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 그림같은 하루, 즐거움 가득찬
강제윤 시인의 펫북에 날마다 통영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섬 이야기가 많아 날을 제법 잡아야 해서 각오 하지 않으면 가기 어렵다.
그래도 통영은 가능하다.
어떤 화백의 그림이 올려있고 2월2일 까지 전시란다.
그러면 통영도 돌고 그림도 보고 꿩먹고 알먹고다.
그냥 돌기만 하면 싱거우니 그림 한점 올리면 여행에 훨씬 낫다.
시간표를 짠다.
개인적으로 한번 만났지만 고성에 산다는 이상추씨 집에 한번 들르고 싶고,
고성에서 부산까지 몸살림운동 하러 다니신 고성 사는 누님께도 잠시 들러 교정을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고성으로 길을 잡는다.
전날 함양아지매에게 같이 가자는 메시지. 부부가 같이 오겟다는 메시지, 중간에 진주에 들러 태워가라는 메시지, 코스가 다르니 통영에서 보자는 메시지, 결렬된 통화.
우리 둘만 간다.
부산에서 마창 다리를 지나 고성으로 가는 코스.
마창다리에서 보이는 오른 끝편이 마산 옛항구이겠지?
마눌님은 새로운 길(한번 갔는데 마눌님에겐 길은 늘 처음 지나가 본다고... 약간의 차 길치)이라 좋아하신다.
고성을 들어가니 <고성 탈 박물관>이 눈에 띈다.
들어간다.
코로나 땜시 쉬었다가 1월 26일 개관했단다. 복도 많다.
<탈>은 “탈”나기 쉬운 삶에서 여러 사람에게 위로가 되는 도구였을 것이다.
탈을 많이 보고 상품을 사기도 하지만 실제로 탈에 대해 잘모른다.
만화 <각시탈>에서 왜놈들을 응징하는 신나는 이야기만 머리에 약간 있을 뿐.
<고성오광대>
각 지역의 탈과 노는 방법 등이 전시되어 있다. 남아 있는 탈을 수집하고 만들어 전시도 했네...
이런 선각자들의 수집 노력 덕분에 우리는 그냥 시간만 내어주면 많은 이야기들을 알 수 있으니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상추>씨 집으로 가본다. 근처다.
매직으로 이름을 적었네. 문을 두드리는 소리 없다. 전화하니 장인어른 생신이라고 <금산>가는 중이란다. 다음을 기약한다.
<고성 누님>에게 전화 한다. 추운 겨울 촌에 있으니 스트레스가 쌓여 우울증 까지 왔단다. 그래서 부산에 있단다.
모두 나를 피해 다른 곳으로 간 듯. 아니, 내 여행 편리를 위해 시간 뺏지 않으려고 이리 배려를 해 준다.
근처 <도산면 일주도로> 매우 일부를 돈다. 남해는 다도해라 수평선을 보는 재미 보다 섬을 보는 재미가 많다. 게다가 바람 많이 부는 날 아니면 거울 같은 바다면에 약간의 주름이 잡히는 풍경은 나를 빨려들게 한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니 <천주교 법송 공소>가 있다 아담한 가정집이다.
통영 시가지로 들어간다. 첫방문 장소가 <갤러리>다.
문이 잠겨있다. 전화하니 잠시 나왔단다. 나중 들리겠다하고선 가벼운 식사하러 시락국집 찾아간다. 중앙시장안 <시락국>집은 참 푸짐하고 맛있고 샀다. 근데 찾아지질 않는다. 마눌님 먼저 내려놓고 주차하러 뺑뺑이 돌다가 남의 집 앞에 차 두고선 왔더니 못찾겠다하여 마음으로 핀잔주고 갔는데 나도 못찾는다. 회 파는 곳을 재정비 하면서 쫓겨난 모양이다.
시장 안 대부분 가게들은 주인이 따로 있다.
