.youtube.com/watch?v=QX_CF6_PnC8
http://www.youtube.com/watch?v=bVTlQjaED14
아래 장면은 끝 장면이다 제법 길다. 남자의 표정은 처음 만났을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부드럽고 감미로우면서 자애로웠던. 마직막 이 장면들은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그려 넣은 듯하지만 이로 인해 더 절망적이다. 절망 속에서도 왜 희망을 봐야 하는지? 이것이 마술이 아닐까?
http://www.youtube.com/watch?v=8ya-0DLlCV0&feature=rel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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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ght of Cabiria / Le Notti di Cabiria)
감 독 : 페데리코 펠리니 / Federico Fellini
출 연 : 줄리에타 마시나 (마리아 '카비리아' 세카렐리), 프랑수아 페리에르 (오스카 도노프리오), 프랑카 마르지 (완다), 도리안 그레이 (제시)
정 보 : 1957 | 117min | 이탈리아/프랑스 | 35mm | B&W
아름다운 로맨스를 꿈꾸는 낙천적인 성격의 카비리아는 남자들에게 수없이 배반을 당하며 살아가고 있다. 실망스러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던 어느 날, 기적을 만든다는 교회에 찾아가 인생을 변화시켜 달라며 애절한 기도를 올리고 길에서 순진해 보이는 한 남자를 만난다.
그는 카비리아에게 구애를 시작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아름답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며 그녀가 가진 모든 것을 팔아 그를 따라 나선다. 그러나 그는 그녀의 돈을 빼앗기 위한 연극을 한 것뿐이었고 그녀는 또다시 비참함을 안게 된다.
* 2009 시네마테크와 친구들 영화제: 친구들의 선택 8- 이명세(영화감독)
제작노트
<길>, <사기꾼들>과 함께 구원의 3부작이라고 불리는 영화 <카비리아의 밤은> 삶에 끊임없이 배반당하는 카비리아의 삶을 통해 피폐한 인간의 영혼이 갈 구원의 길이 무엇인지 묻고 있다.
네오 리얼리즘에 이어 새로운 영화의 방향을 제시한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영상미 넘치는 작품이다. 그의 아내 쥴리에타 마시를 주연으로 "길"을 제작하여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받아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이후 제작해 아내에게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게 만든 작품으로 이탈리아의 시대적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영혼, 오염되어 버린 영혼을 영상화하고 있으며, 특히 남성과 대비해 일방적인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문제를 그리려 노력한 작품이다.
누벨 바그 이후 열린 모더니즘 영화의 흐름속에서 삶의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적적히 배합해 소화해내는 스타일리스트적인 면모가 두드러지는, 이동 촬영 기법과 새로운 시각의 클로즈업 등이 뛰어난 한단계 높아진 수준급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무엇보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무엇보다 줄리에타 마시나의 순수한 내면 연기이다. 이미 이전의 영화 <길>에서 보여준 천진난만한 외모에 감칠맛 나는 연기는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었고, 이 영화로 남성들은 경험해 볼 수 없는 여성만의 갈등을 표현해 제10회 깐느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대표작은 <길 La strada>(54), <달콤한 인생 La dolce vita>(60), <8과 2분의 1>(63) 등으로 그의 거장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수작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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