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 꿈과 골목의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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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민 감독은 <물고기> (2011)에서 집나간 아내를 쫓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여정을 묘사했다. 신작 <혼자>(박홍민,2015)는 ‘꿈’속과 ‘골목길’이라는 독특한 공간을 설정하여 이 속을 헤매는 색다른 여정을 보여준다. 그래서 꿈과 골목길의 미스터리라 표현해도 좋겠다. 이 공간들은 서로 겹쳐지기기도 하지만 때론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실체 같기도 하다.
감독은 첫시퀀스에서 나름 주인공 수민(이주원)에 대한 여러 흔적들을 두지만 영화가 진행할수록 예상과는 달리 수민이 어떤 존재인지, 뭐하는 사람인지, 어디로 가야하는 지도 모를 미궁에 빠진다. 잠에서 깬 수민은 방에 묻어 있는 영문을 알 수 없는 피범벅들 때문에 놀란다. 그런데 이 낭자한 피도 꿈인 듯하다, 그의 방을 통해 보여주는 전단지나 책은 그가 하거나 관심을 가진 일이 재개발에 대해 반대의 입장에 대한 것임을 언듯 짐작하게 만들지만 더 지켜봐야 안다. 그리고 문을 통해 베란다로 나가면 마주보는 곳에 서울의 외떨어진 달동네 같은 빼곡한 집들이 있다. 베란다에서 사진을 찍다 우연히 목격한 살인 사건으로 인해 쫓기다 구타를 당한다. 그가 눈을 뜨면 외딴 골목길 어딘가에 벌거벗겨진 채 버려져 있다.. 이 때 부터 그는 계속 반복되는 꿈에 시달리고 이것은 현실과 교묘히 겹쳐져 왜 이러한 꿈을 꾸는지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경계도 내용도 그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골목 골목을 헤매는 만큼 모호하다. 반복된 꿈속에서는 여러 모습으로 골목에 혼자 버려져있지만 집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아이, 여자, 남자 등 여러 인물들을 만난다. 이 인물들은 우연히 지나치는 것 같지만 모두 다 자신과 밀접한 관계가 있게도 보인다,
<혼자>는 수민의 트라우마와 철거를 기다리는 듯 보이는 집들이 밀집되어 잇는 골목들과 잘어울져 한편의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영화는 내내 어둡다. 꿈속을 헤매니 더 그렇다. <혼자>의 가장 빼어난 것은 배우의 연기 보다 골목길을 바라보는 카메라이다. 이 공간을 멀리서 잡을 땐 그저 가로등 몇개 켜져있을 뿐 사람은 살지 않고 철거를 기다리는 구조물처럼 보인다. 그런데 불빛들이 비춰주는 색감들로 예술작품 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하나의 미로를 형성하면서 공포의 공간으로 보이기도 한다.
편의점 씬을 제외하고는 어둡기만한 이 영화는 수민이 늘 혼자있는 듯하면서 옆에 누군가가 있다. 구타를 하거나 울거나 붙잡거나 뿌리치거나 하는 이 모든 것들이 나 하고 아무런 관계없이 보이다가도 오히려 내 속의 많은 것들을 끄집어내는 역할들을 한다.
왜 제목이 ‘혼자’일까? 함께 있어도 서로의 이해가 토대되지 않으면 혼자나 마찬가지여서 그럴까? 잘잘못을 따지다 보니 늘 상대와 동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어서일까?
사람을 마주대할 땐 늘 같이 있는 듯하지만 내 눈을 통하거나 카메라를 통할 때 세상 모든 것은 대상이 될 수밖에 없어서일까?
<혼자>인 이유를 관객들이 영화 속에서 찾아봐야 할 것 같다. 그러기에 관객이 해석이 기다려지는 영화이다.
1. 버티고개에 연해잇는 신당동 산골목은 점점 사라져가는 서민들의 삶의 터전을 대변하는 좁은 골목길에 대한 추억도 불러일으켜 준다.
2. 카메라는 참 따스하다. 연기력과 주장하는 바는 골목길 같다.
3. 혼자는 영화를 볼 땐 좀 힘들엇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자꾸 떠오른다. 배우의 연기가 다소 미치지 못햇다 생각했지만 감독의 카메라와 혼돈 속에 빠진 시나리오가 오히려 모든 것을 살려내는 듯하다. 자신이 뭘 찍는지도 모른채 다큐를 찍는 주인공 처럼 뭘 하는지도 모르면서 그냥 살아가는 군상들이지 않는가! 배우의 연기도 여기에 매우 걸맞게 했다는 생각으로 바뀐다..
다음주면 버티고개 지나 저 골목을 돌아볼 요량이다. 미로 속에서 건져야 할것이 무엇인지, 아니 아무것도 없다 하더라도 움직여 본다는 것 자체가 인생이지 않겠나! 비록 혼자 돌고 혼자 남더라도...
줄거리
주택이 빼곡히 들어선 산동네, 남자는 맞은 편 건물 옥상에서 어떤 여자가 복면을 쓴 괴한들에게 살해당하는 걸 목격한다. 백주대낮의 살인! 남자는 살인 장면을 카메라에 담는데 괴한들이 그런 남자의 모습을 발견한다. 급히 자신의 오피스텔에 숨지만 괴한들이 오피스텔로 찾아와 남자의 머리를 망치로 내리친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남자는 알몸으로 산동네에 버려져 있다. 한밤의 산동네에서 남자는 울고 있는 아이를 만난다. 여기는 어디이고 이 아이는 누구인가? <혼자>는 매력적인 악몽이다. 남자는 산동네에서 아버지에게 학대당하는 아이, 피를 흘리는 애인, 애인이 있던 곳에 등장하는 어머니 등을 만나고 이곳을 벗어나기 위해 애쓰지만 번번이 제자리로 돌아온다. 네덜란드 화가 에셔의 그림 속에 들어간 듯한 영화. 여기서 산동네라는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남동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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