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묵은지들의 모임: 첫직장인들과 함께.

무거운 빈가방 2022. 8. 27. 14:40

 

묵은지들의 모임.

 

우리 집에서 모임한지 20년은 넘은 것 같다.

첫직장에서 함께 지내다 다 같이 쫓겨나서 살아온 지 35년 세월.

한번은 정기적 모임을 하려고 회비를 모으자는 제안을 했으나 내가 거절했다.

이 후 모임이 좀 소원해 졌다.

앙살지긴거다.

내가 회비 내는 모임은 딱 하나 있다.

모임도 없지만 어디든 회비 내는건 반대를 했다.

특히 부부 모임은 회비 모여지면 해외 여행가자고 해사서 안하려고 한다.

해외 여행 어떠냐고?

난 단체 여행 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국내 여행은 상대적으로 시간과 돈이 덜 들어 좀 낫지만, 해외는 시간과 돈이 많이 든다.

단체는 내 뜻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라 시간과 돈에 비해 만족도가 늘 적다.

해외여행 몇차례 갔으나 데부분 발빼지 못해 따라 간 것이고, 내 필요에 의해 간 것도 몇차례는 있다.

내 필요에 의해 간 여행은 모두 다 대만족이다.

페키지 여행은 최대 만족도가 50% 정도이다.

왜 그러냐고?

그냥 내 맘이다.

한국도 못가 본 곳이 많아 가고 싶은 곳이 많다.

그런데 외국 나가는 게 마음에 안든다. 난 낭비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시작하면서 사족부터 달았다.

매우 오랜 지기이고 , 내가 나름 중심에 있은 적도 있었는데 내가 거절하니 다들 실망감이 얼마나 컸겠노?

친하고 안친하고를 떠나 이 분들과는 생사를 같이 한 셈이다.

뭐 목숨 걸 일이 있은 건 아니지만, 직장에서 같이 쫓겨났으니 거서 거 아닌가!

마눌님은 여기 모임은 그냥 편하다 한다.

이야기야 늘 뻔하지만 어려움을 같이 겪었기에 동병상린이 매우 클거다.

한 때 복직 이 후 삶의 방식 때문에 약간 식 틀어진 적도 있었다.

살아가다 보니 그것도 별로 중요하지 않더라.

방식이야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 보니 결국에 바라보는 지점이 다 비슷하더라.

 

아무튼 우리 부부는 이 귀한 손님을 맞이하려고 1주일 전부터 조금씩 준비를 했다.

쳐다 보도 안할 구석에도 걸레질을 하다 집을 반짝반짝 닦는다.

한번도 해 보지 않은 새우튀김도 준비 한다.

잡채를 만들고 묵을 쑤고 하는 것은 마눌님 몫

회를 사와서 회초밥 만드는 것은 내 몫

 

각자 역할을 열심히 한다.

그래야만 만족한 밥 시간을 갖는다.

 

6인용 식탁 양 가운데 앉으면 8인용 식탁인데 11명이 앉는다.

좁기에 강도사가 사 준 간이 책상까지 놓코 앉는다.

재밌다.

조금 넓으면 서로 대화 하느라 산만할 낀데 좁은데 오글오글 앉으니 다들 꼼짝 마라다. 한사람 이야기 하면 다 집중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되어 버렸다.

 

이번엔 옛날 쾌쾌묵은 이야기는 없네.. 기본적으로 직장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이번엔 변한 세상 이야기와 건강 이야기뿐이다.

이젠 많이 늙었다.

모임마다 거의 건강 이야기가 주류다.

건강 이야기하면 난 할 말이 없다.

세상 보는 눈도 참 거시기 한데 몸 보는 눈은 다른 사람들과 너무 달라 더 거시기하다.

그냥 입 다무는 것이 상책이다.

 

몇 달 전 더 묵은지 모임 때, 남자 다섯(중학교 동창- 흔히 말하는 꼬치 친구다), 여자 셋.

세시간 가까이 건강 이야기만 줄창 한다. 한의사인 친구와 내만 그냥 입 다물고 있다.

 

아무튼 이제 이런 세대가 되었다.

이랬기나 저랬기나 오래 지기들의 모임은 늘 즐겁다. 좀은 어긋나는게 있어도 금방 용서가 된다.

나름 진수성찬을 준비했더니 다들 이제 집에서 모이는 건 끝이라고 한다.

누가 회를 사서 직접 잘라 주겠노부터 시작하여 핀찬인지 칭찬인지 웃어가면서 말을 섞는다.

 

즐거운 시간..

 

함께 했기에 함께 하면 더 즐거운...

 

강도사와 순동형님 세치 모이면 소외의 시간

함께 한 적은 있으나 뒤에는 두분이 자기들 문제로 고생을 많이 했다.

전국을 돌면서 복직 투쟁을 했는데 전설적인 이야기가 많다.

살짝 기억나는 이야기 하나.

박정희 독재정권 때.

교사인 이 분이 개표(? 투표)감시단으로 참여 했단다.

근데 흔히 말하자면 검은 안경 낀 사람들이 와서 밥 먹으러 가란다.

이 분은 제대로 하는가 봐야 기에 나가는 걸 거부 했단다.

달랑 들려서 쫓겨 낫다하네.

부정 선거의 대표적 모습이지.

이런 식으로 독재를 유지 했던 모습이다.

문제는 다음 날 이 분이 학교로 출근하는데 교문 앞에서 교장님이 있더란다.

그리곤 학교에 나오지 말라고 하더라네.

그냥 말 한마디로 해고 통보인거다.

 

이렇게 허무 하게 쫓겨난 이 분은 그 뒤로 취직이 불가능하였고, 폐품 같은 것을 주워(흔히 고물상 비슷한, 요새로 치면 폐지 줍는 분들) 생활 했다하네. 자식들 공부는 제대로 못시키고...

우리 현대사의 뼈아픈 모습 중 하나다.

독재라는 것이 얼마나 어마무시한 일인지 알 수 있는!

 

이런 전설적인 이야기가 넘쳐난다. 재미는 있다. 근데 두 사람은 이 현장에서 같이 듣고 같이 느꼈기에 넘치는 무용담으로 신나한다. 난 함께 안했기에 재밌는 이야기만 재밌지 나머진 좀 거시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지매들이 다 즐거워 하고

음식 칭찬에 집 칭찬에

나으 열심인 모습에 대한 칭찬에 ...

 

참 바쁘게 보낸 팔월이다. 여러 가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