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백 사진전 : 부산프랑스문화원 아트스페이스(21.12.23~ 22.01.16)


<2020년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했는데 코로나로 왕창 연기되었다가 21년 말에 전시를 한다>
조준백사진전 : 떠난 사람의 가슴 아린 사연이 들어오다.
잠에서 깨 일어나 침대방석하고 시계를 보니 새벽 4시다.
어제 본 전시회가 강렬했는데 그걸 정리 안했다고 일찍 눈 떳나?
<조준백> 사진전이 <프랑스문화원 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사진 잘아는 강도사에게 같이 가자했는데 바쁘단다. 그러다가 하루 전날 약속 취소했다고 같이 가잔다. 함께 전시를 본다는 건 참 기분좋은 일이다. 사진을 좋아하고 잘찍는 친구니 더 그렇다.
http://www.artspace-afbusan.kr/bbs/board.php?bo_table=exhibition_now&wr_id=46
TIME SLIP > 현재 전시회 | art space
의자의 위치 혹은 연극성 허리가 아프니까 //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 꽃도 열매도, 그게 다 //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이 정록의 ‘의자’ 일부 1 건축이 인간과 지구 사이의 접점이라면 가
www.artspace-afbusan.kr
큰놈이 차를 샀는데 서울에 가야할 차를 아직 내가 가지고 있다. 지가 부산 내려와서 같이 차를 몰고 올라가면 연수겸하여 새차에 대한 부담이 덜할거라는 오직 내 생각 때문이다. 덕분에 내가 신형 스포티지를 몰아보는데 혹 흠이라도 날까봐 내차 보다 더 애지중지다. 강도사에게 처음 공개하고 같이 외형과 내형에 대해 감탄했다. 이 차로 참으로 간만에 요트 경기장으로 들어가니 옛 국제영화제 개폐막작이 열렸을 때의 축제가 떠올라 들어가는 순간 마음이 짠하다.
프랑스문화원아트스페이스는 <고은갤러리>와 붙어있다. <고은갤러리>는 <강운구>사진전을 하고 있다. 강도사는 서울가서 보고하는 사진을 여기서 본다고 복받은 날이라 한다. “어른말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한다. 오늘은 졸지에 내가 어른되었다.
<강운구> 전시를 잘보고 바로 앞 아트스페이스로 간다. 사람들이 제법 북적거린다.
<조준백>작가는 친구의 동생이다. 어릴 때부터 봐 왔는데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미소년이다. 대학 때 연극을 했고 부산에서 마지막 공연을 판토마임으로 하고 그만두었는데 그 뒤 사업을 했다. 나름 예술활동을 계속 했는데도 나는 전혀 몰랐다. 몸살림운동 소개를 했는데 어느 날 부산수련원 갔더니 운동하고 있는 거다. 이 친구는 말보다 동작이 빠른, 실천하는 친구다. 화분을 하나 보냈다. 이름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몸살림운동본부 사범>이라 적었다. 같이 몸살림운동을 한 동우이기 때문이다.

<뒤에 칠성회 회원이란 글을 보고 깜짝놀란다. 조폭? ㅋㅋㅋ>
북적 거리는 사람 사이에서 사진을 본다. 가만히 있는 의자에서 이야기가 들린다. 그리고 눈물이 난다.

철거지역 곧 사라질 건물에 남겨진 의자를 찍은 작가의 시선에서 나는 사라질 것들에 대한 슬픔을 느낀다. 대체로 철거지역엔 아픔이 많다. 일부는 새집을 얻는다는 기쁨으로 희망이 있겠지만 세입자 대부분은 쫓겨나 다른 지역으로 가야하는 이주민의 아픔을 겪어야 한다.


<마치 건물들이, 이 지역이 밧줄에 목을 메달리는 교수형에 처해질 위기임을 대변하는 것 같다>


<2016년 3월20일 식민지 독립운동과 독재시대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이기도 한 역사적 장소인 옥바라지 골목이 곧 철거된다는 말을 듣고 서울 올라가서 몇장면 찍었다. 자본의 욕심엔 역사란 없다. 방문한 뒤 며칠 지나지 않아 밤중에 용역들이 쳐들어와 다 부셔버렸단다.>
의자에 앉은 사람들은 각자의 사연이 있겠지만 난 쫓겨나는 아픔을 본다. 여기에다 이제 건물과 함께 같이 사라져야할 인위적인 세계를 본다.







의자가 있는 장소도 참 아리다.
부서지고 깨어진 파편들이 있는 곳에 작은 로봇처럼 보이는 의자 하나, 바닥은 푸른빛이 반영되고 의자도 녹색을 띈다. 영혼은 녹색이라 한다. 난 그리 느낀다. 영혼이 길에 널부러져 이제 곧 포크레인에 휩쓸려 들어가 어디론가 사라질 것이다. 사람과 가장 은밀하게 대화를 나누었을 저 가구는 말할 순 없지만 저 위치에서 뭔가 몸짓을 하는 것 같다. 마치 조준백작가가 옛날 무언극으로 몸짓만으로 자신을 표현했듯이....

