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가을을 느끼다 : 황학산 수목원 – 이화여대 – 강동아트센터 아트랑

무거운 빈가방 2020. 11. 10. 02:35

황학산 수목원 이화여대 강동아트센터 아트랑(러시아 현대미술 거장전)

 

조카 결혼식이 토요일이다.

목요일 일직 출발하여 부여 낙화암에 들릴까 생각했다가 마눌님 상태 때문에 포기한다. 그런데 전날 밤 어디든 들렸으면 한다는 계시를 내리고 주무시니 어딘가 들려야 겠다.

도로에서 먼 곳으은 피곤하실거니 가까운 곳으로 찾다가 <여주 황학산수목원>이 눈에 들어왔다. 서울 아이들 있는 곳이 황학동인데 이름도 서로 통한다.

고속도로에서 멀지 않으니 근접성도 좋다.

여주TG에서 IC 쪽으로 가는데 트로이 목마 형상한 엄청 큰 조형물이 있고 <세종대왕....>라 적혀있다. <세종대마>라 쓰곤 <트로이목마>라 읽는다. 세종과 목마가 뭔 관계가 있겠노! 세종대왕 능이 있는 곳이라 무엇이든 끌고와서 세종을 갖다 붙이면 된다. 눈살이 심하게 지푸려진다.

 

<황학산수목원> 주차장엔 차가 많이 있다. 사람들에 제법 많이 오는 모양이다. 안엘 들어가니 생각 보다는 많진 않다.

수못원은 참 아담하다. 과하게 꾸미지도 않고 그냥 자연 그대로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것 같다.

입구에 <낙우송>은 약간의 마른 색으로 눈부시게 만든다. 솔잎새로 번득이는 빛은 늦가을 하늘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제대로 돌려면 도시락 싸서 하루를 잡아야 할 듯 하다. 우린 지나는 길에 들렸기에 간단히 한바퀴 돈다.

산내음과 숲내음을 동시에 맡으며 움추려드는 절기를 느낀다. 승학산에서 제대로 못 본 억새를 여기서 잠시 본다. 많지 않지만 깔끔하게 잘 쏫은 잎들을..

수목원 하나 만들었으면.... 하는 마눌님 바램은 이뤄지긴 어렵지만 마음으로라도 내가 가꾼 곳인 양 생각해 본다.

 

다음날 아침 이화여대에 간다. 아트모모 종사자를 잠시 만나기 위해서다.

교정의 나무들이 빛을 내는데 상당히 좋다. 차에서 잠든 님을 깨워 같이 교정으로 간다. 신정문 입구 쪽에서 왼쪽으로 잠시 걸어 보지만 잘정돈된 화단에서 가을을 충분히 느낀다. 올해는 꼭 단풍 보러 함가자 생각했다가 단 한번도 해 보지 못한 일. 이것을 이화여대 교정에서 메운다. 사진찍고 까불고 해 본다. 강도사 부부에게도 사진을 보낸다. <일하는 사람 염장지르기>인데 별로 찔러지지 않을 사람들이다.

 

 

마눌님은 이전 직장 동료들 만나러 강남으로 가고, 난 페이스북에서 조양익 님이 올린 그림 보러간다. <강동아트센터 아트랑>에서 하는 <러시아 현대미술 거장전>이다.

가는 길에 강동경희대 의료원이 있고 양 길가엔 커다란 수목들이 가을 정취를 담뿍 준다. 어딜가나 가을이다. 부산에선 왜 못느꼈지?

러시아는 추운나라다. 그림에서 추위를 느낀다. 화가들은 이 추위 속에 있는 조국이 계절에 따라 용트는 마음들을 화폭에 담는다.

커피와 과자를 그냥 준다. 고맙다. 2층 라운지에선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창 밖은 노랑과 붉음으로 빛나고 안에서 마시는 커피는 못젖을 데운다. 앉아 쉬면서 <우리에겐 기억할 것이 있다>(박래군)을 읽는다.

처참한 제주의 주검들에 대한 이야기... 러시아에서의 죽음들도 장난 아니겠지. 세상과 선을 그은 듯한 북쪽 러시아에서의 오랜 황제 지배와 독재체제는 추위에 굴하지 않고 살아온 이 민족의 강한 생존력을 깔아먹었겠지. 그냥 궁시렁거려 본다.

한참 보고 있는데 1층에서 해설이 있단다.

그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준다.

그런데 이전(고르바초프와 수교 이후 기념전을 했던 모양)에 러시아 그림들이 한국에 왔는데 몽땅 도난 당했다 한다. 이해가 잘안된다. 한국 도둑이 갤러리 그림을 몽땅 훔칠 정도로 첨단화 되었나? 검색하니 나오질 않는다. 실제 사건이 일어낫다면 당시 국가적 문제로도 크게 부각되엇을 것이다. 본 기억은 없다. 그렇지만 해설자가 거짓말하겠나? 나로선 알 수 없다.

 

큐레이터는 러시아에서 오랜 기간 작가들의 신뢰를 얻고 그 덕분으로 이 전시회가 열렷다고 한다.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덕분에 우린 그냥 그저 그림을 감상할 수 있으니.

<레핀 대학은 변월룡이 다닌 곳이자  교수로 재직한 곳이다. 몇군데 찾아봐도 이 시기가 잘안나오는데 아마 시도로프는 변월룡에게 배웠을 수도 있겠다. >

 

 

설명을 조금 듣는데 강동에사는 김종일 선생에게 전화가 왔다. 갑장으로 오랜 시간 알고 지냇지만 개별적 시간은 거의 가져보지 못한 친구. 근처에 있단다. 난 아쉽지만 설명을 뒤로 하고 만난다. 뒤로 걷는데 아파트 등 주택가와의 연결로가 등산길이다. 참 좋다. 이지역 사람들의 큰 복이다. 도심속의 자연이라.... 서울이 마 서울이 아니다.

주변 음식점에서 가볍게 한잔하면서 오랴전 묵은 삶에 대한 이야기로 시간을 보낸다. 그의 이야기엔 <고호석,최갑진> 탁월한 두인물의 이야기도 들어있다.

 

이젠 미래를 논하는 시간보다 과거를 추억하는 시간이 더 많다. 아니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그저 <건강하라>는 한마디로 끝이다. 나이가 들면 물러 앉아 있어야 하는 이유다. 늙은이들이 물러나 있지 않고 떠들면 그게 망조가 된다. 우리도 그런 시간의 법칙에 들어왔다. 잔소리를 줄이고 그저 경청할 시간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