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12 : 박노해 사진전 : 라카페갤러리

작은 아이가 수요일 쉰단다. 우리 부부와 큰놈은 <가덕대구>를 먹었다. 겨울이면 가덕대구의 회와 전과 탕의 맛이 참 좋았다. 작년엔 대구 자체가 별로 없어서 못먹었다. 이 때가 되어 용원시장에 가면 사람들이 넘쳐난다. 아이가 저녁을 먹자하여 난 새벽에 용원으로 가서 대구를 사 포장을 하고 서울로 간다.




서울이 400키로 조금 안되는데 용원시장 왕복은 80키로 쯤이다. 여기서 서울로 바로 갈 수 있으나 그럴려면 마눌님이 너무 피곤하다. 그래서 혼자 다서 다시 집으로 온다. 속이 불편하여 녹두죽을 먹고 10시 안되어 서울로 출발이다. 늘 들리는 춘천은 이번엔 생략하고 그냥 서울 갔다가 돌아올 때 단양에 들려 오는 것으로 계획을 세운다.
올해 대구를 너무 많이 먹었다. 두레박 팀에서 통영가기로 하였다가 ‘섬연구소 소장 강제윤’은 제주도 강의 간다하여 그냥 가덕대구 먹기로 하여 먹었다.
큰놈이 오니 또 대구를 사서 먹었다. 보통 탕은 한번에 다 못먹으니 1~2일은 더 먹는다. 질린다. 그래도 작은놈도 먹어야하니 또 사서 간다.
저녁에 둘째는 먹고 나도 먹었다. 더 질린다. 이걸 이틀 더 먹는다. ㅠㅠ


목요일은 전시회 구경이다.
이번엔 마음 먹고 <박노해>의 사진과 글을 보러 간다. 주로 경복궁 바라보고 오른편인 갤러리 중심이나 이번엔 왼편 <라카페갤러리>를 간다.
옛날 석균이 살던 동네다 청와대가 바로 위에 있고 <신영균> 관련 건물도 있는 곳.
길건너에는 <한명숙> 총리 남편이 운영하던 집도 있었다.
카페와 전시장을 하는 이곳엔 1층은 카페 2층은 전시장이다.
제법 넓지만 조용하고 음악도 우리하고 잘어울린다. 전시장엔 명상하듯 음악을 틀어 두니 마음이 벌써 숙연해 진다.
<박노해!>
우리에겐 전설적인 인물이었던 그가,
구속되고 심한 고문으로 힘들었던 그 시절, 그는 전사였다.
독재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감히 사회주의 란 말을 서슴지 않고 사용하였다.
<사노맹> 뜻을 함께 한다 생각했지만 이 말을 듣는 순간 겁이나서 나도 모르게 움찔하는데 그는 조금도 망설임 없었다.
그런 그가 사진을 찍는다고 세계를 주유 했다한다. 옛날 세종문화회관인지 근처인지에서 그의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지하철 전시장 같은 곳이었다는 생각도 드네.
오지를 찾아다닌 그의 눈은 보기엔 좋았으나 별감흥은 없었다. 여행자에 대한 내 질투심과 부러움이 크게 작용했나 보다. 편한 생활을 한다고 마음이 거부반응을 일으켰나 보다.

이젠 세월이 지나니 편견이라해도 좋을 생각들이 많이 사라진다.
세상에 사는 사람들의 수보다 생각들을 몇천배가 넘을 거다. 그 엄청나게 많은 생각들을 어이 하나로 줄을 세울 수 있겠노?
젊은 시절 나는 <생각의 줄을 제대로 세워야 세상이 바로 될거라 믿었다> 그런데 그 줄은 사람마다 또 다르네.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은 참 어렵다. 세상이 너무 다변화되고 복잡해지니 진리에 대한 것도 머리 돌 정도로 헷갈린다.
2층 계단에 둔 화분들은 참 정갈하다. 오르기 전부터 마음을 다지게 하는 역할을 한다.