부평동 사거리시장에서 울 모친 장사 한 곳은 <노차태> 건물이다. 대여섯 점포 된 듯한데 해마다 세가 올라간다. “노차태”는 정치하려고 참 많이 찔락거리고 출마도 하곤 했다. 당시는 영삼이 지역이라 매국친일당 <공화당> 시대에 공화당에도 못들고 제2야당에 머물러서 당선되기 어려웠다. 언제가 출마하여 가게 인사하러 왔는데 어린 나도 있었다. 울 엄마는 “세나 좀 깍아주소” 하시니 씨익 웃고 갔다. 이게 그 사람에 대한 기억 전부다. 물론 국회의원 출마시기나 1년 마무리되고 세를 올릴 시기가 되면 부모님이 종종 가게 주인 욕을 하시니 말은 많이 듣긴 했다.
뺑뺑이 돌다가 <육전 국수>란 간판이 보인다. 국수 좋아하고 요새 대세 “육전” 들어간다. 맛? 뭐라 말하기 좀 거시기 하다. 잘먹었다. 국물을 너무 마셔 배가 약간 불렀으나 양 차지 않아 나오자 마자 붕어빵 3마리 사서 두 마리 쩝쩝... 꺼억꺼억 거리며 걸었다.
<동피랑>
여긴 여수 진남관 맞은편 벽화 마을과 많이 닮았다.
<고소대> 주변으로 벽화와 카폐 등이 즐비한 곳.
몇몇 그림 사진 찍었지만,
<몽마르다> 카페에서 커피 한잔과 경치 구경이 계획이었으나 국시궁물을 두그릇이나 마셔 물 종류는 더 들어갈 배가 없다.
천천히 훑고 <세병관>으로 간다.
여수 <진남관>은 공사 중이라 보지 못했지만 세병관은 공사가 다 마쳤다.
삼도 수군 통제사가 자리한 곳이니 조선시대 최고의 군대 지휘소다.
통영의 경제는 이 곳을 중심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풍부한 해산물과 주변 곡창을 아우러는 곳.
지배자는 부족할 것 없는 삶을 영위하고 , 섬 사람들이나 주변 백성들은 그들에게 다 바쳐 먹을 것 없이 허덕일 경우가 많았을 거다. 현대에 와서도 변함이 없었겠다.
<강제윤 시인 펫북>의 글을 보면 그런 생각이 더 든다.
<세병관>은 그 자체 크기도 커지만 병기부터 가구 등 관아에 사용할 모든 것을 이 안에서 다 만들었기에 전체 규모도 상당히 크다. 돈까지 만들었다니!
전체를 훑어 보는데 보는 재미가 제법있다.
근데 옛날 장인들이 만든 물건 소개를 하는 곳에 현제 장인들 사진이 크게 붙어있다. 이건 광고다. 역사적 유적지에 현재 장인들을 광고 하다니! 그냥 소개로 그치면 좋은데 그들 사진이 과거 역사를 압도한다.
매우 거시기하다.
마당을 걷고 건물을 두러 보고 한바퀴 빙.. 제일 높은 곳에 우물이 있다.
가장 안어울리는 조합.
우물을 씌운 나무 집은 옛스러우나 받친 기둥은 새로 만들었는데 그냥 신삥 그대로다. 꼭 이래만 하니? 약간 오래된 돌로 깍아 보조해 주면 안되겠니!
밖을 나와 마눌님은 서피랑으로 걸어가고 난 차를 몰고 서피랑으로 가기로 한다.
세병관 주차장에 주차하려는 차들로 길이 복잡다.
아까 뺑뺑이 돈 덕분에 난 복잡한 길을 피해 서피랑으로 간다.
서피랑은 한적하다.
여긴 집들이 없기에 젊은이들이 사진찍고 머물고 할 곳이 없다.
그래서 조용하고 전망도 터여 시원하고 보기 좋다.
마눌님은 섬들 때문에 가려 툭튀여 있지 않아 별로라하신다.
그럴려면 동해로 가야지, 남해는 섬 보는 재미인데....
