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12 조영옥, 권기주 2인전: <일상의 회복: 생명평화 기획전> - 왜관 : 아트스페이스


목요일 상주서 오신 조영옥 누님이 일요일부터 왜관에서 전시라 한다. 여러 가지 일로 몸은 파김치다. 근데 마눌님께서 “니 운전하는데 큰 지장없다면 가보자” 하신다. 나선다.
찾아보니 완존 공장지대고 주변에 공장 말곤 없어 보인다. 행사 시작이 3시부터다. 그래서 <성주 한 개 마을>에 들렸다가 가기로 한다.



<한개마을> 들렀다 왜관스페이스로 가는 중간 길은 강을 따라 가니 제법 좋다. 다리 밑으로 왜관 시장처럼 보이는데 그냥 지나치려니 안타깝다. 그런데 가까이 갈수록 점점 공장지대로 깊이 빨려 들어간다. 버스도 다니지 않을 것 같은 곳. 참 접근성 좋지 못한 곳으로 사람들도 힘들게 가겠구나....
도착하니 조화백이 반갑게 맞이 한다. ‘왜 왔노?, 쉬지’ ‘ 마눌님께 오라켔다하던데요...’ 우린 배가 고파 커피 한잔 뽑아서 주변에 있는 빵과 떡을 허겁지겁 먹는다. 금강산도 식후 경.

조화백은 크로키를 하루에 거의 한 장 꼴은 그린다. 그린 것은 펫북에 꼭 올린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그림은 전혀 낮설지 않지만 <일상>을 그리니 더 정겹다. 그린 횟수만큼 색의 느낌은 조금씩 차이가 난다. 그는 인사 때도 그리 말 했지만 무엇을 막 하려고 하지 않는단다. 그래도 누가 하자하면 망설이지 않고 ‘그래 하면 되지’라는 식이란다. 이 전시도 그리 하게 되었다고. 21년도 작품은 대체로 액자에 넣었고 그 이전은 주제별로 묶어 그냥 내놓았다.












그림을 계속 보고 있다 보면 그린 이의 시선이 느껴진다. 어디서 무엇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지, 일상이라도 어떤 장면을 포착하는지,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애정, 그들에 의해 남겨진 모든 것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 조영옥의 눈과 마음은 품어안는 넓은 마음이다.
안으로 들어가니 <귄기주> 이쑤시게 작품이 화려하게 펼쳐져 있다. 거대한 소용돌이치는 <블랙홀>을 시작으로 <사자>나 <부처>의 형상, <생명 평화>라는 이름의 작품들..... 이쑤시게가 모여 빛을 발하니 그 빛이 대단하다. 귄화백의 작품은 ‘아트스페이스’에 소품으로 엄청 많다. 입구 안내판부터 시작하여, 시계나 매우작은 액자 등등.....












두작품은 엄청 대비된다. 하나는 정말 소소한 일상을 그렸고, 작은 크로키들이다. 하나는 블랙홀, 우주를 그리기도 하고 세상을 그려도 매우 큰 규모의 작품이 걸려있다.
조영옥의 작품은 이젠 사라지길 바라는 욕망의 굴레 속에서, 지켜졌으면 아님 사라져갈 것들에 대한 아픔이나 회복을 그린다. 권기주는 버려지는 이쑤시게에서 재활용을 생각해 보고 버려지는 것들을 다시 세상으로 환원하는 생각을 한 모양이다. 그래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작품이 한 공간에서 너무도 잘어울린다. 전시 주제 <일상의 회복: 생명 평화 기획전>에 걸맞게...
그래도 주객전도 ㅋ
3시가 되니 행사 시작이다.
관람객은 골프연습장 잔디 위로 올라가고 <밴드>가 공을 치는 곳에 자리잡는다. 그리곤 음악을 공이 날라가는 공간인 청중이 된 관람객에게로 날라 간다. 내게 날라오는 거네... 다들 신나한다. 날은 점점 추워지지만 아직은 견딜만 하다.


환호와 박수로 끝난 밴드 뒤에 지역 붓글씨 대가의 글 적기 행사가 펼쳐진다. 커다란 천에 <**** 도법자연>, 실장갑에 잉크를 묻혀 빗자루로 글을 쓰는데 정말 멋있다. 힘이 느껴지고 그 힘이 글로 변한다.




추워서 안으로 들어간다. 좀 있으니 <도법스님>이 오셨고 강연 시작이다. 돌아가신 누군가를 위해 주도해야 할 일이 있어서 전주에 갔다가 대구로 하여 버스 타고 오셨단다. 긴 여정이 되었겠다. 설법을 하고 질의 응답을 하고....
행사가 거의 3시간 정도 걸렸다. 밖에서 떨고 안에서도 좀 춥다. 마눌님은 추우니 묶은 머리를 풀어 앉아 있다. 난 밖에서 오락가락 한다.


작가들의 이야기, 특히 권기주작가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긴행사에 지친다. 이번 전시는 실상사 중심으로 한 <생명 평화 결사> 단체의 행사 중 하나로 전시하다 보니 그림 보다는 단체 행사가 우선인 모양이다.


방명록 글에도 수준이 있다. 못나고 알아보기 어려운 내글씨가 게속 펼쳐져 있었다. 어느 분이 이게 안타까웠는지 페이지를 넘겨 조화백 엽서를 보고 그림을 남긴다. 긋참....
비록 춥고 지겹기도 하고 목적 달성은 안되었지만 단체에 대해선 조금 알게 되어 다행이다 사회 각지에 나름 자기 중심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엄청 많음을 느끼기도 한다.


스님 설법이 끝나고 우린 어둔 왜관을 두고 부산으로 향한다. 상주-영천 고속도로가 뚫리기 전엔 늘 다녔던 경부고속도로의 대구 구간, 그리고 중앙선 밀양구간... 요새는 안다니니 눈엔 익지만 낮설게 느껴진다. 뭐든 하다가 안하면 낮설어진다.
부산와서 어제 먹은 수육 국물로 고기국수! 이게 오늘의 마무리다.

한주 동안 전시를 참 많이 봤다. 전시에 내 몸이 지친다. 울산 전시 3군데, 심화백 전시 2번, 이제 왜관에서 조영옥 전시.....그림을 보는 것도 에너지가 엄청 필요하다. 이것을 많이 하니 몸이 지쳐오기 시작한다. 일요일을 못쉬었으니 한주가 힘들것다. 극복해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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