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1972) Un Flic, Dirty Money
현장성의 강조와 눈빛의 애매함으로 인한 극도의 긴장감
영화의 시작에 형사 콜먼의 맨트가 나온다
‘오직 두가지의 감정만이 남자를 일으킨다. 애매함과 조롱(웃음거리)’
이 뜻은 잘모르겠으나 영화의 내용은 애매라는 단어 보다 모호하다는 단어가 어울릴 듯하다.
형사의 24시간 활동에 초점을 맞췄기 보다는 도둑들의 훔치는 활동을 장인의 그것처럼 아주 조용히 자세히 묘사를 한다.
도둑들은 위기에 처하자 부상당한 동료를 살해하지만 이것과 훔친 것 외에 어떤 잘못도 저지를 사람으로도 잘 안보인다.
형사는 부지런히 뭔가를 해결하려 다니지만 사생활이나 범인 취조 끄나플 활용 등을 볼 때 그리 정당하게도 보이지 않는다.
이 모든 활동들이 뿌연 안개나 흐린 날씨 또는 어둠 속에서 침묵으로 일관되며 진행되니 모든 것들이 애매모호하게 느껴질 수밖에!
장면들에서 감독이 초점을 맞춘 몇 개는 위에서 잠시 이야기했던 훔치는 장면의 상세한 묘사가 대표적이며 전체적으로 배우의 ‘눈’에 클로즈업을 많이 할애한다. 그리고 배우를 쫓는 동선은 대체로 수평적으로 근접하여 촬영함으로서 대체로의 시선이 관객의 눈에 맞춰져 있다. 대사는 필요한 말 말고는 거의 없다 해도 좋다.
시작은 큰파도와 비바람의 소리 갈매기와 울음이다.
감독에게 현장에서 나오는 소리는 그 어떤 사운드 보다 중요한 모양이다. 영화에서 현장성을 강조하는 것은 현장감의 느낌을 고스란히 관객에게 돌려주는 효과가 있는 듯하다.
이 시작은 영화의 전체 패턴을 (위 장면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여주고 차량과 안에 탄 사람들을 비추면서 출발한다.
형사는 날마다 길을 돌면서 순찰을 하고 전화가 오면 아주 짧은 대화 이후 가겠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고 사건의 현장으로 달려간다. 그는 밤시간이 특히 자기들의 활동 시간임을 말한다.
영화의 내용은 그렇게 복잡지 않다. 훔치는 장면도 단순하고 흔히 말하는 사람간의 충돌도 거의 없다. 훔치는 것도 일방적이다.
영화에 형사와 도둑이 삼각관계이자 친구관계라는 설정은 좀은 재미있을 수 있겟지만 유별난 것도 아니다. 대화도 거의 없으니 참 무미건조할 수 있겟다.
그렇지만 단순함속에서 우러나오는 극도의 긴장감은 갱영화로 숙련된 감독의 연륜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침묵과 현장성의 강화이다.
범인이 처음 은행을 털 때와 기차 안으로 침입하여 마약을 털 때도 대사가 없다. 모든 것이 다 짜여진 대로 척척 움직인다. 큰 변수도 없다. 은행강도도 손님들도 참 일사분란하다.
그렇지만 비바람으로 인한 세찬 소리와 바닷가 은행이라 계속적으로 들리는 파도소리는 이들의 감정들이 격랑 속에 있는 양 모든 것을 대변한다. 시작의 이 묵직한 범죄는 모든 관객의 액션에 대한 기대를 가라앉히고 이제 조용히 영화가 이끄는 대로 따라오라는 듯하다.
리스본으로 가는 기차 속 마약을 터는 장면은 훨씬 더 묵직하다.
헬기를 타고 혼자 내려와서 옷을 갈아입고 마약을 터는 장면에서는 처음의 은행털이 보다 훨씬 더 큰 소리를 들어야 하고 그 소리들로 인한 긴장감은 극도의 상태에 이른다.
헬기를 타고 내려와 옷을 벗고 감추고 기차 승객인양 잠옷을 입고 있는 장면도 참으로 상세하다. 작업복 속에 잠옷을 입고 있기에 작업복을 벗었다가 나중 다시 입으면 그만이다. 그 과정에 거울을 보며 머리를 빗는 표정은 사건을 일으키기 전이라기 보다 일을 마친 뒤 안도의 여유로 보일 정도로 시몽은 생기가 넘쳐난다.
잠옷 안에 범행 도구들이 하나씩 나오고 사용하는데 우린 마치 범죄를 같이 저질 고 있는 양 하다.
기차 위에는 헬기가 굉음을 내며 기차를 따라 움직이고 있고 밤기차는 달리는 소리로 귀가 따가울 정도다.
이 소리들은 사운드의 효과를 톡톡히 해낸다. 동시에 범인이 하는 작업에만 집중토록하는 묘한 효과도 가지는 것 같다.
