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의 여름밤 (2019) Moving on
드라마 한국 105분
(감독) 윤단비
(주연) 최정운, 양흥주 누적관객(자료없음)
한 가족이 우연한 계기로 할아버지의 집에 모여들었다가 헤어진다. 짧은 시간 동안 가족을 관찰하던 옥주는 이 경험을 통해 상실을 딛고 발돋움할 힘을 얻는다. 한 가족의 이야기이자, 가족이 머무는 집에 관한 이야기.
(2019년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5명의 출연진 외에 하나를 더 꼽으면 단연 2층양옥집이다. 감독은 이 집을 따뜻한 톤으로 잡으면서 생명이 있는 출연진으로 등장하게 한다. 안으로 들어가면 낡았지만 기억해야 할 것들 또는 기억나는 것들이 많이 있다. 현실과 추억이 함께하고 가족을 모이게 하는 공간, 이를 바라 바라보는 따뜻함.
아빠와 고모, 이 두배우는 영화를 무르익게 만든다.
우린 삶에서 이런 장면들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을까? 몇번이나 있었을까? 내 어릴 때 아련한 기억들이 절로 나온다.
가족은 가족이다.
누나를 따라가고 싶은데 누나는 동생을 떨치고 싶다. 전혀 낫설지 않은 풍경. <남매의 여름밤>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다.
<가벼운 일상을 꺼내어 깊은 작품으로 승화시킨!>
**************************************************
<남매의 여름밤>(감독:윤단비, 2019)은 철거당하는 집을 떠나 할아버지 집에 잠시 머무는 옥주 가족의 이야기다.
이삿짐이래야 경상용차 트렁크에 둔 것이 전부라 제대로 된 살림살이로 보이지 않는다. 엄마는 헤어져 살고 사업에 망한 아버지. 변변한 가구 하나 없는 이사짐은 찢겨진 옥주 가족을 보는 듯하다. 잘 만나지도 않던 할아버지와 한 집에서 지내는 것이 어색하다. 남매는 티격태격하며 지내고 부부싸움을 한 고모가 할아버지 집으로 짐을 싸들고 와서 식솔이 는다.
정상적이지 않게 모였으나 삼대가 가족으로 다시 모양을 만들었다.
카메라는 사춘기 성장을 겪는 옥주를 따라간다. 좁은 집에서 자기만의 공간을 가지려하고 남친에게는 선물을 준비한다. 동생을 밀쳐내지만 또 때론 싸안기도 한다. 아버지를 사랑하지만 자기 의견도 당당히 말한다, 혼자 살아 온 할아버지는 몇 번 쓰러져 말도 동작도 어눌하다. 표현하는 것이 별로 없지만 아이들에게 조금씩 마음을 여는 표정은 대배우의 모습이다.(76세인데 데뷔한지 6개월? 되었다 한다. 어디서 매우 많이 본 분인 줄 알았는데)
아버지는 사업 실패로 자그만 경상용차로 짝퉁을 팔고, 장사할 만한 다른 품목을 찾지만 앞으로의 벌이도 쉬울 것 같지 않다. 남편과 별거 중인 고모는 포근하고 모두를 좋아한다. 남매는 떠나버린 엄마를 애써 외면하지만 그리움으로 갈등한다.
영화는 나름 부족한 가족의 일상을, 이들을 닮은 듯 보이는 오래된 2층 집과 함께 담담히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자연스런 연기는 긴 이야기들을 무리 없이 흘러가게 하고 누구도 넘쳐나는 연기를 하지 않아도 깊게 빠져들게 한다. 아이들을 어른스럽게 만들거나 어른들을 성인군자로도 표현 하지 않는다. 다 부족하지만 뭔가 서로에게 하나씩은 의지하는 모습들. 막내는 막내답고 할배는 할배답다.
가족은 끈질긴 끈이다. 서로 묶여져 있지만 칼로 잘라버리면 이어지지 못하기도 한다. 어떤 가족이든 나름의 아픔이 있고 이것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의 문제가 중요한 관건이다.
남매는 어리니 가족에 대한 해결 능력은 없다. 그런데 옥주의 눈으로 봐도 누구도 나쁜 사람이 없다. 동생과는 싸우지만 정도 많고, 아버지는 무능해졌지만 자기들을 무시하지 않는다. 가끔 웃어주는 할아버지와 큰 힘이 되어주는 고모.
이런 분위기를 더욱 훈훈하게 만드는 것은 양옥집을 비춰주는 카메라의 시선이다. 밖에서 비출 땐 온화함을 지닌 생명체처럼 웃으며 자리하고, 안에서는 오래되어 정겹고 은근한 냄새가 난다. 넘쳐나는 애정이 담겨있는 시선 덕분으로 이 가족들은 오랫동안 무사할 것이란 믿음을 준다. 내용은 결코 그리 갈 순 없겠지만.
참으로 따뜻한 시선을 가진 장면들을 보니 기쁘고 평온하다. <동동의 여름방학>(허우 샤오시엔, 1984)이 떠오르고 그의 카메라가 눈에 들어오는 듯하다.
떨어졌다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다시 만난 가족이지만 3대가 한방에 자는 모습처럼, 적어도 오늘 만큼은 잠들면서 좋은 꿈을 꿀 수 있게 하는, 훌륭한 영화를 만났다.
'24회 부산국제영화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스휴양기. : 글이 막힐 때 극복하는 방법 (0) | 2019.11.17 |
---|---|
와스퍼 네트워크 : 미국은 어떤식으로 테러를 지원하는가 (0) | 2019.10.12 |
<이름들로 만든 노래>:시작은 평온과 휴식을, 중반엔 넘치는 감동을, 결론은 이중성과 뻔뻔함을 (0) | 2019.10.09 |
<언더그라운드> : 세상은 노동을 통해 돌아간다. 그 가치는 비슷하다 (0) | 2019.10.08 |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 : 기지촌 여성을 따라가 보면 아픈 현재진행형의 역사를 만난다. (0) | 2019.1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