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전시

<거의 모든 것의 역사>: 거의 모든 것의 재미

무거운 빈가방 2024. 2. 21. 21:52

 

<거의 모든 것의 역사>(2007,4월20일 18쇄 판, 빌브라이슨)

 

비가 나리고 춥다. 이불을 절로 머리에 까지 푹 덮어 쓰고 싶은 날씨라 밍거적 거리다가 5시에 겨우 일어난다. 아침명상하고 하루를 시작. 원래 오늘 삼동에 들어가려 했으나 비 때문에 토욜로 미루고 낮에 '개울'이가 새로 사업을 시작한 <와쏘뷰티>에 방문하기로 한다.

불심 깊은 우리는 낮에 범어사 들렸다가 좀 걷고 부곡동에 있는 <와쏘뷰티>로.

문 입구에 작은 전단지 하나 붙어있고 알려 준 비번 눌리고 2층으로 가니 복도에 비슷한 업종의 집 등 여러 사무실이 있다. <와쏘뷰티>는 공간이 앙증맞다 해야하나? 아뭏든 원장과 공간이 다 귀엽다.

'남자들도 눈썹문신 많이 한다'는 마눌님 말씀. 고민은 좀 봐야겠다. 못난 얼굴이라 거울 잘안보니 뭘했는지 어떤 모습인지 종종 잊어버리는 경지의 나니까 한들 안한들 뭔 상관이랴.

예약손님 때문에 우린 인증샸 하나 찍고 급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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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일을 많이 했는데 이제 혼자만의 일을 가져서 좋다는개울이의 새출발! 즐겁게 일하면서 경제도 도움 받았으면 하는 기원을 한다. 어릴 때 부터 봐 온 착한 아이의 품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모습이 참 좋다. 잘될거야. 암, 그렇게 되어야지^^

 

쌀쌀한 날씨라 단골 다방에 가서 책을 읽는다.

몇장을 읽는데 '제30장 안녕'이 나오네. 일어서려다가 마지막 장이구나 싶어서 다시 앉는다. 아직 한참 남았는 줄 알았는데 뒤에 긴 색인 때문에 그렇구나.

 

마지막 장은 책을 마무리하는 기쁨과 이제 이 책과 헤어져야 하는 아쉬움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이 장엔 인간이라는 종이 다른 종을 어마무시하게 없애버렸다는 내용들이 간단간단 나온다. 일반적인 사람 부터 그 유명한 '로스차일드' 가문의 '라이오넬 월터 로스차일드'는 특히 이쁜 새를 광적으로 수집하면서 여러 종을 멸종시킨다.

조류학자 '찰스 윌슨 필'은 쇠앵무새 둥지에 마구 총을 쏘아 대었다고 한다.

 

<침몰하는 방주>의 저자 '노만 마이어스'는 지구상에서 인류의 활동 때문에 일주일에 약 2종 정도의 생물이 멸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990년대 초에 그는 그 숫자를 일주일에 600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995년에 유엔은 지난 400년 동안에 알려진 멸종의 총수는 동물의 경우 500종이 조금 안되고, 식물은 600종이 조금 넘는다고 발표하면서.......

 

위의 수는 그냥 갯수가 아니고 종의 숫자다. 하나하나를 치면 어마무시하겠네.

 

지구에서 가장 꼭대기에 있는 생명체. 다른 생명체나 자신과 같은 사람에게도 잔혹하기 이를데 없는 파괴자.

 

마지막 결론은

 

우리는 사실 이제 막 시작한 셈이다. 물론 우리는 종말이 찾아오지 않도록 하는 비결을 찾아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 단순한 행운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거의 확실하다.

 

 

책을 다 읽은 기념으로 정리해 보는 것 치곤 마무리만 슬쩍 올리니 너무 무겁게 느껴지겠네.

책은 정말 재미있다. 가끔 어려운 전문 용어가 나와도 읽는 데는 아무 지장없다.

우리가 알고 있거나 몰라도 노벨상을 타는 등 세계적 석학에 대한 이야기들이 제법 나오는데 배꼽을 잡는다. 이들의 노력과 열정은 엄청나겠지만 결론은 택도 아닌 것을 진실로 포장하는 경우가 많고, 자기 주장이 강하고 상대를 깍아 내루는 일에도 서슴지 않는다. 아이디어를 훔치는 것도 종종. 이들 경쟁적 학자들을 한 링에 올려두면 참 재밌겠다는 생각.

 

<바디>를 본 뒤 감명이 채 가시기도 전에, 헌책방 갔다가 같은 저자 책이 있어서 로또에 당첨된 양 기분 좋아 붙잡았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바디>의 재미에 다가 좀 더 넓은 지구와 지구인의 이야기라 인체에서 더 큰 것으로 탐험하는 기분이 들었다.

단지 책 발간 이후 여러 증보판이 있는데, 내 책은 좀 앞 선 시기라 현재 과학적 발견하고 맞지 않는 것도 약간 있다. 게다가 글자가 작아 처음엔 책 읽는데 눈알 빠지는 줄 알았다. 읽다 보니 적응되어 조금씩 나아졌다만은.

다 읽은 뒤 영민형이 책 전후 기록을 남긴다는 생각이 나서 마무리 날짜는 나도 적어 본다. 기분 좋네.

 

<바디>와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반드시 정리하고 싶은데 앤 드루얀의 <코스모스>처럼 정리는 절대 못하겠다. 아마 안하겠지. 그 시간에 드루얀 목차를 한번 더 적어 볼련가?

아, 그래 3권 다 목차만이라도 다시 적어 보자. 기억이 새록새록 나겠네.

 

한번도 '옛날로 돌아갔으면' 하는 생각을 안해봤다. 돌아가봐야 내 성질은 그대로 일거고 범하는 잘못은 안하더라도 다른 잘못을 저질거다는 생각이 강하다. 성질 고치기 정말 어려우니. 근대 근래에 만약 젊어진다면 '과학과 수학 공부'를 좀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 본다. 지금해도 늦지 않겠지. 이전에 했다고 쳐도, 지금 한다고 쳐도 달라질 건 없으니.

 

 

당시에는 깨닫지 못햇지만, 다윈과 멘델은 20세기에 시작된 생명 과학의 기초를 닦아 놓았던 셈이다. 다윈은 모든 생물들이 "단 하나의 공통된 선조"를 가지고 있어서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멘델은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메카니즘을 제시했다.(412~413쪽)

모두 다 알고 있는지는 몰라도 생물시간에 배웠던 '멘델'의 발견이 이렇게 어마무시한 건지는 상상도 못했다.