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 운명적 메니저다.
연극 <미용실에서> 출연하는 두배우 중 한명하고 같이 살기 때문이다.
작년에 영화의 전당에서 프로그램 중 하나로 "시민예술단"을 모집했는데 그 때 지원하여 오디션에서 통과 했다.
나이 육십 넘어 한번도 해 보지 않았던 세계로 들어가는거다.
물론 그 전에 어린이 책방인 <책과 아이들>에서 어린이들과 간단극을 하나했다. 이것이 출발점이다. 그래서 나는 "책과 아이들이 배출한 배우"라고 늘 이야길 한다.
오디션 당선 이후 하늘연극장에서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별>과 <뽕> 낭독극을 했다.
그리고 올 봄에<서울로 가는 전봉준> 낭독극을 영화의 전당 야외 공연장에서 했다.
은퇴를 하고 세상에 발을 내딛자 마자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다. 물론 이것만은 아니다만 여럿 도전 중 제일 큰 도전인 셈이다.
9월에 공연을 했다. <국제여성연극제>라는 이름으로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같이 짧은 극으로 무대에 오른다. 이 때 공연한 것이 <미용실에서>이며 이번 공연도 같은 제목이다.
앞에 낭독극도 물론이지만 진짜 연극인 <미용실에서> 준비 과정을 쭈욱 본다.
우리끼리 웃고는 하지만 그래도 진짜 배우로의 출발인거다.
비록 경력이 짧고 아직 덜숙성되었지만 <배우는 배우다>
공연을 위해 준비하고 연습과정을 본다.
처음부터 끝까지 헷갈림의 연속이다.
캐랙터가 정리가 제대로 안된다. 본인 부족도 있겟지만 연출의 요구사항도 많다.
신입을 위해 본인도 연출도 고생한다.
9월 공연은 하루전날 대본이 완성한다. ㅋ 대배우다 하룻만에 대본 읽고 무대에 오르는!
이번 공연은 연습자체가 1주일도 안된다. 다들 바빠서인 모양이다.
배우와 연출의 캐랙터 설정이 좀은 다른 모양이고
연출의 요구를 배우가 완전 흡입하질 못하는 모양이다.
덜익은 배우는 걸레질, 걷는 모습, 의자 놓는 법, 노래하는법..........
모든 것을 어린아이 마냥 듣고 고쳐야 한다.
당연한 지적들이고 해야할 일들이지만 너무 많은 것이 겹치고 날마다 동작들에 대해 수정 요구를 받으니 힘들고 헷갈려 한다.
늦게 시작한 일, 그리고 숙달되지 못한 일,
걸음마 부터 배워야하는데 태어나자마자 고등학교를 입학한 형태이니 이 고생은 반드시 딛고 일어서야 할 일!
어젯밤 연습 이후 공연 바로 전날인데도 또 고민을 한다.
이리하면서 숙성되는거다. 처음부터 쉬우면 누가 모하것노.
아침에 일어나니 간단히 밥 먹자며 달걍-두부 찜을 준비한다.
난 마르지 않은 스타킹을 말룬다.
어젠 공연에 필요한 마늘즙 산다고 여러군데 돌아다녔다.
메니저도 바빴다. ㅋ
난 공연 아침에 요까지 적어두고 그녀를 뫼시고 공연장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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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부슬부슬 , 대연역에 널짜드린다. 역사 지하창고에서 하기 때문이다.
난 박물관 가는 중간 쯤에 있는 이디커피에 간다.
오늘은 영화 보러가기도 그렇고 멀리 있기도 그래서 좀은 가까운 곳 이디커피에 차를 두고 차를 마시고 책도 보고 존다.
메니저는 그냥 메니저가 아니다. 이렇게 홀로 배우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어제는 연습 마칠 때 까지 기다리느라 저녁으로 용호동에 양푼이 국수(2천원) 한그릇 하고 분위기 있는 다방에서 기다리며 책을 봤다.

오늘은 점심을 이디커피에서 빈 하나로 끝이다.
