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남자 다섯 명의 동해 여행 II

무거운 빈가방 2021. 4. 22. 12:07

2021-04-17 남자 다섯 명의 동해 여행 II - 주문진, 동해

 

난 이번 여행을 가슴 설레며 기다렸다.

두 달 전부터 동해 어디를 들려야 할지 일정을 짜기 시작했고, 답답하여 펫북 친구인 <오어선장>께 음식점이나 들릴 곳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밤마다 강원도 지도를 펼쳐서 어딜 들릴까 조회하고 기록하고......

어쩌면 지역 보다는 참여하는 사람 때문에 더 설레였을 것이다.

면면이 만만한 사람 하나 없고 다들 세상에 대해 사통팔달들이다.

생각이 깊이도 물론이거니와 세상에 대한 고민이나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남다르고 철학적이며 애매모호하다.

이 분들이 차에서, 민박집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하는 궁금증은 밤잠을 설치게 까지 한다. 대화 중 시간이 조금 지나면 졸아버리는 나의 습성은 운전 중엔 아무 걱정 없다. 내가 졸면 모두 황천길이니 절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참석자 중 영민 형은 함양에서 새벽 3시에 출발하여 구서동에 왔다.

대단한 정성이고 힘들더라도 그 보다 더 함께 하고픈 일행들인 모양이다.

춘천으로 가는 길은 미세 먼지 자체다.

나름 풍광이 나쁘진 않는데 우린 누리팅팅한 세계 속으로 끝없이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석형은 종종 사진을 찍고, 뒤에서 이야기하는 말소리가 잘 안들리니 큰소리로 해라라고 큰 소리치고, 뒷자리는 잠시도 이야기가 그치지 않는다.

 

춘천 도착하여 김철선생님 댁에서 나오니 3시가 넘었다.

그냥 주문진으로 넘어가까? 막국수 한그릇 하까? 판단이 잘안되는데 석형이 묵고 가잔다.

 

<큰마당막국수>(옛경천로800)

춘천에 와서 여러군데 막국수집 들렸으나 이 만큼 맛있는집은 찾질 못했다.

시원한 동치미가 가장 일품이고, 막구수의 찰진 맛과 씹히는 식감도 최고다.

부산 사직동에 유명한 막국수집 <주문진막국수>가 있다. 여기도 매우 괜찮은 집인데 양념맛이 뛰어나지만 식감은 큰마당에 못미친다.

<총떡>은 메밀을 얇게 펴서 그 안에 여러 속을 넣어 두루루 말아 주는 전 종류다. 약간 매운 맛을 내는데 속과 겉의 얇은 메밀이 참잘어울어져 입안 가득 느껴지는 풍미가 황홀하다.

막걸리 한통, 소주 한병. 그리고 빈대떡 추가요!

 

다들 배두드리며 나온다. 담배 한 대가 참 맛있겠다.

이젠 주문진으로 넘어가야 한다. 언제 도착할지 길사정은 어떠할지 모르지만 신나게 달려 보는거다.

 

길은 생각보다 별로 밀리지 않는다. 요새는 주로 금요일 많이 움직여서 그런 모양이다.

휴게소(내린천-이름 멋지고, 강도 멋지지만 휴게소에선 아무것도 안보인다, 휴게소는 그저 휴게소일 뿐)에서 잠시 담배 한 대(피운지 얼마 되었다고, 또 피우겠다 해서.....).

터널을 지나다가 어느 터널이 긴지 이야기가 나온다.

옛날 2020 통일맞이 걷기 할 때 강원도 어느 터널이 제일 길었다. 4km 정도?

(찾아보니 해산령의 터널, 해산터널 1,986m 이네)

지금은 쨉도 안된다. 춘천-양양 구간이 길다 하길래 조수(석형)에게 찾아 보라 하니 그렇단다.

