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라기보다는 소재가 훔쳐보기이다. ‘말레나’를 훔쳐보는 레나토의 눈일까? 이건 소년의 성장통은 아니다. 그러면 고디바를 훔쳐보는 피핑 톰(Peeping Tom)인가? 이런 호기심도 아니다. 사십이 넘은 아저씨, 그것도 비밀경찰의 눈이다. 만약 피핑톰이 눈이 멀지 않았다면? 그는 처음엔 호기심에서 신성함으로 바뀌었을련지 모른다. 이 이야기의 주제는 바로 이것이다.
당시 3군데 만이 남은 분단국가 중 하나인 독일. 동독의 비밀경찰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영화의 내용에 많은 것들이 펼쳐진다. 이 친구는 범인을 심문하는 최고의 경찰이다. 이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교수이기도 하다.
딱 한번 웃음을 보인 사내가 있다. 두동강 난 조국에서 한조각을 철저한 의식으로 잡고자 했던
그런 사내를 누가 일깨우겠는가? 다행인 것은 그는 가진 것 없으면서도 직업에 처절하리만치 충실했다는 것. 만약 가진 것이 많았다면? 충실하지 않고 그냥 세상 흐르는 대로 흘렀다면?
대부분의 평은 이 냉혹한 사내가 여배우에게 첫눈에 반했다 한다. 난 아닌 것 같다. 예술의 예자도 모르는 사내에게 예술의 행위 자체가 불편하고 반체제적인 것으로 비췰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예술을 빙자하여 먹이를 노리는 사냥꾼(햄프 장관 - 이느 권력을 이용하여 배우들의 소유화 하고 특히 여배우들을 노리개로 삼는다. 우리의 권력가 박정희는 가수, 탈렌트와 놀다가 총맞아 죽었고, 전두환과 잘나가던 어느 여배우의 관계는 매우 유명하다. 그 여배우는 몇 년 동안 한국에 있을 수 없다가 전두환 물러난 뒤 돌아 왔다. 전성기가 끝나버렸다. 현 대통령의 못생긴 여성에게 서비스 받으면 더욱 좋다는 말은 너무도 유명하다. 비정상적 권력이 탐하는 여배우 편력은 동서를 막론하나 보다.)은 더더욱 반체제일 수 있다. 이런 반체제를 위하여 헌신하는 일을 한다면 그가 택할 수 있는 것은? (비즐러 - 크리스티나 - 햄프)
웃음조차 모르는 냉혹한 체제의 사내 비즐러는 체제의 프리즘인 감청을 통해 예술-사랑 이란 단어를 조금씩 느껴가고, 그의 보고서 중 일부인 크리스티나-햄프와의 관계는 빠져버리고 오로지 드라이만의 반정부 의식만을 잡아 그를 곤궁에 빠뜨리려는 작전
그의 선택은 더도 덜도 아니다. 그는 자신이 살아온 옮곧음을 그렇게 행한 것이다. 친구가 중령이오 자신은 대위이다. 아무런 상관없다. 자신의 일을 할 뿐이다.
처절하게 정권 아니면 자본에 복무하는 어느 나라의 검, 경찰과는 너무도 다르다.
이 영화에는 두 개의 시나리오가 있다. 하나는 영화 제작을 위한 시나리오 다른 하나는 비즐 리가 작성한 HGW XX/7의 시나리오.(비즐리 - 크리스트나 - 드라이만)
물론 이 영화에서 변하는 것은 비즐러 만이 아니다. 모두가 변한다. 서로가 가지는 갈등의 축을 경계로 타인의 영향을 받으며 변한다. 심지어 체제까지 무너지니 변하지 없는 것이 없다.
엔딩이 끝나면 가슴을 울리는 묵직한 음악과 함께 울거나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극 중 비즐러가 읽은 브레히트 시를 팁으로 올린다.
마리에 대한 추억 / 브레히트
1
푸르른 9월 어느 날
어린 자두나무 아래서
나는 그녀를, 그 고요하고 창백한 사랑을
조용히 품에 안았네. 마치 부드러운 꿈인 듯 했네.
우리 머리 위 아름다운 여름 하늘에는
구름 한 점 떠 있었네. 그 구름을 나는 오래 쳐다보았네.
아주 하얗고 엄청 높은 곳에 있던 구름.
내가 다시 올려 보았을 땐 사라지고 없었네.
2
그 날 이후 수많은 달, 수많은 세월이
조용히 흘러 흘러 사라져갔네.
자두나무들은 아마 베어졌을 것.
사랑이 어떻게 됐느냐고 그대가 물으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리.
그대가 말한 뜻을 나는 이미 알고 있지만
정말이네, 그녀 얼굴이 생각나지 않네.
다만 그녀 얼굴에 언젠가 키스를 했다는 사실 뿐.
3
그 키스도 구름이 여기 있지 않았더라면
벌써 오래 전에 잊었을 것이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구름, 앞으로도 잊지 못할 구름은
아주 희었네. 위에서부터 온 것이라네.
자두나무들은 여전히 꽃을 피우고 있을지.
그녀는 일곱 번 째 아이를 가지고 있을지도.
그러나 구름은 몇 분 동안만 피어올랐고
내가 올려다보았을 때 벌써 바람에 사라지고 없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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