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들 - 거짓말과 참말 사이에서 일어나는 긴장감
양을 치는 사람들은 목동일진데 목동은 안나온다. 넓은 초원에서 별을 바리보거나 헤아리면서 살아갈 걱정을 하는 양치기 소년이 '늑대가 나타났다'하는 거짓말을 한다. 우화에서는 심심한 목동이 재미로 거짓말을 하지만 현대의 양치기는 생계를 위해서 한다. <감과 을>(2010)을 통해 군대의 폭력에 대한 고찰을 보여줬던 김진황감독은 이 사회적, 국가적 폭력으로 생긴 사건을 추적하는 <양치기들>(2015)을 선보였다.
시작과 함께 연극 오디션을 보여주고 영화속 배우들은 '그가 악마와 함께 있는 것을 보았느냐?'는 질문에 '못 보았다'는 답을 한다. 연극 출연 이후 이렇다할 배역을 못받은 완주(박종환)는 여기에도 사회적 힘이 작용함을 느끼고 세상으로 나온다. 그는 친구가 운영하는 심부름센타(한국 영화에 가장 많이 나오는 직업군 중 하나이다)에서 일을 한다. 남의 아픔을 달래주는 자칭 서비스업인데, 부킹한번 못한 남자나 애인없어 방황하는 여자의 애인이 되어주기도 힌디. 그가 사는 동네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엄마의 병 때문에 돈은 필요하고 목격자임을 자청하면 돈을 주겠다는 유혹이 들어오자 선듯 거짓증언을 한다. 완주의 단골식당에서 일어난 이 사건은 군대 선후배의 모임에서 선배가 죽었고 용의자는 식당주인 아들이다. 그는 보지 않은 사실을 진술하지만 그게 진실이 아닐 수 있다. 진실과 유혹 사이에 방황하고 의뢰인의 실종사건 까지 발생하면서 그에게 위기가 발생한다. 이 위기를 완주는 스스로 풀어보고자 가짜 경찰 흉내를 내면서 사건을 추적해 들어간다.
<양치기들>은 한국 남자들의 애국이라는 족쇄 .군대로 인한 깊은 상처와. 문화계에도 깊이 자리 잡은 부조리 그리고 사회의 부조리 등 모든 것을 조금씩 담아내면서 주인공의 움직임을 따라간다. 숏을 많이 사용하여 돌아가는 긴박감을 부각시키고 주인공의 갈등도 표현한다. 한번씩 높은 빌딩들을 흔들리는 카메라로 잡아내고, 완주가 사는 길고도 좁은 언덕배기 집들은 어둡게 존재시킨다. 완주가 만난 피살자의 주변 인물들도 처음엔 완주처럼 거짓말로 일관하다가 한꺼풀씩 사실에 가깝게 다가가고 탐정스릴러로서의 긴박감을 자아낸다.
<양치기들>의 소재는 간기남(김형준,2011)이나 몇편의 헐리웃 영화에서 본직한 것들이다. 그렇지만 완주가 가까이 다가가려는 인물들에 대한 태도는 심심하여 거짓말하는 양치기가 아니라 흩어진 양들을 걱정하는 진정한 목동의 모습이다. 돈으로 시작하였으나 아픔의 치유자로 변화가 일어난다. 이것은 처음 연극의 대사와도 통한다. 거짓이 많이 있고 거짓 때문에 누군가는 누명을 쓴 듯하고 누군가는 죽는다. 말의 꼬리를 물고 사건을 계속 따라가면서 나름 서스팬스와 미스터리를 잘구가하여 제법 박진감이 넘친다. 과도한 음악으로 긴장을 유도하지 하지 않아도 거짓과 진실 자체가 시소하듯 펼쳐지는 이야기 구조는 긴박한 재미를 줄 것이다.
1. 양치기의 거짓말은 못 본 것을 보앗다는것 하나, 둘은 본 것을 못봤다는 것이다.
2. 영화는 이 사이에서 갈등을 하기도 하고. 이렇게 하는 것이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3. 그런데 막상 거짓말 뒤에 따라 오는 압박은 누구든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2 에서 가지는 자기 합리화는 내가 안전할 때만 가능한 법이다.
우리들이 평소에 늘어놓는 많은 말들 속에 진자와 거짓을 구분할 수 있는 선명한 것들이 그리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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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배우 완주(박종환)는 생계를 위해 심부름센터에서 일을 한다. 애인 없는 여자의 남자친구 역할을 대리로 한다든가 인기 없는 아저씨의 부킹을 도와준다든가 하는 일이다. 어느 날 완주의 집 근처 골목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완주는 자기랑 아무 관계 없는 사건이라 무심코 지나치지만 살인사건에 관한 증언을 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온다. 자기 아들을 죽은 범인에게 합당한 벌이 가게끔 도와달라며 거액을 제안하자 완주는 거짓 증언을 하기로 결심한다. 경찰에게 살인 현장을 봤다고 거짓 증언을 하고 그 거짓 증언이 무고한 젊은이를 살인자로 몰아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완주는 수사를 원점으로 되돌리기 위해 자신에게 거짓 증언을 시킨 사람을 찾아가지만 그 사람의 신분 역시 거짓이었다. 완주는 진퇴양난에 빠진다. 사소한 거짓말이라 여긴 일이 어떤 악순환을 불러오는지를 미스터리 스릴러의 장르적 재미로 풀어낸 영화다. (남동철)
참고 :::::
갑과 을 (2012)에서 군대를 다녀온
리
(2013년 제10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
한 사람의 인격은 지금의 위치와 주변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프로그램 노트
다시, 군대 이야기다. 영화는 군대에서 벌어진 폭력 사건의 가해자(갑)와 피해자(을)를 마주보게 하며 그곳이, 그 사회가, 그 구조가 안고 있는 문제를 단순명료하게 전달한다. 폭력이라는 이름 앞에서 언제든 안전할 수만은 없는 관계의 초상을 지켜보는 동안 우리의 삶을 조용히 되돌아보게 된다. 아울러, 제대 후 5년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군대, 계급, 폭력의 구조 안에서 트라우마와 망각을 고스란히 겪는 영화 속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영화는 군대에서의 폭력 사건이 그때 그곳의 일이 아니라 여전히 지금 여기의 일임을 환기시킨다. (2012년 제6회 여성인권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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