참 길다. 걸었다면 터널 안에서 숨막혀 죽었을거다,(인제-양양터널 10.9km)

이 어둡고 긴터널을 지나는데 식후 배부름으로 몇몇은 존다.

어둠 속에 침묵은 길고 터널도 길다. 이리 조용한건 처음이다. 난 아래에서 전달되는 차 바퀴의 진동을 즐긴다.

 

첫 도착지가 <소돌아들바위공원>(주문진읍주문리 791-47)이다.

입구로 들어서면서 동해 바다가 펼쳐지니 모두 환성이다.

부산 사람이 바다를 보는 데도 감동은 똑같은 것 같다. 인류 탄생이 저곳에서 일어나지 않았나! 게다가 물은 지구의 근본이요 생명의 근원이니 쳐다만 봐도 즐겁고 좋고 신비롭다.

 

김철선생님은 상석형에게 오른손을 뒤로 하고 걸으라 하셨다. 형은 사진 욕심이 있으니 폰을 자주 조작하여 이것이 잘안된다. 그래도 오늘만큼은 좀 더 노력한다.

뒤에서 보면 재미있다. 다들 뒷짐지고 걸으니 <뒷집지고 걷기 동호회> 같다.

<소돌아들바위공원>은 바위와 바다 그리고 파도의 맛이다.

우린 배도 꺼자야 하니 주변을 걷는다.

오래된 바위의 형상은 경이롭다.

 

이제 <주문진어민시장>(주문리312-495)으로 간다. 이 곳에서는 <갓다리 끼>(강원도에서는 다리 한두개 떨어진 게를 이리 부르는 모양이다. 오어선장이 표현한 걸 보면)를 사서 밤참으로 먹을 참이다.

도착하니 비가 나리고 있고, 날이 좀 춥다. 비 때문에 석형은 차에 두고 우린 시장 안으로 잠입.

게나 회를 많이 파는데 눈에 차는게 없다. 원래 홍게를 사려고 했는데 홍게나 대게나. 대게는 대체로 부실하고 마리 수는 많이 준다 하나. 별 눈에 안찬다. 원하는 것이 없다.

그래도 사야 하니 협상하여 한 봉지 구입.

아무도 사진 찍지 않는다. 긋참. 할 수 없어서 내가 사진 한두컷 남긴다.

거의 머리와 입만 가지고 있는 철학자들이다. 이런 재밌는 장면을 찍지 않다.

기사와 가이드 그리고 찍사 까지... 나의 몫이다 ㅋㅋ

 

살림꾼 용학형은 민박집으로 바로 가서 이것으로 저녁 먹자고 한다.

원래 계획은 <주문진식당>(교항리159-1)에서 모듬물고기 조림으로 저녁을 먹고 게는 밤참으로 먹으려 했다. 수정.

입구에 수산물마트에서 장을 본다.

막걸리를 부지런히 챙기는 지형형, 함께 여행한지 오래된 학형과 나는 요리할 음식들 양념들을 챙긴다. 소주는 강원도 소주를 택하여 몇병 , 맥주도 .

학형과 가면 반찬 걱정없다. 짬뽕하여 국물을 만들어 내는 솜씨가 기가막히다.

 

이제 저녁 준비는 끝났다. 주차장으로 올라오니 멀리 동해 쪽에 무지개가 ...

무지개 본 지 참으로 얼마만인가?

희미하게 사라지는 중이지만 그래도 좋다.

우리 여행을 빛내주려고 무지개까지 나와 주시다니 매우 반갑다.


       <매우 좋은 폰이지만 댕겨 봐도 무지갠지 지겐지 벨 포띠 안난다.>

 

- 나중 석형 카메라를 보니 찍은 무지개가 상당히 멋지다. 형은 마음에 안든다고 하지만.

내 톡으로 보내달라 했는데 1주일 다되어도 안보내준다.