서피랑에서 화실 전화를 받는다. 5시 까지는 오라고.
“예~~~” 하고 부르심 받은 듯 <갤러리>로 간다.
<미작전> - 다섯작가의 아름다운 소품전
소품이 많지만 <김재신>의 그림은 대작도 많다.
강제윤 시인이 올린 사진을 보면서 울렁이는 파도에 몸과 마음, 속도 울렁임을 느꼈다. 여기서는 직접 그림을 마주하니 더 그렇다. 파도 속에 깊이깊이 빠져 들어가 허우적 대든, 아님 내 몸을 포근히 감사 앉아 주든 난 저 파도와 하나의 연으로 엮여 있다.
옆 <김보라>의 그림에 사용 된 줄들이 그 역할을 한다.
그래서 탁노의 일어나는 작품이 된다.
실제로는 <양문기>의 돌이 되어 장식처럼 세상에 붙어있네...
<김광훈>의 작품은 따뜻하고 미소가 나온다.
다들 하나씩 가지고 싶다.
안되면 김재신의 가장 작은 소품과 김보라의 신(조리신)이라도.
대표가 직접 타 주는 드립 커피는 진하고 향도 가득하고 입안에 풍미가 돈다. 많이 걸어 피곤한 몸이 싸아악......
난 커피를 마시면서 그림을 보고, 마눌님을 그림 본 느낌을 대표와 이야기 나눈다.
대표는 작가들에 대해 그리고 그림들이 탄생한 배경과 작품 기법에 대해 설명한다.
두 여자의 이야기 나누는 말 소리와 표정 그리고 감탄들이 그림을 웃게 한다.
난 할 말이 별로 없다.
작품에 대해 별느낌 없이 그냥 가슴만 울렁이고, 이것을 밖으로 내어 놓질 못하니 늘 기죽어 그냥 묵묵...
혼자 왔으면 참 심심하고 침묵 속에 숨막힐 뻔 했다.
사실 통영 생각한 것은 갤러리 전시가 다음주 중에 끝나기 때문이다.
그림 애호가는 아니지만 기왕 바람 씌는 것. 그림 한 점은 행복 중 하나다.
밖을 나와 중앙시장으로 간다.
마눌님은 누비가 필요하다.
난 배 꺼줄 시간이 필요하다.
<이중섭식당>이 있는 골목엔 <백석>시가 여기저기 있고, 옛날 명동 같은 곳이라는 설명과 대장간도 있다. 대장장이의 머리는 벌어지고 붙어있어서 며칠 씻지 않았나 생각할 정도다. 풀무질 하여 벌겋게 달아오른 낫을 식히는데 얼굴에 비친 땀방울은 노동의 아름다움이다. 이 땅에 별 댓가없고 가벼이 여겨버리는 <노동천국>의 노동이지만.. 하늘 천天이 아니라 천할 천賤이다. 내가 주변에 제공하는 노동(교정)도 사람들이 그리 생각하는 듯하여 어쩔 땐 짜중이 난다.
마눌님께서 이런 것에 대해서는 늘 스스로 경계하게끔 이야기를 해 주시니 조금씩 마음을 가라 앉히기도 하지만...
배를 좀 더 꺼줘야 하기에 꿀빵집을 쳐다 보고 지나가다 꼴뚜기가 눈에 뛴다.
큰자형은 꼴뚜기를 참 좋아했다.
옛날 엄마가 꼴뚜기 김 등을 사서 자형에게 붙여 주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자형은 내가 초딩 방학 때 수산에 있을 때 왔다가 날 델꼬 대구로 같이 갔다.
난 대구에서 <2차 대전 영화(-제목 기억 안난다. TV서 한번 더 본 적이 있다. 독일 병사가 주인공이고 독일이 항복할 즈음에, 지뢰를 가슴에 품고 연합군 탱크 아래로 들어가 자폭한, 스스로 항복을 거부한 병사 이야기) >와 <007 두 번 산다>를 봤고, 징기스칸 요리를 먹었다.