긴의자가 작은 쪽창 아래에 있다. 건물 안이 아니라 밖이다. 처음 밖으로 의자를 끌어내고 난 뒤 저기엔 사람들이 제법 앉았겠다. 지금 같은 겨울엔 볕이 잘들 땐 몇 명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도 나누었겠다. 도란도란 소리가 들린다. 건물 안이 아닌 밖에 놓인 소파. 그것이 창 아래인데 밖이냐 안이냐는 차이가 대비되는 공간일 때 전혀 다른 느낌이 든다.

2층 건물 안 의자가 창옆에 있다. 창 아래 옆건물엔 버려진 것들이 모여있고, 건물엔 쇠파이프가 처져 있다. 저 건물의 운명을 이 의자가 지켜보고 있는 건가?

벽지가 부풀어오른 것으로 보이는 자리에 의자가 있네. 다리는 찍지 않고 앉는 그 부분 위로만 보여준다. 아주 독특한 시선이다. 마치 왕의 당당함으로도 보인다. 주변이 모두 묘하게 부풀려 사라져가야 할 유물이 지금은 으스대며 몸에 힘주고 있는 마냥....

넝쿨이 타 올라가 말라버린 벽면에 붉은 색을 띄는 왕좌는 요염하게도 보인다. 마지막 색을 빛낸다. 함창 <카폐버스정류장> 초입에 둔 의자느낌이 난다. 내가 여기 있노라. 세상을 품고 있노라. 의자는 다른 가구와 달리 인간의 모습과도 닮다 보니 헛것을 보는 듯, 현실에 있는 듯 오락가락한다. 사진틀과도 참 잘어울리는 전체 색이다. 아래로 갈수록 짙어지는 점층구도가 더욱 도드라진다.


<위는 조준백 작가사진 , 아래는 카페버스정류장>
아, 이 문이 무너지면 성벽 무너지듯 우리도 무너진다. 입구를 사수하라! 이런 상태와는 전혀 다르지만 문안인 듯 밖인 듯 철사로 감긴 문을 지키는 수문장 같은 의연함. 안과 밖이 바뀐 듯한 역전의 순간 같은 느낌.

영화 < 스타더스트>(2007, 매튜 본)에는 긴 담을 지키는 노인이 나온다. 현실계와 마법계의 경계다. 노인은 사람이 담을 넘어 마법계로 가지 못하도록 하는 수문장이다. 위 사진에서 이런 장면이 떠올랐다.



<이 담이 바로 그 경계다>
수납장 반쯤 열린 문 앞에 놓인 녹색 의자는 왜 <장화홍련>(2003,김지운)의 의자로 느껴진 걸까? 머리 속에 들어있는 것들은 ‘이성’이라 생각하지만 착시에서 오는 ‘환상’이 더 많은 것 같다.
의자와 문의 대치, 서로 힘겨누기 하는건지? 아서라, 거대 세력이 너희들을 곧 옥죄어 죽음에 이르게 할건데 찌질한 싸움질이 뭔짓거리냐!


수많은 의자들이 수많은 몸짓과 언어로 각자의 이야기를 한다. 축하하러 온 사람들의 웅성거림 보다 더 크다.



그들은 인간의 손에 만들어진 사용용도가 어느 정도 정해진 제작된 물건이다. 사람 손을 떠나니 마치 자연 중 하나인 것처럼 자기 위치에 따라 목소리가 달라진다.




지금 웅성거리고 좋아하고 축하하는 인파들도 곧 어디론가 사라지겠지.
‘흐르는 것이 어디 사람 뿐이냐, 우리들의 한 시대도 거기 묻혀 흘러간다 저기 우산 속으로 사라져 가는구나 입술 굳게 다물고 그렇게 흘러가는구나’(92년 장마, 종로에서, 정태춘)
이번 사진전은 슬픔을 많이 느끼면서 감상적으로 더 흘러간다.
감상과는 달리 축하 인파 속에 <정봉채>작가가 있다. 그는 축사를 한다. 난 바쁜 주인공을 두고 생뚱맞지만 정봉채작가에게 싸인을 챙긴다.

조용한 날 마눌님과 다시 와서 감상해야만 한다. 작가에게 고맙다 인사한다.


<아래는 친구의 인사글, 위는 내 인사. 같은 사진을 보고 느낌이 너무도 다르다. ㅋ>
아, 떠오르는 영화 한편, <고스트 스토리 A Ghost Story<(2017, 데이빗 로워리)이다.
사고로 죽은 C가 유령이 되어 집에서 떠난 M을 기다리는 내용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집을 거쳐간다. M은 사랑과 세상에 대한 애착으로 오지 않을 것을 기다린다. 언젠간 철거될 공간에서.



철거 때문에 버려진 조준백의 의자들은 뭘 기다릴까? 옛날 자신을 애지중지하던 과거를 회상할까? 뭔가가 와서 자신을 강하게 당기고 부숴버리고 폐기물로 버려진 순간을 떨며 기다릴까?
모두 사람의 상상에 불과하겠지만 비어있다는 것은 '허무'나 '허전'을 대변하지 않겠나! 채울 희망을 가진 것들과는 전혀 다른 것일땐 더욱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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