2층에 올라가니 몇가지 설명들 그리고 사진. 그가 오지를 다닌 곳들이 세게 지도 속에 점으로 표시되어 있다. 아프리카, 아랍, 동유럽 지역이 많다.
첫사진은 <빛의 통로를 따라서>라는 제목이 붙은 방안에 들어온 빛이다. 사진찍는 내 모습과 전시된 사진들이 같이 방안에 들어가 있고 문을 통한 빛이 어둔 방 입구를 밝힌다. 그의 염원이 담긴 빛이겠지.


시작사진에 시작 글. 이제 서서 걸으면서 명상을 시작한다. 수도사들이 묵언을 하면서 수도원 안 복도를 걷듯이. 성가는 계속 울리겠지. 언젠가 본 <위대한 침묵>(2005, 필립 그로닝)의 장면처럼.


그의 사진은 시다. 그의 시는 사진이다.
<망고를 깍아주는 아버지>....


눈물이 흐른다. 나도 아버지다. 나는 저런 침묵을 저런 행동을 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가슴을 때린다. 그의 행동이 감동을 주는데 나는 아픔으로 받아드리다니! 부모가 그냥 묵묵히 자식이 좋아하는 것을 내어 놓는다면 세상은 진정 따뜻하고 평화로울 것이다. 그의 칼은 세상을 정화시키는 힘과 같다.


<하늘을 보는 아이>에서 갑자기 장률 간독의 <두만강>(2009)이 떠올랐다. 두만강에선 아이가 뛰어내렸는지, 멀리 희망을 바라 보았는지 기억이 안난다. 그냥 이 장면이 떠올랐을 뿐이다. 지구의 다른 편에 선 두소년의 마음은 어쩌면 비슷했을 수도 있을거다. 희망과 절망을 같이 느끼면서 현재와 미래에 대해 어떤 생각들이 순간적으로 스쳤을까? 멀리 바라보는 것은 그 행동만으로도 멀리 나갈 시작을 품을 수 있을거다.


박노해의 사진은 엄청난 정서를 준다. 사진 하나하나 그냥 넘어가지 어렵고 계속 쳐다보게 만든다. 어쩌면 그의 글이 더 유혹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가 카메라에 장면을 담을 때 생각했던 수많은 것들 중 하나가 글로 나타났을거다.













화려하지 않지만 숙연한 분위기를 잘잡아낸 전시장. 우린 사색과 명상에 바다에 빠졌다 나온거다.
내려와 커피 한잔하자 하니 마눌님은 책을 사겠다 한다. 분홍 빛깔의 <내 작은방> 오늘 본 사진들을 책 속에서 다시 볼 수 있으니 더 좋다.
날이 매우 춥지만 밖 의자에 앉아 사진 찍어 주고 있으니 주방에 있던 아가씨가 나와 같이 앉으면 찍어주겠다 한다. 정말 친절하다. 이게 그냥 갤러리면 절대 안된다.

<나눔문화>를 만들어 나누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특집호에 실려있다. <라카페갤러리>는 나눔문화를 실천하는 곳인 모양이다. 그들의 친절은 자연스럽게 나오는 가장 좋은 행위이다. 친절도 나눔과 같은 것이니.

추운 날, 가장 기분 좋은 사진을 보고 책을 사니 행복이 가방 안에 넘치는 것 같다. 삼청동 쪽 몇군데 갤러리를 들려서 오늘은 좀 일찍 들어가야 한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연히 웨스 앤드슨> : 미소, 즐거움, 행복한 사진전 (0) | 2022.03.01 |
---|---|
서면시장 앞 노동자 문화제: 추운겨울도 데워주는! (0) | 2022.02.28 |
22-01-10 <극단 명인> 창단과 결혼기념일 (0) | 2022.01.16 |
우리는 길에서 이야기 나눴다. (0) | 2022.01.07 |
연말연시 : 생애 첫차를 모는 아들, 서울 하늘 아래 다른 두세개 -황학동 도깨비 시장과 공항 롯데몰 (0) | 2022.0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