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미래 신화 미술관 : 2021-05-08 원주 김봉준작가의 개인 미술관
원주에 있는 <오랜 미래 신화 미술관>은 몇 번 가려다가 실패 했다.
거리가 멀기에 동선이 중요한데 번번히 이 동선에서 밀린다. 한번은 가는 도중에 누군가 어깨와 등이 너무 아파 잠을 계속 못잤다고 연락이 와서 급히 부산으로 내려간 적도 있다.
이번에도 놓치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계획했던 태백 방문을 취소하고 원주로 간다.
문막에서도 제법 깊게 골짜기로 들어간다.
23년 전에 들어왔다 하니 당시엔 포장도 안된 길이었을 거다.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이 땅을 빌려줘 머물게 해줬으니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근데 여기는 땅 뿐.
세상에 지친 작가는 아무것도 없는 산골짝에서 개간하고 집을 짓는다.
모두 손수 지었다 한다. 혼자서 집을 짓는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그리하여 정착을 시작하고, 이런 와중에 <미술관>도 건립했으니, 세상에서 이루지 못한 희망에 대한 절망과 끓어 오르는 예술적 욕망이 범벅된 마음들이 이 골짝에서 작품으로 탄생했을 것 같다.
<민중>과 함께하면서 <민중>을 탐구하고 작품에 남기다가 세계에 수많은 민간신앙이나 신화가 비숫함을 느끼면서 ‘신화연구’에 몰두 했다한다.
<신화>는 배척의 생각이 아니라 마을 중심으로 화합과 상생의 공동체적 뿌리로 출발한다. 그래서 이 신화를 통해 세계가 특히 서양문물에 밀려난 아시아나 인디언 등의 삶을 복구하고 평화의 연대로 나아갈 수 있다고 작가는 믿는다.
그러기에 신화는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라 <과거>이면서 동시에 <미래>를 포함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오랜 미래>란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신화>와 어울리는 이유가 미래의 희망을 담았기 때문이다. 작가의 구수한 옛이야기 형식으로 시작된 설명은 미술관에 서있거나 걸려있는 많은 작품들이 풍기는 향들이 좀은 이해가 되고 가까워지는 느낌을 받는다.
문막에 진입하면서 기대감으로 살이 떨려옴을 느낀다.
깊숙이 깊숙이 들어오니 허름한 건물 하나.
정감나는 글씨, 그리고 산만한 듯 흩어져 있고 숨어있는 수많은 조각들.
출입구에 채색한 <봉닭>(닭인 듯 봉황인 듯) , 풀 속에 숨어있는 듯 약간 모습을 들어낸 수많은 조각상, 자갈 위에 호랑이 머리와 여러 상들......
뭐라 표현하기 힘드지만 감정이 벅차 오른다.
뭔가를 상징하는 듯 하지만 그것이 뭔가 잘모르는 작품들을 보다가 감정을 그냥 그대로 날것으로 표현한 작품을 보니 몸이 떨린다.
뭔 설명이 필요하노!
작가가 창조해 낼 당시의 생각이 작품에 그대로 있는데. 이게 내 모습이고 우리들의 모습이고 삶인데.
사진을 몇장 찍고 안으로 들어가니 벽에 작은 탈이나 만물의 모습이 걸려있다. 이전에 그리고 찍었던 판화나 그림들도.
안에선 뭔가 부지런히 설명하는 큰 목소리.
서울 갤러리에서 <동학>을 주제로 전시를 하기 위해 작가를 방문했다. 펫북에서도 본 최시형 등 몇 점을 가져간다.
방문 경위를 간단 설명하고 우린 작가를 따라 방으로 들어간다.
바로 눈에 띄는 커다란 인형, 마고할매? 마고여신? 이 서있다.
지리산 중산리 입구 쪽인가? 작은 상으로 봤는데 여기선 엄청 크다.
행사 때 만들었다가 아까워 옮겼다 한다. 잘어울린다.
거대함과 작음이 차이가 없음을 상징적으로 나타내주면서 우리 신화의 초입으로 들어오는 느낌을 준다.
단군, 주몽, 온조, 박혁거세 등 우리 신화들이 조각으로 정리되고 세계의 여러 신화들도 있다.