시간다되어 공연장으로 가서 표를 미리 받고 손님들을 기다린다.
옥천사에서 스님 등 5명이 오기로 했다.
난 몰랐는데 오랜 배우님 지기인 두분도 오셨다.



무대는 포스터 처럼 가림막을 이용해 꾸몄다.
나중 이 가림막이 책상이나 평상으로 변신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협업.
말이 그렇지 쉬운 작업은 아니다. 서로의 동작이 다르고 발음도 다르며 움직이는 반경도 다르다.
관객도 장애인들이 많이 왔다.
몸이 매우 불편해 보이는 사람은 휠체어에 누워서 관람한다. 가끔 소리도 낸다.
그래도 관람하고픈 마음이 워낙 커니 어두운 곳에서 불편함을 참고 잘관람한다.
장애인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그냥 배우라 하면 되지만 여기선 구분하고싶어서다.
어딘가는 불편할 것인데 잘딛고 일어서서 연기한다.
이 사람들에겐 새로운 경험이고 삶의 용기가 한층 더 생길 것이다.

<하얀 민들레>는 노래에서 제목을 다왔다. 그리고 극 중 이 노래도 부른다.
죽은 이들이 천당을 가기 전에 대기하는 곳인 모양이다.
40년 가까이 이 곳에 머물러 있는 소녀는 이제 막 죽은 좀은 나이든 여자를 맞이하고
둘은 할매-엄마-딸- 자녀 로 이어지는 관계 이야기를 한다.
휠체어를 탄 자그마한 배우(김윤정)는 휠체어 때문에 더 날렵하게 보인다.
가끔 대사전달이 잘안되는 경우도 있지만 , 잘꾸며진 무대와 조명, 음악 등의 밑받침으로 분위기르 한것 살려낸다.
<타인은 지옥이다> 분위기가 나지만 여기선 타인도 천국이다.
<범녀와 웅례>는 단군조선건국신화를 토대로 한다.
마늘을 까는 두동물 이야기.
덩치가 좀 있는 범녀 아람은 가장 열심이다. 대사전달이 덜되는 경우가 있지만 몸짓으로도 충분히 이해 시킬만큼 즐겁게 한다. 감성적 에너지가 넘쳐난다. 본인도 매우 즐겁게 연기하는 것 같다.
<미용실에서>
여자 3대 이야기라하면 될련가?
딸- 엄마(미용실원장) - 할매손님 - 덤으로 녹즙 아지매
이 넷이 출연하지만 각 2인분이니 두명이 출연 한거다.
시작하자마자 딸은 가방을 주 던지고선 자기 방으로 들어가버린다.
딸 공부를 위해 모든 것을 던진 엄마는 딸의 행동이 이해되질 않고 자신의 신세를 한탄한다.
모든 것을 던져버린 희생엔 아무런 보람이 없다.
미용실에 찾아 온 할매는 노인대학 퀸카가 되었다고 자랑한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야 자신을 조금 돌보게 되었고, 죽을 시간이 가까이 왔어도 심장이 살아있음을 자랑한다.
관객들은 이 대목에서 가장 많이 웃는다.
관객에게 묻고 알아맞추면 사탕 같은 것을 선물도 주기 때문에 활력이 넘친다.
연극의 장점이다.
딸이 엄마가 되고 엄마는 나중 할매가 된다.
여자 3대의 애환을 매우 짧은 시간에 잘풀었다.
연출은 장애인이고 배우 둘은 비장애인이다.
협업이 돋보인다.
물론 나머지 작품도 그렇다만은 ....



무대에 오른 세극은 사실 하나로 모아진다. "여성의 삶"에 대한 여자의 일생이다. 평생을 누군가를 위해 노력하지만(미용실) 버려지거나 외면 당한다. 그래도 원망하질 않고 세상을 살아간다.(.(하얀민들레), 언젠간 해방될거라는 신화를 믿고(범녀와 웅례.) 이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지만 이들의 모습들은 희망차고 강단지고 마음이 넓다. 내 주변을 둘러보면 쉽게 납득갈거다. 주변에 많은 여성들, 엄마 누이, 마눌님 그리고 친구 부인들....
