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9(금) (상상마당) 채식주의자와 이웃집 좀비 그리고 폭락한 주가
이번 주 첫 영화다. 화요일 밤에 올라와 수요일 술을 빚고 목요일엔 이탈리 건축가로부터 강의를 들었다. 그리고 오늘은 영화 두편이다.
시간을 착각하여 전철역에서 홍대앞 상상마당까지 부지런히 뛰어 가뿐 숨을 쉬며 매표소 앞에 섰는데 매표원은 밥먹으러 갔단다. 시간이 일이분 밖에 안남앗는데 밥이라니! ‘영화는 우찌 보라고!’ 하면서 소리 질럿더니 몇시꺼냐고 묻는다. 옆 시간표 보니 아뿔사 1시간이나 남았다. 이놈의 급한 성질은 종종 나를 민망하게 만든다.·
남은 시간으로 홍대 주변을 도는 것에 할애했다. ‘그라파 - 바’ 어제 강의한 마르코브루노가 설계하고 인테리어한 바다. 잠시 들려서 눈동냥도 했다. 상영관 앞에서 책을 보는 여유를 부리다 무려 5분이나 넘긴 뒤에야 안으로 들어가 첫 장면을 놓치고 말았다. 이건 느긋함이 나를 민망케 한 경우다.
채식주의자. 영혜역의 채민서는 파주에서의 서우를 보는 느낌이 든다. 삶이 전혀 다르지만 좀 닮았다는 생각과 둘 다 처제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냥 그 뿐이다.
영혜(채민서), 언니(지혜-김여진), 형부(민호-김현성) 셋의 이야기다.
정상과 비정상의 모호함이 오락가락하고 욕구와 예술의 경계, 감정과 이성의 혼란도 뒤섞인다. 남을 생각해 주는 것조차도 폭력성과의 경계에 놓여있다. 영화나 소설의 장점이 이런 갈등구조를 극대화 또는 극단화 할 수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따지고 보면 인생도 그러한 것 같다. 매 순간마다 갈등이요 긴장의 연속이다. 하긴 꿈과 현실 과거와 현재 홀로와 함께도 같이 공존하니 편하게 볼 수만은 없는 영화임에 분명하다. 권하고 싶은 영화다.
예술적 승화도 욕망의 표출인가?
오감을 자극하는 채식주의자
나도 그렇게 젖어들고 싶다. 몽고반점을 혀로 옮기지 않아도
감성도 평화가 될 수 있듯
이성도 폭력이 될 수 있겠지.
이웃집 좀비.
좀비 떼거지만큼 영화도 여러 편으로 나눠져 있다. 호러 영화는 안본지 제법 오래되었다. 내용이야 어떻던 징글맞아서다. 이웃집 좀비는 좀 귀엽다. 좀비들이 보기엔 엽기적인 좀비 영화가 될 것이다. 그래도 좀비영화는 좀비영화다. 피를 동원해야하고 가끔식 뭔가를 뜯어먹기도 해야하니까.
몇 명이 모여 2달 정도 잡고 영화한편 만들려고 시도한 것이 1년 반이 걸린 영화라 한다. 그렇다면 다큐, 함부로 할 것 못되는 것 같다. 좀비 땜시 전세방도 뺏다하니 섵불리 영화 만들라하다간 쪽박차기가 쉽겠다. 이리 보면 이 좀비들이 나으 선지자가 되는 셈이다. 나에게 환상에서 벗어나라고 살키를 뜯어면서 갈카줬으니.
기존 좀비 보다는 좀비로 변하는 시간이 조금(단어가 비슷하여 조금도 좀비로 보인다.)은 길기에 인간성이 오래 남아있으니 할 이야기가 좀 더 많아지겠다. 넓은 무대가 아니지만 좁은 공간에서 지금의 사회적 문제점도 뭉텅거려 넣은 솜씨도 제법 쓸만하다. 씨네21에 처음으로 20자평을 적었다. 이렇게 ‘번덕이는 아이디어와 사람냄새 그러나 아쉬움도 많은’ 아쉬움이란 제작환경의 열악함이 첫째일 것이고 이것이 이 영화의 미덕으로 장점으로도 될 것이다. 피냄새를 좋아하고 아이디어를 사랑하는 호룡 부부에겐 적극 권하고 싶다.
시간 착각으로 장중에 홍대로 향했는데 등 뒤로는 무너지는 주식시장의 소리가 귀를 때린다. 내 발아래까지 닿기 전에 얼른 달아나자. 영화관은 안락하진 않지만 도피처다. 시간과 공간을 버무려 홀로라도 능히 숨쉴 수 있게 만들어 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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