마고 할매 앞에는 아이 잃은 세월호 엄마들의 간절한 기도가 마냥 즐겁고 신비하게 볼 수 만은 없다. 코너 마다 각자의 이야기를 안고 있는 조각, 최근 작은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있다. <코로나 19 랩소디>, 우린 19에서 21로 왔고, 자연스럽게 미래에도 자주 마스크를 쓰는 사람이 될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차를 다려 오고 우린 미술관 가운데 앉아 이야길 듣는다.
힘들게 살아왔던 그의 생과 작품에 대한 욕구와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들에 대한 설명도. 그리고 신화가 곧 미래임을 강조하는 각오.
폭력에 대한 지굿지긋한 경험과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을 예술을 통해서 희망을 가지려 했다는 그의 설명. 그의 혼이 미술관을 울린다.
우리집에 작품 하나가 있다. 올해 돌아가신 <채할배>(최현국-효암학원 이사장) 인물화 인데, 이름을 <최현국>이라 잘못 적었다. “채”씨는 “최”씨로 종종 적히는 억얼함을 당하기 쉬운데 우리 사는 것도 그렇지 않나? 뭐 제대로 정확히 알고 살아가나? 참이 무엇인지 늘 헷갈리는 생활 아닌가? 난 잘못 쓰인 이 작품을 구입했다. 언젠가 작가와 통화를 한번 했는데 “바구어 주겠다”하길레 거절 했다. 작품 하나 다시 그려 주겠다 했으면 고맙다면서 얼릉 받았겟지만....
작가는 전통채색, 글씨, 신화 연구 등 그가 하고 싶고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끝없이 배우고 익히면서 작품 세계를 넓혀 나갔다. 미술관 간판도 그가 직접 씃으리라.
마눌님은 자갈밭에 있는 모자상(함세웅 신부님과 이야기 되어 마리아상을 우리씩으로 표현했다 한다)이 눈에 박혔다. 그래서 하나 구입해도 되느냐 물어서 알아서 하시라 했다.
작가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하니 작가도 원하는 모자상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 풀 속에 그리고 큰작품 뒤에 숨어있기에 누군들 알까? 이걸 어떻게 알았느냐 하면서 작품을 가져 오다가 문 입구에 있는 같은 것을 권한다. 선택한 것은 개미들이 너무 많고 비바람에 너무 낡았다고. 난 낡은 것이 마음에 들던데 내가 선택한 일은 아니다.
얼마 줄래? 작가님이 말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내가 먼저 부르고 협상가를 말해 보시라. 협상 안할랍니다. 그냥 부르시면 그렇게 드리겠습니다.
작가는 흡족한 듯 판화도 하나 가져가라 하고 십이지신 작은 조각품을 가족 띠에 맞춰 서비스도 준다. ㅋ
멀리 오랜 시간 지나 찾아 온 곳. 모두가 만족하면 최고가 아니겠나.
마눌님은 뭔지 전혀 모르고 따라 왔다가 자기가 더 신나 하고 질문도, 감흥도 다 낸다. 당연히 그리할 줄 알았다. 난 가이드에 불과 하지 세상을 논할 수 있는 위치도 아니고 정서도 부족하다. 그러기에 마눌님과 함게 하면 어디든 겁날 것이 없다. 혼자일 땐 왜소하여 내 자신이 어딨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지만 마눌님 계시면 천군만마와 함께 하는 기분.
모든 힘을 미술관에 다 쏟았는지 부산까지 돌아오는 밤길에 거의 잠만 주무시는 마눌님.
그 정도로 미술관에 꼽혀 마음을 다들이신다.
비에 젖은 듯, 쭈굴쭈굴한 책에 싸인을 해 준다.
미술관과 작가와 관객에[게 참 어울리는 책이다.
마눌님은 후다닥 읽고선 내게 이야길 들려 주겠지.
마눌님은 읽고 느끼고 난 듣고 알고. 참 좋다.
<오랜미래 신화미술관>은 새로운 경험이다. 작품을 보면서 갸우뚱거리거나 해석에 목메일 일없이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고 감동이 일렁이는, 내 마음과 비숫하게 아래로 향한 작품들. 그래서 더 행복하다.
돌아오는 길에 “다음엔 비밀창고를 보여 달라해야겠어”
언제 누구와 함게 올까? 또 우리 둘만 오게될까?
3주전 상석형 일행과도 여기 들릴까 했는데, 누구하고 와도 다 좋아할 것 같은 원주 산골짝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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