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나무와 도깨비 (2019) The Pregnant Tree and the Goblin
다큐멘터리한국 115분 (감독) 김동령, 박경태 (주연) 박인순
줄거리 :
노년의 인순은 의정부 기지촌에서 40년 넘게 미군 위안부 일을 하며 살아왔다 . 어느 겨울 밤, 그녀는 동료의 장례식에 참석했다가 이승을 떠도는 유령을 잡으러 온 저승 사자들을 만나게 된다.
(2019년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기지촌 여성 박인순과 기지촌 문제를 정부차원에서 해결하게 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여성단체
기지촌 주변을 찍는다. 역사를 아로새긴다.
하나도 무섭지 않은 귀신 . 그녀의 고통과 영혼에 명복을 빕니다.
하나도 안무서운 저승사자 : 이름없는 사람은 명부에 없어서 데려갈 수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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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형태가 매우 독특하고 재미있다.
해방 이후 의정부에 미군 부대가 들어오면서 위안부(일본에 의해 자행된 위안부는 사실 ‘성노예’라 해야 한다)들을 정부 차원에서 만든다. 기지촌이다(전국 여러 곳에 있었다). 정부에서 관리하고 보건증을 발급하고 수시로 건강 검진을 한다. 이것은 미군이 병에 걸릴까 염려해서다.
전쟁으로 서울역에 버려진 아이가 자장면 3그릇 얻어먹고 의정부 기지촌에서 몸을 파는 아이가 되었다.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이 아이는 포주가, 죽은 기지촌 여자의 신분증을 사서 등록해 준다.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감독 : 김동령, 박경태 2019)는 이렇게 이름을 가진 ‘박인순’을 중심으로 다큐이면서 극영화이며 한편으론 동화 같기도 하다가 연극을 보는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 한 많은 생을 살아 낸 기지촌 ‘여러 인순이들’을 위로하는 진혼굿이기도 하다.
한사람의 일상을 따라가면서 때론 과잉 연극 무대처럼 보여주기도 하고 많은 상상력도 동원한다. 이름도 모른 채 그냥 묻힌 주검, 이름만 적힌 작은 꽃분이 팻말(1994.7.25.), 수많은 죽음도 있었고 죽임도 있었다.
상처받은 영혼들과 현재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들을 동정하는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특히 주인공은 정말 너무도 당당하다.
이 영화의 최고 압권은 알몸으로 목욕하는 장면을 꼽고 싶다. 그녀는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일상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이 장면이 왜 필요한가? 이 영화에선 매우 적절하다 생각한다.
자신의 삶에 대해 부끄러워할 것도 감출 것도 없으니,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아로새겨진, 바로 이 몸으로 먹고 살았다는 증거와 동시에 그 시대의 역사를 이 한 장면으로 표현해 주었기 때문이다.
박인순이 죽지 않은 이유의 해석, 그녀가 직접 그렸다는 그림들도 마찬가지다. 재미있고 즐겁지만 삶이 이곳에 만 한정되어 있었던 아픔이면서 한국현대사의 비극의 반영이라 웃을 수만은 없다.
이 지역에 넘쳐나는 것이 귀신들이고 저승사자들이다. 이들은 다 기구한 사연이 있다. 사연을 따라가면 슬픈 역사와 숨어 있던 독재의 죄악이 모습을 조금씩 드러낸다. 영화는 과잉 해석을 하거나 정치적 문제를 부각하지 않고 그저 기지촌의 삶을 우화적으로 담담히 따라간다.
그들의 과거가 위로받고 상처가 치유되길 기원하는 현재 진행형의 영화!
슬픈 역사의 현장이 관객을 뜻 깊게 바라보게 하고 반성하고 울고 웃고 가슴 아프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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