이들이 모두 굴레에서 좀은 더 자유로울 때 세상은 민주화가 이루어졌다 할 수 있을거다. 페미니즘이 그냥 페미가 아니라 세상의 평화를 뜻한다고 나는 믿는다. 이들에게 박수를 그리고 존경을 표한다.
마친 뒤 찾아준 분들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미용실에 찾아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혹 미용실 이용에 불편사항은 없으셨는지요?
1. 원장의 대사 전달이나 동작은 이해하기 쉬웠는지요?
2. 전체적 내용이 이해할 수 있게 진행되었는지요?
3. 간단 평이나 감상도 부탁합니다..
1.2번은 10점 만점에 점수로 표해도 좋습니다.
아직 신인이라 여러가지 부족하고 희곡도 변경이 자주되어 캐랙터에 몰입이 부족했을 수도 있으며 대사 전달도 약할 수 있겠습니다.
늙었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 가는 것이니 많은 조언 부탁합니다.
다음엔 보다 나은 미용기술로 뫼시겠습니다.
다신 안오려 할진 모르겠지만..ㅋ
스님은 이리 답변을 보낸다.
메니저님?
할머니가되기전의 할머니모습이
미용사박여사인가요?
자녀를 위해 희생하는 모습?
자녀의 교육을 위해?
작품들이 꽁트성?이라
주제를 말씀드리기엔
아 이해하기엔
그랬지만
그래도
주제가 가장 명확한건 미용실에서의 할머니의 가슴설레임 하트
저 나이에도 바깥을 꾸미는 인생?
허무했지요.
스님이니까
박여사님의 음성은 보석입니다
그리고 몰입 연출은 기막힌거지요?
지친 어머니의 모습
완전 쨩이었습니다
메니저님
참
전화받을때 목소리톤
변신보셨지요?
ㅎㅎㅎ
일상에 조심하이소예
연극이 연극이 아니라니까예
(나 보고 조심안하면 큰일 날거라는 경고다 ㅋㅋ)
십점만점에 구점
눈이 밝은 분이다.
저녁연극에도 참여 한다.
사회자가 날 보고 전에도 왔고 오늘도 두번 다 본다고 이야기 하자
"운명의 메니저라서 그렇다"고 대답한다.
나중 뒷풀이 때 이 말이 무슨말이냐고 묻더란다.
오랜만에 연극 한편을 매우 깊게 봤다.
몇가지 아쉬운 점은 있으나
이 아쉬움은 스탭과 배우가 같이 메워야 할 점들이고
고생많으셨다.
어제 시민평론단 단 톡에
"김도연"씨가 자신의 활동 글을 올렸다.
m.youtube.com/watch?feature=youtu.be&v=lsn_m21QsWM
마지막 정리를 하면서 <아녜스 바르다>할머니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는 글을 쓰면서 작가가 되는거에요.
감독 역시 영화를 만들면서 영화감독이 되는 거고요. - 아네스 바르다 -
참으로 징하고 가슴을 때린다.
그래서 배우님게도 이 글을 보내고
" 추가하자면.. 배우는 연기를 하면서 배우가 되는거에요."
도연씨에게 고맙다 인사를 했다.
매우 필요하고 시의적절한 말을 들려줬다고
코로나 시대에 멈추지 않고 열정적으로 일을 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그게 이리 전파가되었다.
박배우는 이리 연극을 하면서 배우로 더 성숙하겠다.
무엇이든 어떤 어려운 상황이든 망설임없이 바르게 치고 가는 사람이라
잘할것이라 믿는다.
그럴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올 한해 새로 시작한 연극 도전은 이제 마무리 되는 모양이다. 내년을 기대 한다.
그렇다고 너무 빨리 세월이 오지 안았으면 한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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