범죄 현장의 소리를 극대화 하여 묘한 동조감과 작업의 신성함 까지 끌어올린 영화로는 마이클 만의 ‘비정의 거리’에서 잘나타난다.
제임스 칸이 거대한 기계를 이용하여 금고를 뚫는 작업을 하는데 이 때 울리는 소리와 튀는 불꽃, 이런 것들이 털이범의 마스크에 고스란히 나타나면서 그의 각오와 작업에 임하는 자세까지도 다 나타나는 듯했다. 긴시간 동안의 작업은 실제로 작업 현장에서의 흥분과 흐르는 시간과 비례한 긴강감도 고스란히 관객의 몫이다.
이런 점에서 장-피에르 멜빌과 마이클 만은 도둑이나 갱들을 ‘장인적 수준’ 까지 끌어올린 점에서 많이 닮은 것 같다. 장-피에르 멜빌은 어쩌면 ‘강렬한 현장성’의 선도주자라 해도 될련지?(이전 다른 영화들 다른 감독들을 잘모르기에 그냥 이리 말해 보는 것이지만..)
또 다른 특징은 대사는 생략하고 카메라는 인물의 표정과 눈빛에 많은 할애를 한 점이다.
눈에 대한 클로즈업은 생각보다 훨씬 더 강렬하다. 이 사람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어떤 감정 상태인지를 우린 느끼거나 못느끼면 생각을 유도하게 만든다.
형사의 눈빛은 감시나 고민이 많아서 인지 아니면 아랑드롱이 원래 그러한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불안하고 초조하면서 우울하게 느껴진다.
그가 애인 캐시(까뜨린느 드뇌브)를 침대에서 만나 그녀를 볼 때도 따스한 눈빛은 없다. 약간의 미소만 있을 뿐이다.
죽은 여인을 바라 봤을 때(이 때 죽은 여인의 떠 잇는 눈도 제법 클로즈업 시킨다), 트랜젠스트로 보이는 끄나플을 바라 볼 때도 그(녀)를 쫓아낼 때도 비슷하며, (끄나플이 형사에게 맞고 쫓겨날 때의 슬픔과 애정과 배반의 눈빛도 제법 강렬하다. 그를 사랑한 듯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자기가 한일은 조금도 숨김없이 진정으로 임했다는 듯 ..)
친구이자 범인인 시몽을 바라볼 때도 그러하다.
이것이 알랑드롱의 매력인가는 잘모르겠다.
여기에 비하면 범인 시몽(리차드 크레나)의 눈빛은 훨씬 여유가 있다. 목소리도 흔들림이 없다. 탄로가 났을 때 친구 폴에게 전화를 걸 때는 약간의 흔들림이 있고 나머진 다급한 듯 목소리만 들려줄 뿐이다. 그가 친구에게 ‘나중에 봐’라 말하는데 그 나중은 교도소인지 저승인지 알 순 없지만 끝장면을 보면 벌써 죽음을 각오한 것인데 이 말 소리도 그렇게 흔들리게 들리진 않는다.
영화에서 삼각관계의 주인공 캐시(까뜨린느 드뇌브)의 역할은 사실 누가 맡아도 크게 관계없을 만큼 장면의 비중은 작지만 대사가 별로 없는 지루함 속에 뭔가 모를 팜므파탈 적인 미모와 차가움으로 관객의 시선을 모을려면 그녀가 적절할 것도 같다.
그녀에 대한 클로즈업은 그냥 차갑게만 느껴진다. 그녀의 감정이 어떠한지는 참 모호하다. 주사위로 부상당한 공범을 죽일 때의 눈빛과 심장박동을 표하는 기계소리는 이 영화가 내내 보여준 그대로이다.
이들 세명이 나이터틀럽 한 공간에서 만났을 때도 대화가 없이 그저 눈빛만을 교환한다.
나중 시몽이 범인임을 확신하고 그를 찾아갔을 때도 나눈 대화라고는 기껏 누구를 아느냐? 그는 너를 알고 있던데... 이 수준이다.
눈은 자신의 모습 생각 등을 반영하기에 우리에게 눈을 보면서 그들의 결의 등을 느끼도록 유도하니 대사로 푸는 것 보다 훨씬 더 감정적 감각적 느낌이고 더 강렬하다.
요사이 패턴으로 보면 지겨울 수도 있고 , 당시에도 헐리웃의 발빠른 패턴과 액션 등에 비해 너무도 지루할 수 있기에 흥행에도 실패한 것 같다.
그렇지만 과거 프랑스 범죄 영화들은 늘 느릿느릿하고 범죄 현장의 장면은 길고 상세히 현장의 소리를 그대로 살린 것이 특징 이었던 것 같다(내 기억에 의존하니까)
<형사>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범행의 모습은 길고 상세히 묘사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잡다한 움직임이나 여러 장면들을 보여주는 것을 배제하고 다른 어떤 것도 개입시키지 않으면서 범행 현장 저것 말고는 세상에 아무것도 없는 듯 조용히 상세히 묘사되어지니 집중도는 매우 큰 것 같다.
