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회 부산국제영화제

<경미의 세계 >: 과거에 머문 상처는 현재를 더 아프게 한다.

무거운 빈가방 2019. 10. 6. 00:22

  <경미의 세계> (2019) Kyungmi’s World 드라마한국 108

(감독) 구지현

(주연) 이영란, 김미수

 

줄거리 : 7년 전, 가족과 연락을 끊고 서울로 올라온 배우 지망생 수연은 작은 극단에서 단역과 잡일을 하며 근근이 생활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수연은 통영에서 걸려 온 한 통의 전화를 받고 그곳으로 내려간다.

(2019년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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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회 부산국제영화제 신민평론단으로 다시 참여하게 되었다.


내 스스로 생각해도 참 용감하다.  글이 되나 글씨가 되나 그렇다 하여 감상이 되나

그저 묵묵히 보기만 하는 변태같은 난데 왜 시민평론단을?


 내 변명은

 영화제를 나른 사랑해 온 내가 이 기간만이라도 한국영화를 좀 보는 것이 예의 이고 갚음이라는 생각에서다.


 작년에 개고생해서 끙끙대다가 겨우 2편 올리고 말았다. 내 글인줄 알면 클릭도 하기 싫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글 올리는 것은 의무사항이라 어쩔 수 없다.

올해 목표는 4편이다. 

 비프 웹진에  올린 글을 비록 문닫았다 하더라도  내 블로그에 올리지 말란 법이 없어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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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처음과 끝 : 경미는 무엇을 보고 싶었을까?>


                 < 성질 부리다가 후회 한다. 그래도 성질 부리기에 성질이라 한다.>


        < 초절정 고수들. 이분들의 언어적 내공은 가히 동방불패 급이다. > 호흡 한번으로 적의 내장을 파열시킨다.



           < 왜 이장면이 포스트일까?  무대에 오르기 위해 화장을 한다. 연극은 내 삶이되고 내 삶은 연극같다. >


가족이란 무엇인가? <가족의 탄생>(감독 김태용, 2006)은 피가 섞이지 않아도 가족이 될 수 있는 희망을 보여 주었다. 구지현 감독이 발표한 <경미의 세계>(2019)는 가족이 반드시 보호의 울타리가 되고 서로 격려해 주는 것만을 아님을 표현한다. 남들은 무시해도 되지만 가족은 등을 돌려도 결국엔 만나게 되고 이 만남은 서로를 할퀴어 낫지 않을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연기를 하러 서울 온 수연은 극단에서 연기 보다는 그저 뒤치다꺼리하는 일을 맡아 지낸다. 나쁜 음식 버릇, 성실한 것 같지만 열정이 없는 듯한 모습들은 그녀의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할머니 문제로 7년 만에 찾은 통영. 그녀 망설이는 듯 주춤하다 할머니를 만난다.

오고 싶어 온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어 왔지만 또 다른 속내가 있는 듯하다.

 

할머니는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고 주변 환자들은 치매나 각종 질병을 앓고 있다.

어르신 환자들의 모습은 요양병원 이나 요양원에서 늘 볼 수 있는 장면들이지만 오랜 관찰 없으면 표현하기 힘든 것들이 많이 있다. 어르신들의 행동은 재미있고 우리를 제법 웃게 해 주지만 마음이 아픔은 세월의 무게 때문이니 어쩔 수 없다.

 

스스로 병원에 찾아들어간 할머니, 그런 할머니를 떠나 7년 만에 돌아온 수연.

이들의 만남은 결코 반가운 만남이 아니다.

한세대를 건넜지만 모녀 같은 두 여인의 대화.

아주 단문으로 남의 말을 잘라먹는 대사로 가슴을 후벼 파 날카롭다 못해 쓰리다. 몇 마디 하지 않지만 이리 짧은 말로 총칼을 사용하는 것 보다 더 한 상처를 만드는 기술은 대화의 경지를 넘은 것 같다.

서로가 다른 기억으로, 감당하기 힘든 미움으로 일관하는 모습들은 조금도 화해가 이뤄질 것 같지 않다.

오직 상처를 주기 위해, 서로를 상처 속에 가두어 두려는 사람들. 그 상처의 중심엔 엄마가 있고 엄마의 행동과 성격도 있다. 서로를 비난하지만 여자3대는 묘하게 닮았고 그런 모습이 서로가 싫고 교차하기도 한다.

 

수연이 택한 세계의 그림자극과 연극, 그리고 할머니의 글조차도 자세하진 않지만 수연, 경미, 할머니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한 것 같다.

 

작가와 연기자라로서는 모두 부족하지만 자신을 그저 나락에 안빠지도록 붙잡고 있는 지푸라기 마냥 택한 일들.

이 일들은 수연이 택한 연기와 할머니가 적었다는 소설이 실제와 그대로 혼동된다. 그림자 연극은 실제가 아니지만 서로의 삶처럼 보이고, 대타로 선 연극조차 수연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여 둘이 겹쳐져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수연은 무엇을 갈망하는가? 잠긴 문을 억지로 열고 밖으로 나간들 꿈이 기다리기도 하는가? 누군가에 받았던 스스로 만들었던 내 속에서 커져버린 상처는 화해를 바라지만 결코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다.

도움 받지 못하고 스스로 뚫고 나가지 못하는 현사회의 <수연과 경미>들을 감독은 섣부른 희망을 던지는 것 보다 담담히 담아내어 내 주변을 다시 둘러보게 만들어 준다.

 

어둡고 정체된 자기만의 세계를 표정과 몸짓에 담은 김미수(수연)와 침대에 앉은 채로 표정과 말로 그리움과 증오를 동시에 퍼붓는 할머니 역의 <이영란>은 이 <경미의 세계>를 더 깊게 만들어 주어 매우 반갑다.

 

에고 ....  이 영화는 내 모습하고도 많이 닮았고 울 모친 요양원과 병원을 왔다갔다 하시니 늘 보던 형태들이 화면에서 만나니 더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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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 없음...

사람이름, 제목, 감독 등에 아무리 무관심하고 이름 기억 좋지 못하다 해도 이름을 바꾸어 생각하니 내용에 대한 이해도 전혀 엄뚱한 것이었다.

<경미>가 영화엔 나오지 않는 엄마의 이름인데 이것을 딸의 이름이라 생각했으니....

<경미>는 등장하지 않기에 제목의 <경미의 세게>는 생각해 봐야할 것이 많다. 수연이와 할머니의 입에서 둘 사이가 서로 극단적으로 멀어지는 계기가 되는 모든 것에 <경미>가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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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언 그리고 의문 :

 출연진을 보기 위해 다음에서 검색을 했다  제일 앞에 나온 주연에 이영란이 나왔다. 난 수연이 이영란 배우인줄 알았다. 마지막 수정을 위해 다시 검색하니 이영란 배우는 할머니 역으로 보인다.(착각 이면 수정 부탁드립니다.) 왜 이럴까? 주연은 분명 수연이고 할머니는 조연에 해당되는데 왜 맨앞에 나올까? 프로필엔 교수로 나온다. 교수라서? 아마 배우가 한 것은 아니고, 다음에서도 알고 올린 건 아닐테니 의심되는 것은 기획사이다. 영화에도 출연진 보다 직급을 우선시 하는건가?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불쾌함이 올라온다. 한국영화 시작엔 늘 돈투자자들이 자막에 먼저 뜬다. 세계에서 볼 수 없는 자본만을 중시하는 최고의 모습이다.  그것과 비슷한 출연진의 소개를 '경미의 세계' 소개란에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