자형은 교복까지 사다준다.
당시 초등학교도 교복은 있었으나 안입어도 상관 없었는데....
그 때 첫째 은진이는 유모차에 있었고 엄청 귀여웠다. 누나가 너무 자주 뽀뽀 하지 마라고 주의를 준다.
둘째 영철이가 부산에 왔을 때, 아이 신을 사주었다. 영철이가 고맙다 하니, 옛날 자형이 교복 사 준 이야기를 해 주었다.
꼴두기와 멸치를 사서 택배 부탁하고 <남망산 공원>으로 올라간다.
이름을 몰랐지만 공원 같은 것이 있어서 올라가 본 거다.
오르니 조각공원이 있다하고..
아! 위안부 기림비가 있다.
적폐의 땅에 기림비라!
더 반갑다.
<일본군 성노예>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경로 지도 까지 있다. 여태껏 본 것 중 가장 상세한 내용이다.
돌아가신 할머니들에 대해 묵념하고, 한국인을 지독하게 학살하고 착취한 왜놈들이 지금도 반성없는 , 지구상의 최악인 존재에 대해 증오를 한다. 그리고 그들을 두둔하는 매국친일파들을 더욱 더 증오한다. 한국을 지배하는 정당 하나가 완전 매국친일당이니 이 역사의 비극은 아직도 여전하다.
몇몇 작품을 보고 내려오는데 해가 진다.
근래 본 가장 큰 해녁이다.
사진을 찍는다. 지나는 배에게도 무사를 빈다.
내려오니 이젠 어둡고 배도 좀은 비워졌다.
다시 이중섭식당.
내가 통영 <너물밥>이라 했으니 마눌님은 특별한 밥인 줄 알고 기대했다가 그냥 나물밥임에 약간 실망한다. 나도 그렇지만 상당히 맛있다.
칼치조림이 나오니 군침이 절로 돈다. 조림을 무척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신나게 먹는다.
주인이 젊은 부인인데 요리를 우지이리 잘하지? 엄마나 시엄마에게서 좀 더 많은 것을 배웠겠지. 딸 둘이도 엄마를 돕는다. 집에 있어봐야 할 수 있는 일이 없을테니 그나마 이리라도 하는게 좋겠지. 안물어봤지만 혹 여기가 집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짙은 양념과 깊게 베인 맛들, 앞에 나와 목을 축여주는 구수한 슝늉, 굴무침과 끼무침...다들 오랜 맛들이다. 운전하여 가야는데 아랑곳없이 먹는다. 양념 아까줘 맨밥을 부어 버무려 마저 먹는다. 배불러 빌빌거리다가 겨우 저녁먹으러 왔는데 다시 배가 만땅이다. 그래도 포만감으로 행복하다.
이제 다시 배를 좀 꺼줘야 한다.
몇 번이나 왔다갔다 한 꿀방거리를 다시 오락가락.
드뎌 집 하나를 잡고 우리꺼와 강도사꺼 하나씩 산다.
여행의 맛이다.
시동을 걸고 가려는데 우아... 이젠 보름달이다. 이제 막 뜨기 시작하니 크고 멋지다.
다시 차를 대고 찍는다. 근데 바로 앞에 재두루미(이름이 맞는진 모른다.)도 앞에서 포즈를 취한다. 웬 떡!
통영에서 보낸 하루는 길지만 즐겁고 좋았다.
우리 둘이만 오니 우리 마음대로 다녀서 더 좋았다.
우리 스타일로 굳어지진 듯한 여행은 마냥 즐겁다.
덕분에 남들이 놓친 것을 보는 경우도 종종있다.
통영은 강제윤 시인 덕분에 잘감상하고 돌아간다.
어둔 길을 달리면서 통영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부른 배를 눌리고 꿀빵을 꺼내 먹으면서 낄낄거린다.
몇치 떨어지면 구경겸 멸치 살겸 와야겠다.
마눌님은 “부산에도 있다”고 하시지만 여행의 재미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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