말하였듯 그 현장에서 나오는 소리는 적극 활용하여 마치 영화의 사운드트랙 처럼 사용하는데 이 현장의 소리는 관객을 현장에 있도록 붙잡아두는 효과와 극도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데 매우 효과적인 것 같다. 그리하여 좀 더 집중토록 만든다.
<형사>의 미덕은 이런 뛰어난 형장성과 클로즈업에 있게 보인다.
현장성의 강조는 작업 모습과 눈빛에는 못미치지만 사람이 움직이는 동선을 잡을 때 거의 수평적으로 잡아내기에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한 효과를 가져온다. 그래서 장면들에 대해 쉽게 동조화 현장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군더더기 처럼 몇가지 이야기를 더 해보면
범인이 헬기 기사와 접촉할 때 자신들을 표현하기를 ‘신속히, 능숙하게 최고의 상태로 완전히 갖춰져 있다’ 그들의 모습을 함축적으로 잘 묘사한듯
프랑스에서 범좌자들이 사용하는 차량은 독일차이다.(택시에서는 BMW, 여기선 메르세데스)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폴의 자살시도시 문을 연 형사가 문 닫고 총쏘우고 다시 열어 쓰러지는 범인을 잡는 장면이다. 이 때 자살 막는다는 식으로 뭐라뭐라 말하면 위험도 있지만 영화적적 재미도 사라지면서 갑자기 서부 활극이 되어버렸을 것이다.
시몽이 죽는 끝장면도 비슷하리라. 너무 일찍 쏘우지 않았느냐는 동료의 말에 ‘자살할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는 매우 간단한 답!
차 앞에 서 있는 애인은 잡아갔을까 하는 궁금증.
기차안 굳게 잠겨진 문을 거대 자석으로 여는 단순함으로 인한 재미.
범인들 회동장소가 루브루 박물관인데 이것은 범인들의 수준을 보여주는 듯
범인은 단순 생계형 범죄라기 보다 번듯한 계급의 사람이지만 조금 더 잘살기 위해 범죄를 저진다.
범인 잡았을 때 ‘빨리부는 것이 좋다’ ‘불것 같아? ’ ‘내기할까?’
뭔가 전구를 활용한 잠안재우기? 등의 고문을 사용한 듯한 암시
- 헐리웃은 그의 생계나 감형,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협박 등인데 비해...
말이 설명이 별로 없는 영화라 답안해주지만 그만큼 상상을 유도하며 형사나 범인이나 그 차이가 별로 없음을 암시하기도 한다.
영화를 보면서 생각나는 것 생각을 쥐어짠 것 등을 두서없이 적었다. 제법 지루하지만 영화 형사가 가지는 ‘미덕’을 중심으로 적어보았고, 이것은 평론이 아니라 그냥 감상문에 불과함은 내 능력 때문이니 별 할 말이 없다.
그래도 오래된 배우들을 보는 기쁨이 ‘형사’의 최고 미덕인 것 같다.
UN FLIC (Dirty Money) - Isabelle Aubert and Michel Colombier
https://www.youtube.com/watch?v=lO65Vz0yRQY
형사 (1972) Un Flic Dirty Money
요약정보 범죄 | 프랑스, 이탈리아 | 98 분
감독 장-피에르 멜빌
출연 알랭 드롱 (에두와르 콜만 역), 리차드 크레나 (시몽 역), 까뜨린느 드뇌브 (캐시 역), 리카르도 쿠치올라
줄거리
네 명의 갱이 은행을 털다 그 중 한 명인 카르크가 총에 맞는다. 그들은 훔친 돈을 숨기고, 마르크를 병원으로 옮긴다.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며 범죄를 배후에서 조작하는 시몽은 자신의 친구이자 경찰인 콜망에게 마르크가 사실을 누설할까 걱정하며 그에게 독약을 주사케 한다. 한편 콜망은 친구인 시몽이 범죄에 연관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되는데...
이영화의 키워드 : 느와르, 형사, 은행털이
제작노트
범죄자와 경찰의 대치를 다시 한번 변주하여 그리고 있는 멜빌의 마지막 작품. <사무라이>, <암흑가의 세 사람> 등 이전 작품들에 비해 단순한 구성과 덜 강력한 면모로 인해 발표 당시 비평과 흥행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멜빌 특유의 도덕적 모호함과 고독의 기운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폐부를 찌르는 작품. 바람과 파도 소리 속에서 아무런 대사 없이 은행강도 장면을 보여주는 오프닝 시퀀스만으로도 볼 가치가 충분한 영화.
(시네마테크 2007년 장 피에르 멜빌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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