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꺼풀>(오멸,2015) - 우리도 도려내야 할!

<눈꺼풀>(오멸,2015) - 우리도 도려내야 할!
<지슬 - 끝나지 않은 세월2> (2012)를 통해 해방이후 한국에서의 상처를 신원하려했던 오멸감독은 <눈꺼풀>(2015)에서 현재의 상처를 드러내어 본다. 제주도에서 나와 무대를 남해지역으로 옮기고 바다에서 만들어진 원혼을 다룬다.
첫장면에 시원함을 담은 푸른 바다가 나온다. 수평선이 보이지 않는 바다에 누군가 고기를 잡는다. 파도소리와 짙은 푸른빛들이 가슴을 뚫어주지만 곧 이상한 노인이 나오고 구명보트는 파도에 밀려 바위에 붙어있다.
그리곤 '달마가 도를 닦다가 잠이와 눈꺼풀을 도려낸다. 그가 무엇을 보려했을까?' 라는 나레이션과 함께 벽에 걸린 달마도와 달력이 있는 방을 보여준다. 낚시대로 만들어진 장치와 라디오, 전화기를 통해 이 케케한 방이 예사롭지 않음을 느끼게 만든다. 방의 주인인 노인은 거대 바위 아래서 도인처럼 참선하기도 하고 양손으로 땅을 짚고 부양하기도 하지만 나무를 바다 쪽에 가져오는 것이 참 수상타. 집 앞에 ‘떡’이란 돌에 새겨진 글도 보이고 절구통은 마당 한가운데 주인인양 있지만 누가 떡을 사러 올 곳으로 보이진 않고 노인도 상관하지 않는다. 그의 집 앞엔 바닷가에서 건져낸 여러 종류의 신발이 있다. 노인이나 찾아오는 사람도 가끔 신 한쪽만을 바꿔 신는다. 그의 집에는 뱀 거미 개미 달팽이 등 수많은 짐승들이 놀이터에서 놀이하듯 살고 노인은 모든 것을 다 허용하는 듯하다. 특히 흑염소는 터줏대감 같다. 어느 날 방문한 쥐에게 벼락같이 화를 내는 노인. 뱀에게 까지 친절을 베푸는 모습과는 사뭇 상반된다. 노인은 쥐를 쫓고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여러 소동은 영화의 전환을 만들어 낸다.
오멸의 신작 <눈꺼풀>은 응시의 영화이다. 노인은 늘 바다를 응시하고 가끔 관객을 향해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기도 한다. 전화가 울리면 노인은 떡을 하고 떡을 먹으러 찾아온 방문자들도 멀리 바다를 바라보기도 하지만 관객을 응시한다. 사물을 비추는 경우에도 모든 물체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소중히 보여준다. 그 바라보는 눈빛과 카메라가 보여주는 바다에 대한 응시들은 겹쳐져 하나가 되기도 하고 각자의 사연들을 머금은 듯 다양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감독은 바다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위로하려하는지, 망자에 대해 위로를 하고픈지, 살아남은 사람에게 숙제를 남기려는지 영화 속에 여러 가지 내용들을 숨기고 있다 우린 그것들을 보면서 하나하나 찾아봐야 한다. 죽은자들은 어떤 생각하며 관객을 바라볼까? 산자들은 죽은자들을 위로하고 원을 풀어줘야 할 방법들로 어떤 것들이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눈꺼풀을 잘라서라도 봐야할 것이 무엇인지.
1. 눈꺼풀이 보여주는 화면들이 참 슬퍼게 아름답다.
2. 국젲영화제 설명엔 미륵도라 하는데 영화에서는 그런 말이 잇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바닷가 몽돌과 함게 있거나 얕은 물에 반쯤 잠겨있거나 선착장 입구에 거대 미륵이 놓여 있기는 하다.
3. 사자에게 떡으을 해 준다. 그런데 산자의 일이 떡해주는 것 만일까?
아래 사진은 서울신문에 실린 기사 중 하나이다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51027143122745
<'세월베를린' 독일 광장에 놓인 304켤레의 신발> 이란 제목이다
<눈꺼풀>에서 바다에서 밀려온 주인잃은 신발은 죽음을 상징한다. 베를린에서의 이 퍼포먼스는 눈거풀의 내용과 통한다.
영화 속의 신은 짝이 없다. 여기 광장에서도 짝이 없는 신이었으면 더 감동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짝이 있어도 빈 무엇은 다 있기 마련이네.
한국에서 일어난 엄청난 무책임과 왜곡의 정치를 베를린에서 만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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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도라는 섬에 한 노인이 살고 있다. 자급자족 생활을 하며 참선을 하는 도인 같은 삶을 사는 노인. 전화가 울리면 이곳에 사람이 찾아온다. 사람이 찾아올 때마다 노인은 돌절구에 쌀을 찧어 떡을 만든다. 먼 길 가기 전에 떡을 먹고 가라며 떡을 쪄서 준다. 처음에는 낚시꾼 한 사람이 찾아오고 다음에는 쥐 한 마리가, 그리고 선생님과 학생 둘이 찾아온다. 등장인물이 몇 명에 불과하지만 영화는 섬에 사는 벌레, 숲, 바다, 염소 등 다양한 자연까지 화면에 담아 신비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승도 저승도 아닌 묘한 시공간인 미륵도는 바닷가 돌 사이에 돌부처가 자리한 곳이기도 하다. 오멸 감독은 <지슬: 끝나지 않은 전쟁 2>를 진혼의 형식에 담아낸 적 있는데 <눈꺼풀>도 진혼의 의미가 있는 영화다. 노인은 아마 죽은 자가 저승에 가기 전 허기를 채우는 떡을 만들고 있는 듯하다. <눈꺼풀>은 억울하게 죽은 자들을 위한 잔잔하면서도 가슴 아픈 위로이다. (남동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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