- 구글관계된 사이트에 올렸다는데 난 안만 봐도 몇컷 없다. 그래서 그냥 포기다. -


 

중간 과정 다 생략하고 바로 민박집으로 간다. 60키로 정도되는 구간이다. 주문진 시가지를 가볍게 돌고선 큰도로로 올려 쭈욱 미끄러지듯....

 

<등대오름길 민박>(동해시 묵호진동 100)

아침에 뜨는 해를 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약간 남쪽으로 틀었다.

소개 글엔 방에서 해를 본다 했는데 해를 보는 건 맞으나 아침에 바다로 오르는 해는 못 본다. ㅠㅠ

하긴 내일 아침은 아마 해가 중천에 있어야 일어날거다. 보나마나 밤샘할거니....

<오른쪽 민박집 3층 왼편에 얼른거리는 그림자가 상석형이다. 뭔가 하지마라는 짓을 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왼 위에는 반달 보다 조금 덜익은  달이 얼굴을 내밀었다>

 

사 온 끼를 찜 그릇에 넣어 삶는다.

학형은 홍게를 가지고 된장 차 무시 등을 넣어 장국 준비를 한다.

나중 라면과 햇반으로 배를 채울거다.

바닥에 잘 못 앉는 석형이 의자에 앉으니 밥상 보다 의자가 훨씬 더 높다.

몸이 불편하다는 것은 일상 생활이 다 불편하다.

형을 보면 불편한 동작들이 내 몸과 마음도 불편케 만든다.

저것을 얼릉 바로 펴게 해야는 데 형 노력 아니면 불가능하다.

이번 여행이 얼마나 큰 자극제가 될까?

나는 얼마나 더 자극을 받을까?

남 몰래 앓고 있는 장기의 심한 통증을 어느 정도 다스릴 수 있을까?

몇 달이나 몸을 심하게 틀고 많은 교정 등으로 내 장기가 다 비틀리고 처져 버렸다.

선생님께 너 마저도!”하는 꾸지람을 듣고 미안코 아프다.

 

게가 나오니 먹기 시작한다.

처음으로 대화가 없는 시간.

우린 쭉쭉 빨아먹는 소리 외에는 별 말을 하지 않는다.

먹기 바쁘다.

다들 이런 여행은 처음일거다.

게를 사서 우리가 쪄먹는, 이런 건 생각 조차 못했을거다.

내가 가위로 먹기 좋게 잘라주면 모두 신나게 먹는다.

희안하게 게 먹을 땐 술도 별로 안마신다.

게를 먹는데는 양손이 필요하다 보니 술잔에 손이 덜가는 모양.

 

어느 정도 먹고 나니 이야기 시작이다.

뭔 이야기를?

기억안난다.

들을 땐 정말 집중해서 들었는데.. 중간에 잠시 혼자 바로 뒷편 <논골담길>을 올라간다. 내일 아침 오를 곳을  미리 답사 한다는 기분으로 ..

등대 불빛은 반갑다. 시원한 바람을 지친 몸을 씻어주고  발밑에서 흐르듯 멈춘 바다는 어둡지만 푸린 빛을 미미하게 낸다. 

오늘 4월 17일. 몇년 전 어제, 아이들이 저 바다에 잠겼다. 대통령이 죽여버린 비극의 사건. 우린 애도할 시간에 이리 킬킬대니 미안코 아리다. 그러면서 또 잊고 담길을, 바다를 즐기고 있다.

2시쯤 아랫방으로 내려오고 (5인이라 방2개를 빌렸다. 주방방 8, 일반방 5)

학형은 5시 넘어 내려와서 뻗는다.

대체로 6시 이전에 일어나 5시 넘어 잤으니 24시간 살아 꿈틀거렸다 보면 된다.

대부분 차에서 조금씩은 졸았고 난 안졸았으니 좀 일찍 잔거고

 

토요일 하루 마무리가 일욜 새벽이 되어 이뤄진다. ~~~

   < 이 사진 보내니 석형은 내가 조작한 것이라 한다. 아침에 다시 확인 시켜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