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라핀

무거운 빈가방 2010. 3. 16. 11:22

 

2/21(일) 등산가다 말고 영화 두편 본 하루. 부부가 함께한!

세라핀(중앙시네마)

세상을 사는 사람들 중에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생을 마감하는 이는 몇이나 있을까?

배운 것 하나 없이 스스로의 영혼으로 재능을 발현하는 이는?

식모살이를 해도 방세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가난한 형편의 그녀가 그림도구를 사고, 훔치고(일반적 개념과는 다르다) 그래도 부족한 것은 자연에서 채취하여 이루어 내는 그림들. 영화를 통해 보는 그림이지만 ‘세밀한 고흐’를 보는 기분이 들면서도 내 몸에 그림이 달라붙어 스물스물 기어다니는 느낌과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주는 듯하다.

내용 중에 그림을 본 누가(집주인인가? 누군감?) 꽃잎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고 하자 세라핀 왈 ‘ 나도 내 그림이 징그러울 때가 많다’라 답한다. 나무와 꽃 등 자연과의 교감을 나누는 듯한 그녀.

세라핀으로 분한 ‘욜랭드 모로’가 여우주연상 5관왕(다른 영화상을 5개 다 받았으니)을 달성했다한다. 우연은 아닐 것이다. 무지랭이 이면서 천재성을 가진 그녀를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상은 따논 당상이다. 왜냐고? 세라핀 이란 화가 자체가 매우 복잡한 의식 구조와 그림에 대한 강한 집착 그러면서 고흐 처럼 정신분열 증세 까지 나타나니 이를 연기해 내기 어려웠으면 이 영화를 감독이 절대로 찍지 않았을게다. 영화 속 그림도 그림이지만 영화 속 장면도 아름다움과 변화의 구도를 보여주는 또 다른 그림이다. 그래서 이 영화의 그림은 두 종류다. 세라핀의 그림과 영화 장면들.

 아래 두번째 사진에 우데가 세라핀 그림을 보는 장면 - 실제로 내가 세라핀의 그림을 보는양 동화되어버린다.  세라핀이 일을 마치고 집에돌아가는 모습은 피곤에 지든 내가 무거운 발걸음으로 겨우겨우 움직이는 느낌을 받는다. 장면마다 동화 현상을 일으키니 그 느낌이 묘하다.

 빌헬름 우데역을 한 울리히 터커는 부산영화제 때 난징대학살을 배경으로 한 영화 <존라베>의 주인공이다. 그 때도 매우 조용하면서 평범한 마스크를 가지고 있구나 싶었는데 여기서도 마찬가지다.(근래 본 ‘타인의 삶에서 또 만났다’ 독일에 관계된 배우로는 약방의 감초인 모양이다. 옛날 ‘막스 폰 시도우’ 처럼)

결론은 매우 강추! 그러나 영화를 자꾸 보니 세상이 그만큼 더 슬프게 느껴져서 큰일이다. 당분간 영화 보는 것을 멈춰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미 습관화 되어버렸지만 보는 만큼 가슴이 아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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